[진도의 섬, 세상의 별 ②] 이상향의 섬 '조도가리'…하조도
주차간산(走車看山)으로는 닿을 수도, 알 수도 없는 섬
[편집자주] '보배섬 진도'에는 헤아리기 힘들 만큼 '보배'가 많다. 수많은 유·무형문화재와 풍부한 물산은 말할 나위도 없고 삼별초와 이순신 장군의 불꽃 같은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하지만 진도를 진도답게 하는 으뜸은 다른 데 있다. 푸른 바다에 별처럼 빛나는 수많은 섬 들이다. <뉴스1>이 진도군의 254개 섬 가운데 사람이 사는 45개의 유인도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대항해를 시작한다.

(진도=뉴스1) 조영석 기자 = 지구본의 대한민국 지도를 왼쪽으로 돌리다 보면 맨 밑에 있던 남도의 무수한 섬들이 제일 위에 놓일 때가 있다. 해양 시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정위치이다. 둥근 지구. 자신이 선 곳이 가장 높은 곳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조도군도는 높은 곳에서 빛나는 별임에 틀림없다.
진도항에서 창유항으로 가는 40여 분의 뱃길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점·점·점 섬들의 연회를 즐기는 길이다. 운이 좋은 날에는 토종 돌고래 상괭이도 두세 마리 무리 지어 경주하듯 동행한다. 덤으로 얻는 기쁨이지만 본질보다 나은 덤은 행운이다.

진도항에서 창유항으로 가는 40여 분의 뱃길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점·점·점 섬들의 연회를 즐기는 길이다. 운이 좋은 날에는 토종 돌고래 상괭이도 두세 마리 무리 지어 경주하듯 동행한다. 덤으로 얻는 기쁨이지만 본질보다 나은 덤은 행운이다.
진도항과 창유항을 잇는 신조도대교가 윤석열 정부의 대선 지역공약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나 '제2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에 반영되지 못해 공약(空約)으로 남았다. 같은 전라남도에 속하면서도 신안과 완도 등의 섬들이 연도로 이어진 반면 진도와 조도는 여전히 멀다.

하조도는 조도의 행정·상업 중심 섬으로 창리가 면사무소 소재지이다. 구한말까지 세곡 창고가 있던 곳이라 해서 창리(倉里)라는 지명을 얻었다. 조도초등학교와 우체국, 파출소, 소방지소, 보건소, 농·수협은 물론 식당과 민박, 카페, 편의점, 병원, 마트 등도 이곳 창리에 몰려 있다. '다이소'는 없어도 생활용품 가게 '다있소'가 있다.

'조도갈이'는 전국의 어느 포구에나 있기 마련인 조도 사람들을 향해 '내 배로 조도에 함께 가자'는 '생방송'이었다. '조도갈이'는 이상향으로 가는 '조도 가리'를 함의하면서 조도의 화양연화를 대신했다.
조도는 해방 전후부터 1970년대까지만 해도 '조도 닻배'로 상징되듯 우리나라 최대 조기 생산 지역이었지만, 조기는 사람보다 먼저 고향을 떠났다.

연안 어선업자가 전국적으로 가장 많고, 항포구마다 '조도갈이'라는 소리가 유행가처럼 들렸던 시절이다. '조도갈이'는 전국의 어느 포구에나 있기 마련인 조도 사람들을 향해 '내 배로 조도에 함께 가자'는 '생방송'이었다. '조도갈이'는 이상향으로 가는 '조도 가리'를 함의하면서 조도의 화양연화를 대신했다.
조도는 해방 전후부터 1970년대까지만 해도 '조도 닻배'로 상징되듯 우리나라 최대 조기 생산 지역이었지만, 조기는 사람보다 먼저 고향을 떠났다.
조기산으로 유명했던 '조도 김'도 자취를 감추고 이제는 자연산 돌미역인 조도곽과 톳, 멸치, 전복 등이 청정해역 조도의 대표적 특산품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산길을 가는 동안 태초의 세상에 들어선 듯 풀과 나무는 '조도만두나무'처럼 낯설고, 경이롭다. 맑은 날에는 새 떼로 앉은 조도의 섬과 섬을 넘어 제주도의 추자도가 아스라하고, 한라산 영봉도 눈맞춤을 청해 온다.

1909년 일제가 조선 수탈을 목적으로 세운 높이 14m의 백색 원형 유인 등대로 2020년 7월 '이달의 등대'로 선정됐다.
등대 뒤에 바다 조망을 위해 세워진 운림정을 지나면 하조도의 양대 산인 신금산(231m)에서 돈대산(234m)으로 가는 등산로가 시작된다. 등산로는 신금산과 돈대산이 개별이나 개별의 길은 끊이지 않고 읍구 고개에서 하나로 이어진다. 신금산은 형세가 상형문자 뫼 산(山)을 빼닮아 가파르고, 돈대산은 소 등 같은 능선이 길게 펼쳐지다 돈대봉 끝에 홀로 우뚝한 '손가락 바위'를 세워 능선을 마무리 한다. 등산로는 하조도등대에서 신금산 정상과 읍구고개를 지나 돈대산 종점까지 10.25㎞에 달한다.
한옥마을인 신전마을에 묵으며 마을 앞 해수욕장에 시름을 풀어놓고 철 따라 건져 올린 우럭과 농어, 또는 간재미나 삼치회로 술잔을 기울이다 밤이 되면 바다로 내려온 밤별을 낚는 것도, 한 번쯤 누려 볼 만한 하조도의 꽤나 괜찮은 사치가 된다.

왜적을 감시하기 위한 돈대가 있었던 돈대산에는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바위마다 풍란으로 옷을 입고 있었으나 뭍 사람들에게 수난을 당하며 멸종되다시피 했다.
산에 명품 등산로가 있다면 갯가에는 명품 해안도로가 있다. 40㎞ 남짓한 하조도 둘레길로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바다로 달리고, 내륙으로 들어서기를 반복하며 섬을 한 바퀴 돈다. 자전거나 도보 여행길이 따로 없어 아쉽지만, 아쉬움이 파도처럼 넘실대면 잠시 핸들을 놓고 걷거나 쉬어가도 좋은 길이다.

돈대산의 풍란 복원사업이나 해안도로에 제주 올레길 같은 '두발로 길'을 조성한다면 200년전 '바실 홀'의 감탄처럼, 조도는 말 그대로 '세상의 극치'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조도는 주차간산(走車看山)으로는 닿을 수도, 알 수도 없는 섬이다.
한옥마을인 신전마을에 묵으며 마을 앞 해수욕장에 시름을 풀어놓고 철 따라 건져 올린 우럭과 농어, 또는 간재미나 삼치회로 술잔을 기울이다 밤이 되면 바다로 내려온 밤별을 낚는 것도, 한 번쯤 누려 볼 만한 하조도의 꽤나 괜찮은 사치가 된다.
[여행 안내] 하조도 여행은 1박2일이 적당하다. 조도는 볼수록 발길이 느려지고 시간은 쉬 가는 섬이다. 행운이 따르면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빛 세례도 받을 수 있다. 해가 긴 하절기라 하더라도 오후 5시50분에 창유항에서 마지막 배가 끊기는 것도 한 요인이다.

진도항에서 11㎞ 가량 떨어진 하조도 창류항까지는 40여분 소요된다. 승용차와 함께 가는 페리 뱃길이다. 한림페리호와 새섬두레호가 교차하며 하절기에는 하루 8차례, 동절기에는 7차례 오간다. 신분증 소지와 함께 사전 출항 시간 확인이 필수이다. 물론 태풍주의보가 내리거나 해무가 일정 이상 짙게 끼어도 뱃길은 묶인다. 몸섬인 하조도에 10여개가 넘는 식당과 민박집을 비롯해 편의점과 농협 하나로마트, 의료시설 등이 있어 묵어가는데 불편하지 않다. 여행안내는 진도군 관광문화과나 조도면사무소, 국립공원서부사무소 조도탐방센터 등으로 문의하면 된다.
kanjo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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