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한 담음새, 알록달록 색감…‘SNS 각’이야! 양갱의 진화
팥앙금 또는 밤앙금을 굳혀 만든 고체형 디저트, ‘양갱’이 떠오르고 있다. 단단한 듯 부드럽고, 달콤하지만 과하지 않은 이 디저트는 요즘 카페 쇼케이스 한쪽에 ‘힙한 간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령층의 간식으로 여겨졌던 양갱은 어떻게 SNS를 달구는 K디저트로 부상하게 됐을까.

■ 양갱, 양고기 스프에서 ‘국민 간식’으로
많은 사람이 양갱을 한국 전통 디저트로 알고 있지만 기원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양(羊)’은 양고기를, ‘갱(羹)’은 국이나 탕을 뜻한다. 본래 중국에서 ‘양갱’은 양고기로 끓인 수프에 가까운 음식이었다. 이 음식이 일본으로 전해져 단팥이나 밤 등을 넣어 굳힌 디저트 형태로 변화했고, 다시 일제강점기 한국에 유입되며 우리에게도 친숙한 음식이 된 것이다.
양갱이 국내에 대중화된 계기는 1945년 해태제과가 ‘연양갱’을 자사의 첫 제품으로 출시하면서부터다. 간식거리라고는 감자와 옥수수가 전부였던 시절 작은 은박지에 싸인 네모난 양갱은 귀하고도 세련된 간식이었다. 6·25전쟁 중에도 해태제과는 부산으로 양갱 솥과 보일러를 옮겨 생산을 이어갔다고 하니 당시 연양갱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이가 약한 노년층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국민 간식’으로 인지도가 높아지며 수십년간 국내 소비자들에게 ‘양갱=연양갱’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는다.

그랬던 양갱이 최근 몇년 사이 젊은층 사이에서 새로운 이미지로 부활했다. 지난해 가수 비비의 ‘밤양갱’이 히트하며 ‘다디달고 다디단’ 전 국민의 인기 디저트로 급부상했고, 전통 식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저트들이 각광받는 가운데 양갱 역시 ‘K디저트’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말차, 고구마, 딸기, 흑임자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양갱이 카페 디저트 메뉴에 오르고, 고급 수제 양갱 전문점들이 인기를 끌면서 양갱은 이제 ‘어디서나 가볍게 즐기는 프리미엄 디저트’가 됐다.
먹기 전에 사진 먼저 찍는 요즘 세대에게 양갱은 SNS에 올리기 좋은 ‘맛있는 미니 오브제’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작고 정갈한 형태, 투명하거나 알록달록한 색감, 꽃잎이나 견과류 등을 장식한 섬세한 디자인은 단순한 간식을 넘어 예술작품처럼 느껴진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오리지널 양갱부터 꽃잎과 과일, 초콜릿, 피스타치오, 라즈베리, 밀크티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재료를 더한 새로운 감각의 양갱까지, 그 종류와 선택지 또한 넓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양갱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기본적으로 양갱은 단팥이나 백앙금, 설탕, 한천을 섞어 끓인 후 틀에 넣어 굳혀 만든다. 한천은 해조류에서 추출한 천연 젤라틴으로, 양갱 특유의 쫀득하면서도 단단한 식감을 만들어준다. 여기에 고구마, 밤, 콩과 같은 재료를 더해 맛과 색감을 더한다. 조리 방법은 간단하지만 온도와 농도, 굳히는 시간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져 디테일이 중요한 디저트다.
■ 프리미엄 양갱 즐기고 싶다면
서울 을지로에 있는 ‘적당’은 수제 팥 양갱카페다. 정육면체 모양의 앙증맞은 양갱이 작은 도자기 접시에 담겨 나온다. 오리지널 밤 양갱부터 초콜릿, 오렌지, 헤이즐넛 등 총 9가지 맛이 있는데 기타첨가제와 보존제를 넣지 않고 자극적인 단맛을 줄여 팥 본연의 은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부산 ‘미누재양갱’은 2003년부터 수제 양갱을 만들어온 곳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팥, 밤양갱뿐 아니라 자색고구마양갱, 쑥양갱, 유자양갱, 청무화과양갱, 살구완두양갱 등 독특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양갱을 만날 수 있다. 인기 제품은 언제나 품절이다.

‘금옥당’은 프리미엄 양갱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부터 수제 양갱으로 사랑받던 곳이다. 서울 연희동에서 시작해 지금은 서울 전역에 여러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통팥양갱’ ‘팥양갱’ 등 전통 팥 양갱을 비롯해 밤, 밀크티, 피스타치오 등 다양한 수제 양갱을 선보인다. 알록달록 고급스러운 포장의 선물세트도 인기가 많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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