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소한 결정도 두려운 나…“점심 메뉴부터 정하자!” [건강한겨레]

한겨레 2025. 5. 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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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나 혼자'의 시대가 열린 것 같습니다.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극도의 불안 속에서 사시는 분들이죠.

"혹시 이 관계마저 끊기면 나는 완전히 혼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의존성 인격장애는 '성격이 나빠서' 생긴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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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대중

요즘은 ‘나 혼자’의 시대가 열린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어색해 보였던 혼밥이나 혼술도 이제는 일상이 됐죠. 이런 변화를 반가워하는 분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을 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극도의 불안 속에서 사시는 분들이죠.

심리학에서는 이런 성향을 의존성 인격장애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인 ‘의존적인 성격’과는 조금 다릅니다. 단순한 성격 특성을 넘어서, 삶에 불편을 주는 ‘장애’에 가까운 상태죠. 심한 경우 무엇을 입을지, 어디로 갈지,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조차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늘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거나 기다리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의존성 인격장애를 가진 분들은 특히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기대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약 그 관계가 끊어지면, 그 공허함을 견디지 못하고 서둘러 새로운 ‘기댈 대상’을 찾아 나서기도 하죠.

문제는, 이런 분들이 늘 ‘버림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품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잘못된 행동을 해도 제대로 맞서지 못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억누르고, 심지어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폭력에도 관계를 끊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시 이 관계마저 끊기면 나는 완전히 혼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연습이 부족하다보니, 자연히 자신감도 자라지 않습니다. 작은 비판이나 거절에도 쉽게 상처를 받고, 자신을 열등한 존재로 여기게 되죠. 그래서 의존성 인격장애를 가진 분들은 우울증을 함께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직장에서 상사가 조금만 차갑게 대했을 때도 “내가 무능해서 그런 걸까?” 하고 스스로를 과하게 비난하며 위축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의존성 인격장애가 의심된다면 전문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치료는 주로 인지행동치료나 심리상담을 통해 이뤄집니다. 필요할 경우 우울감이나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약물치료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의존성 인격장애는 ‘성격이 나빠서’ 생긴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과거의 경험이나 자신도 알지 못했던 상처들이 만들어낸 결과일 수 있습니다. 선택하고 책임지는 일이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작은 한 걸음이라도 스스로 내딛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점심 메뉴처럼 일상 속 작은 선택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혼자서도 괜찮아.” 이 믿음이 자라날 때 우리는 조금 더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용인정신병원 스마트낮병원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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