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의 주요 변곡점에는 언제나 ‘균’이 있었다
균은 어떻게 세상을 만들어 가는가/ 조너선 케네디/ 조현욱 옮김 / 아카넷/ 2만3800원
“‘총, 균, 쇠’가 아니다. ‘균, 균, 균’이다.”

저자가 빅 히스토리 연구의 대표자인 다이아몬드와 판이한 역사 해석을 선보인다는 점은 대단히 흥미롭다. 그는 1492년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너 아즈텍과 잉카 제국을 몰락시켰을 때, 500명 남짓한 병력을 이끌었던 에스파냐 정복자 코르테스가 멕시코에서 아즈텍 인구의 80%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총이나 말이 아닌 정복자가 몰고온 전염병의 힘이었다고 말한다. “다이아몬드는 아즈텍과 잉카가 이전에 전혀 접하지 못했던 말이 침략 결과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 그러나 말의 중요성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 정복자들이 중남미를 그토록 단호하게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총과 쇠로 설명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균, 균, 균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례를 토대로 균이 문명의 붕괴와 새로운 세계 질서의 탄생을 주도했다고 본다. 인간의 역할을 경시하는 세계관 아니냐고? 물론 인간의 힘은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알렉산드로스 대왕, 샤를마뉴 대제, 마르틴 루터, 조지 워싱턴 같은 위인전 속 인물들조차도 스스로 선택한 상황이 아니라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진 상황에서 기회를 잘 활용한 이들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러한 서술을 통해 저자는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있다는 오만한 착각에서 벗어났기를 바란다. 균의 역사를 돌이키며 현실적 제언도 던진다. 대학에서 글로벌 공중 보건을 가르치는 그는 가장 최근에 인류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전염병, 코로나19를 통한 교훈을 제시하며 책을 맺는다. “19세기와 20세기에 고소득 국가들의 건강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은 식수·위생·주택 공급·빈곤 감소에 대규모로 투자한 정치적 결정이 가져온 성과였다. (…) 코로나19는 우리가 건강 악화의 원인을 해결하도록 장려하는 사안이 되어야 한다. (…) 국가 내, 국가 간 극심한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매우 좋은 출발점일 것이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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