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한계 …고뇌의 결론은 …극한의 전쟁
살인에 대한 거부감 등 본성 조명
軍·警 출신 두 저자 근무 경험 담아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 80~85%
적들을 향해 조준 발사하지 않아
‘정신적 사상자’ 은폐 역사도 해부
전투의 심리학/ 데이브 그로스먼·로런 크리스텐슨/ 박수민 옮김 / 열린책들 / 2만6000원


2차대전 이후 미군 등 각국 군대는 이러한 ‘살인 저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훈련 시스템을 바꾼다. 반복 훈련과 심리적 세뇌를 통해 살인에 대한 저항을 무디게 만드는 훈련이다. 예전에는 원형 과녁을 쐈지만, 현대 군대는 사람 모양 표적을 사용한다. 사람에게 총을 쏘는 걸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인간 형태의 표적을 반복적으로 쏘게 해서, 살인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점차 무디게 만든다. 그다음에는 잘 쏘고 나면 칭찬이나 점수 등을 통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준다. 이렇게 반복해서 ‘총 쏘는 행동=보상’임을 무의식적으로 각인시킨다. 결국, 총을 쏘는 게 일종의 ‘반사 행동’처럼 만들어진다. 나아가 집단 압력으로 “내가 안 쏘면 동료가 위험해진다”는 책임감을 유도한다. 요컨대 표적을 사람처럼 만들고, 보상을 통해 반사적으로 쏘게 하며 적을 인간으로 느끼지 않도록 하는 ‘탈인간화(Dehumanization)’ 훈련이다.
저자는 군 당국에서 밝히지 않은 은폐의 역사도 제시한다. 실제 전투 시 적의 직접적인 총격 등 적대행위로 인한 사망보다 스트레스에 의한 사망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정신적 붕괴로 망가지거나 죽은 사람들을 ‘정신적 사상자’라고 하는데 1·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같은 대규모 전투에서 정신적 사상으로 후송된 인원이 전투 중에 사망한 인원보다 더 많았다. 2차대전 중에 벌어진 이런 현상은 ‘잃어버린 사단(Lost Divisions)’이라고 명명됐는데, 약 50만4000명의 병력을 잃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용감하게 싸우다가 전사하는 사람은 널리 알려지지만, 직업 군인들을 포함해 대부분 훨씬 많은 수의 병력이 ‘정신적 사상자’란 이유로 조용하게 후송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전사들의 감추고 싶은 일례는 또 있다. 2차 대전에 참전한 미군 전체의 전과에 관한 공식 연구서 ‘아메리칸 솔저’에 따르면, 참전 용사의 4분의 1이 바지에 오줌을 쌌고, 8분의 1은 똥을 쌌다. 최전선에 있던 병력의 경우는 더하다. 약 절반이 바지에 오줌을 쌌고 약 4명 중 1명은 똥을 쌌다는 것. 솔직하게 사실을 인정한 군인들의 증언만 반영한 결과여서 실제 수치는 더할 것으로 추정된다. 생사가 오가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하부 창자에 부하가 걸리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전투 중에 겪은 자존심 상하고 굴욕적인 경험이라 군 당국이나 개인이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는 것들이다. 전쟁 중 군인들은 이러한 심리적·육체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변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가, 아니면 회피하고 부인하는가의 차이가 전투에서 승패와 생존을 가른다.
저자들은 전쟁이 얼마나 비극적인지, 군인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를 적나라하게 생생하고 보여주면서도 전투에 나서는 군인이라면 적과 대치할 때 이런 모든 비극적인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지 못한 상태에서 전투에 참여하는 것은 결정적 순간에 치명적인 오판으로 전투 중 스스로의 생존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전투 후에 정신적 사상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다양한 역사적 사례와 인터뷰, 연구를 통해 인간이 ‘살인’을 얼마나 거부하는 존재인지와 군대나 사회가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제대로 보여줘 ‘군사 심리학’이란 평가도 받는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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