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의 시대가 온다. 살아남고 싶은가? [PADO]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2025. 5. 3. 06:00
[편집자주] 뉴욕타임스(NYT)에 오랫동안 칼럼을 써온 로스 다우댓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NYT 필진과는 정치적, 사상적 포지션이 매우 다른 인물입니다. 보수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에는 동료 NYT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와 비슷하지만 세속주의 성향의 브룩스와는 달리 깊은 가톨릭 신앙에 근거한 종교적 성향을 자신의 글에서도 자주 표출합니다. 서구에서 리버럴리즘의 영향력이 저물면서 그간 리버럴리즘이 방치(혹은 배척)했던 '영성', 보다 구체적으로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의 문제가 정치의 핵심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교적 보수주의자이면서도 미국 주류 보수의 물질주의적 관점과 우익 포퓰리즘을 비판하는 다우댓의 목소리는 미국 지성계에서 앞으로 더욱 중요한 위상을 갖게 될 것입니다. 특히 여기 소개하는 다우댓의 NYT 4월 19일자 칼럼은 그를 새로운 인본주의의 대표적 사상가의 반열에 올려놓을 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국 내에서도 많은 화제가 됐던 이 칼럼은 '멸종'의 위기를 경고합니다. 다우댓이 말하는 '멸종'은 단순한 생물학적 종의 소멸이 아닙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그리고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거대한 기술적 변화가 우리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삶의 방식, 문화, 공동체, 심지어 인간관계와 가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제도까지 위협하며 소멸시키는 '문화적 병목 현상'을 의미합니다. 다우댓이 지적하는 디지털 전환의 영향력을 가장 빠르고 강렬하게 체감하는 나라인 한국의 독자들은 그의 분석을 읽으면서 큰 충격을 받을 것입니다. 온라인 소통이 실제 만남을 대체하고, 알고리즘이 이끄는 콘텐츠 소비가 깊이 있는 문화 예술 향유를 밀어내며, 공동체적 유대감 약화와 개인의 파편화가 심화되는 현상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풍경입니다. 다우댓이 묘사하는 '가상의 대체물'이 현실을 잠식하고, '주의력 분산'이 일상적인 삶의 유지마저 어렵게 만드는 과정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의 근원을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이 글이 한국 독자들에게 각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인구 소멸'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위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우댓은 사람들이 관계 맺고 가정을 이루는 것을 포기하면서 국가 전체가 쇠퇴하는 현상을 '문자 그대로의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병목 현상으로 지목합니다. 세계 최저 출산율과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국가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받는 한국의 상황에서, 그의 경고는 단순한 분석을 넘어 절박한 현실 진단으로 읽힙니다. 다우댓은 암울한 미래 예측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지켜내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과 '적극적인 선택'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기술의 편리함에 안주하기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위험을 직시하고 인간적인 삶과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강력한 촉구입니다. 다우댓의 날카로운 통찰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와 우리 개개인이 무엇을 잃고 있으며, 무엇을 지켜나가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모든 위대한 기술적 변화에는 파괴적인 그림자가 따른다. 그 깊은 그림자는 새로운 질서가 쓸모없게 만든 삶의 방식들을 삼켜버린다. 그러나 디지털 혁명의 시대--인터넷과 스마트폰, 그리고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인공지능(AI) 시대는 특히 광범위한 도태를 초래한다.
이는 인류를 진화생물학자들이 '병목 현상'(bottleneck)이라 부르는, 문화, 관습, 사람들을 절멸시키는 급격한 압박의 시기로 몰아넣고 있다.
대학생들이 휴대폰 화면 크기의 문단보다 긴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고, 할리우드가 유튜브와 틱톡과의 경쟁에서 고전할 때, 그것은 바로 소설이나 영화와 같은 전통적인 예술 형식을 압박하는 병목 현상이다.
일간지, 주류 개신교 교파들, 엘크스로지가 무관심 속에 사라지고, 일반 식당과 쇼핑몰, 대학들이 유사한 하락세를 그리기 시작할 때, 그것은 교외 중산층의 오래된 존재 형태를 옥죄는 병목 현상이다.
온건파와 중도주의자들이 주변을 둘러보며 세상이 왜 자신들의 방향으로 가지 않는지, 왜 미래가 루이지 맨지오니 추종자들과 제2차 세계대전 수정주의자들과 같은 이상한 맞춤형 급진주의에 속하는 것처럼 보이는지 의아해할 때, 그것은 합의에 기반한 정치와 정치 논쟁에 대한 절제된 공감을 무너뜨리는 병목 현상이다.
젊은이들이 데이트도 결혼도 하지 않고 가정도 이루지 않을 때, 그것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 제도 전체를 향한 병목 현상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짝을 이루고 번식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들이 노화되고 쇠퇴하고 소멸할 때, 인구 감소가 동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유럽을 휩쓸 때--그것이 바로 마지막 압박이자 가장 강력한 병목 현상, 문자 그대로의 '멸종'이다.
(계속)
━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subin.kim@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머니투데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재혼' 이상민, 열애 3개월만 초고속 혼인신고…아내는 누구? - 머니투데이
- 하루 500만원 벌었다더니…이봉원, 텅 빈 짬뽕집 "경제 침체" - 머니투데이
- [영상]19층 옥상 난간서 '점프'…강남역 투신 소동女, 위험천만 순간 - 머니투데이
- "없는 말 지어내서 퍼트리지 말라"…故강지용 아내, 시모 문자 공개 - 머니투데이
- 연예계는 동물의 왕국?…"같은 그룹서 돌려만난 아이돌도" 폭로 - 머니투데이
- [단독]"전기차 충전요금 안 낸다" 유지비 '0원' 시대 성큼...'V2G' 뭐길래 - 머니투데이
- 李대통령 "사업자금이라 속이고 대출받아 부동산 구입? 형사처벌" - 머니투데이
- 이장우 "내 가게"라던 국밥집...4000만원 미정산에 "친구가 대표" - 머니투데이
- '항공사 기장 살인' 50대 "3년 준비, 4명 죽이려 했다"...범행 이유 묻자 - 머니투데이
- 이장우, 식자재값 4000만원 미지급?..."혼자 독박 쓰는 구조" 주장 나왔다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