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해진 러시아의 '북한 우선' 정책 [4강의 시선]

2025. 5. 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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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국제 상황에서 민감도가 높아진 한반도 주변 4개국의 외교, 안보 전략과 우리의 현명한 대응을 점검합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을 러시아 신안보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공식화했다.

무엇보다도 중국, 러시아, 북한이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함께 핵 감축 협상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차기 정부는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로드맵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다시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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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편집자주
요동치는 국제 상황에서 민감도가 높아진 한반도 주변 4개국의 외교, 안보 전략과 우리의 현명한 대응을 점검합니다.
러시아 세미나에서 확인된 변화
북한과의 장기동맹 의지도 확고
미·일·중 및 유엔과의 협력 필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인 30일 북한 나선과 러시아 하산에서 북러 국경 자동차 다리 건설 착공식이 동시에 개최됐다고 1일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에서 연이어 세 차례 세미나가 있었다. 러시아 학자들과의 토론에서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에 미묘한 변화가 있음을 느꼈고 이런 변화가 향후 대러 정책에 시사점이 적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

첫 번째 변화는 러시아가 기존 '한반도 비핵화 추구'를 장기 목표화하고, 김정은 정권 보장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러시아는 비핵화와 북한 정권 보장을 병행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작년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북한의 비핵화는 종결된 문제"라는 발언에서 읽히듯 러시아는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었고, 미국도 북핵 포기 유인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6자회담과 같은 다자 외교의 의미와 가치도 사라졌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 제재를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러시아의 의도가 엿보인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대놓고 위반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대북 추가 제재에는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남북통일에서도 통일은 남북한 민족 간의 선택이며 러시아는 이를 지지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지금은 남북한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두 국가이며 공존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이 굳어지는 양상이다.

두 번째 변화는 북러 밀착에 대한 한국의 우려는 무시하면서, 한국과는 경제 이익·북한과는 안보 이익을 독자적으로 추구하는 이중적 접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쟁 이전 러시아는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원칙으로 했으나 핵심 교역 파트너인 한국에 경사(傾斜)된 행태를 보여 왔다. 현재는 북한과의 관계는 한국과의 관계와 독립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작년 6월 페스코프 대통령 대변인이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이며 이에 대한 우려는 부적절하다"고 밝힌 것도 그런 맥락이다. 전후 경제회복을 위해 한국과의 경제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경제보다는 안보를 우선하는 정책 기조가 분명한 상황에서 남북한과 개별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세 번째 변화는 북한과의 장기 동맹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을 러시아 신안보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공식화했다. 작년 6월 체결한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 따라 필요한 경우 북한에 군사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음도 최근 분명히 했다. 우크라이나 평화조약 참여국에 브릭스와 함께 북한을 적시함으로써 동맹의 국제적 인정을 구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변화를 볼 때 러우전쟁이 종전되더라도 북러 밀착이 지속될 가능성은 커 보인다. 북러 밀착이 북한의 군사 지원 필요성 때문에 이뤄졌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면 북러관계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고, 한러관계도 이전과 같이 복원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 변화가 주는 우리의 과제는 뭘까. 우선 러시아의 군사기술 북한 제공에 대한 한미 간 정보 공유 체제를 확고히 하는 것이다. 대북 제재가 사실상 느슨해질 것에도 대비하여 유엔 및 서구 그리고 중국과도 대북 제재 이행체제 강화 협력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국, 러시아, 북한이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함께 핵 감축 협상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차기 정부는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로드맵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다시 밝혀야 할 것이다.

엄구호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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