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산은 어딜 가도 예술이다

문소영 2025. 5. 3.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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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 ‘디지털 서브컬처’ 전시 전경.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팬을 확보한 디지털 크리에이터의 작품을 소개한다. [사진 부산시립미술관]
전면 개보수 중이라 문이 닫힌 (2026년 재개관) 부산시립미술관의 야외 조각공원은 오히려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현란하다. 마치 스마트폰을 사람 크기로 확대한 듯한 길쭉한 LED 디스플레이가 수십 개 서있고 거기에 가지각색의 영상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SF영화나 판타지 애니메이션의 장면들 같은 신비롭고 화려한 영상들도 있고 광고 장면들 같은 트렌디한 영상들도 있다. 미술관 내부에서 보던 무겁고 어려운 미디어아트와 달리 대부분 경쾌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28개국 45명 창작자들의 작품인데, 이중에는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은 소셜미디어에 작품을 올리는 디지털 창작자들이다. 팔로워가 10만 명 이상, 심지어 100만 명 이상인 스타들도 다수 있다. 이 전시로 소위 하이아트(고급 예술)와 서브컬처(하위문화)의 경계를 흐릿하게 해보고자 한다”고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설명했다.

이 전시 ‘디지털 서브컬처’의 부제는 ‘모두가 창조자’이다. 디지털 시대,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시대에 콘텐트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 및 예술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을 나타냈다. 전시는 그러한 시대에 새로운 미술 전시·담론은 물론 아트마켓의 플랫폼을 제시하고자 하는 미디어아트 축제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의 일환이다. 부산시 전역 20여 개 문화공간에서 지난 달 말에 개막해 6월 말까지 계속된다.

이 축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미디어아트 축제 ‘루프 바르셀로나’를 모델로 했으며 부산시립미술관과 젊은 컬렉터들의 단체인 에이플럭션이 함께 기획했고 조현화랑·리앤배·오케이앤피 등의 상업화랑, 부산박물관·고은사진미술관 등의 뮤지엄, 각종 문화기관들이 느슨하게 연대해 협력하는 구조다. 또 아트페어와 포럼도 중요한 비중으로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는 대중문화와 현대미술, 영리와 비영리 간의 경계를 해체하는 다차원의 융합 예술 축제를 가능하게 한다”고 서 관장은 설명했다.

국제갤러리 부산의 정연두 개인전. ‘루프 랩 부산’ 페스티벌의 일환. [사진 국제갤러리]
부산시립미술관은 축제의 일환으로 ‘디지털 서브컬처’와는 대조적인 정통 미디어아트 전시 ‘무빙 온 아시아’도 열고 있다. 옛 부산시장 관사인 도모헌, 영상 복합문화 공간인 영화의전당, 그리고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등과 협력해서 아시아 각국 27명 아티스트의 영상작품을 상영하고 있다.

한편 국제갤러리 부산에서는 루프 랩 부산의 일환으로 세계적인 작가 정연두의 개인전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을 시작했다. 5명의 음악가들이 블루스 음악의 각 파트를 연주하는 영상이 5개의 커다란 디스플레이에 각각 상영되고 그들 주변에는 작은 디스플레이들이 막걸리 등의 다채로운 발효 장면 영상을 보여주는데 재미있게도 블루스에 맞추어 발효 거품 등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이 연주하는 블루스 음악은 국내에 정착한 고려인(한국계 구 소련 지역 사람)의 사연을, 본래 조상의 땅이었던 곳으로 돌아왔지만 또 다른 이방인이 되어버린 이들의 현실 생활을 담고 있다. 예전 작업부터 이주민과 디아스포라의 현실에 관심이 많던 작가는 “본래 블루스 음악이 미국 남부 흑인들의 힘든 현실을 그럼에도 유머를 담아 담담하게 노래한 것이다. 그 정서가 좋아서 블루스 음악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본래 루프 바르셀로나는 갤러리스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것인만큼 이 축제에서는 아트마켓과 젊은 컬렉터의 양성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달 24~26일에는 그랜드 조선 호텔에서 디지털·미디어아트 페어가 열렸다. 기존 루프 바르셀로나에 참여했던 유명 국내외 갤러리 및 기관 40여 곳이 참여했다.

또한 페어 기간에 그랜드 조선 호텔에서 열린 루프 랩 부산 연계 포럼들을 보면, ‘미디어 아트 컬렉팅’ 포럼에서는 디지털·미디어아트가 어떻게 개인과 미술관의 소장품으로서 거래되는지 그 현주소와 미래를 다뤘고, ‘미술과 자본’ 포럼에서는 이러한 컬렉션이 어떻게 자산으로 기능하는지와 관련 제도적·법적 기반을 다뤘다. ‘미디어 아트 컬렉팅’ 포럼에는 루프 바르셀로나 공동창립자이며 앙헬스 바르셀로나 갤러리 대표인 에밀리오 알바레즈 등이 참여했다.

연계 포럼과 페어는 지난 주말에 끝났으나 대부분의 루프 랩 부산 전시는 6월 말까지 계속된다. 이와 별개로 국내 주요 미술장터 중 하나인 아트부산이 오는 8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다. 1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페어에는 전 세계 17개국에서 108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부산은 한동안 미술로 풍성할 예정이다.

부산=문소영 기자 sy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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