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비루해지지 않으려… 실버타운서 하루의 기적을 시도한다
[나의 실버타운 일기] (10) 하루의 기적

매일 아침 명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지 못하는 날이 훨씬 더 많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몸의 움직임이 어제보다 못한 날은 명상은커녕 짜증부터 난다.
일어나서 불을 켜고 물을 마시고, TV도 켰다 껐다…. 좀처럼 안정이 안 된다. 그때 들려오는 소리. “움직여라.” 운동을? 운동은 아무나 하나? 싫다. 다시 속삭이는 소리. “걷기라도 해라.” 걷기도 싫다. 숨도 쉬기 싫다. 다시 떠오르는 소리. “아무도 안 도와준다. 자신과의 싸움이다.”
하는 수 없이 썰렁한 복도로 나와 서성댄다. 창밖에 가로수가 보이고, 벌써부터 분주한 택배 사장님, 우편함에 쌓인 전단과 청소 카트, 바깥의 소음, 나보다 먼저 나와 서성대는 노인의 무표정한 얼굴.
평범한 하루가 당연히 오는 것은 아니다. 쉼 없이 밀려드는 일상의 혼돈과 내 몸속의 복잡한 구조, 기능이 얽히고설키면서 내가 그 속에 끼어들 때 비로소 보통의 하루가, 하루의 기적이 시작되는 것이다. 일과는 어김없이 이어진다.
①정해진 시간에 식사하기: 혼자서는 챙겨 먹기도 어렵던 식사가 해결된다.
②운동하기: 움직이지 않으면 긴 시간 누워서 불편한 간병인 손에 내 인생이 맡겨진다. 그 시간을 늦추기 위해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
③치매 예방: 치매는 늪에 빠지는 일. 가족들까지 끌고 들어가는 늪이다. 예방 교육은 무조건 따라 해야 한다.
“삶은 치사하고 비루하다”는 생각을 곱씹으며 더 이상 비루해지지 않기 위해 오늘도 버거운 하루의 기적을 시도한다. 호스피스 병동의 한 젊은 의사가 “죽음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는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당사자로서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공부의 끝이 죽음이라면 나의 하루는 그 끝을 향한 삶의 수련, 죽음에 이르는 수련 과정이기 때문에.
※필자(가명)는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은 한 실버타운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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