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공화국, 옆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게 될수록 우울

2025. 5. 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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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환의 세상만사 경제학] 벼농사와 페이스북의 공통점
한국인이 유난히 눈치를 많이 보고 체면을 중시한다는 인식은 상당히 널리 퍼져 있다. 남들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칠지 끊임없이 신경을 쓰다 보면 동네 뒷산에 갈 때도 히말라야 오를 만한 등산복을 챙겨 입고, 주차장도 좁은데 굳이 배기량 큰 차를 구입하기 마련이다. 이런 눈치와 체면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인이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해서 특별히 눈치를 많이 보는 것인지 엄밀하게 측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빡빡한 사회라고 한다. 지켜야 한다고 여겨지는 규범들이 많은 데다 ‘튀는’ 행동들이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은 자연히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눈치보기의 장점과 단점
모내기를 하는 모습. 벼농사는 협업이 필요해 이웃끼리 정보를 많이 교환하게 되는데 이것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다. [중앙포토]
눈치를 보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계속 비교한다. “보는 눈도 많은데”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는 거다. 사실 이런 태도는 한국이 압축적으로 고도성장을 하는 데 상당히 긍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어서 나쁘다고만 할 것도 아니다. 다른 선진국과 한국을 비교해 보고서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하며 달리다 보니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것이 아닌가. 하지만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은 쉽게 불행해지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서 자기가 모자란 부분이 자꾸 보이기 때문이다. 남들은 저렇게 해외여행을 다니는데 나는 그러지 못하고, 누구네 아이는 좋은 대학 갔다는데 우리 아이는 공부를 못하고. 차라리 몰랐더라면 그냥 스스로의 처지에 어느 정도 만족하면서 살 텐데. 본인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난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기분이 좋아지기는 쉽지 않다. 이런 눈치 보기와 비교하기에 불을 지른 것이 소셜미디어, 즉 사회 관계망 서비스다. 예쁜 카페 사진, 달콤하고 맛있는 음식 사진이 몇 분 간격으로 끊임없이 눈앞에 나타난다. 결국 남들 다 간다는 예쁜 카페에 자기도 가서 사진 찍고 인스타그램에 자랑해야 마음이 편해지고, 그러지 못하면 불행해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2022년에 재미있는 경제학 논문이 하나 발표됐다. ‘소셜미디어와 정신건강’이라는 제목인데, 말 그대로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비사용자들의 정신건강 상태와 비교해 본 논문이다. 그리고 결론은 “페이스북 사용이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라는 것이었다.

잠깐, 이쯤에서 ‘그게 무슨 경제학 논문이냐’ 하는 생각이 떠오를 법도 하다. 일단 이 논문의 핵심 명제는 전형적인 경제학 논문과 같이 “A를 하면 B라는 일이 벌어진다”라는 형식을 따르고 있다. 어떤 사회현상의 발생 원인을 밝히는 연구란 얘기다. 어느 연구자가 물가가 많이 오르는 것을 보았다. 왜 그런지 살펴봤더니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많이 늘렸다. 아, 실물경제의 거래량에 비해 화폐가 너무 많으면 물가가 오르는구나. 이렇게 인플레이션의 발생 원인에 대한 연구결과가 차곡차곡 쌓인다. 그러다 보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들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좀 더 근본적으로, 경제학은 사람들의 행복에 관심이 많다.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은 결국 거기에서 행복감을 얻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배고픔이나 추위 같은 불행을 피하기 위해 소비를 하고, 소비를 위해서는 생산을 해서 소득을 얻어야 한다. 결국 행복 추구는 모든 경제활동의 근원이다. 그러니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연구는 어찌 보면 경제학의 영역 안에서도 가장 핵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준(準) 실험적 상황의 중요성
저커버그가 하버드 기숙사 방에서 탄생시킨 페이스북의 창업과정을 그린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한 장면. 페이스북을 이용하면서 상호 비교에 노출된 대학생들은 정신건강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소니 픽처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다. 사람들의 행복감을 높이고 싶은데 소셜미디어 사용은 거기에 도움이 될까, 안될까. 이 연구를 하려면 자연과학에서 실험하듯이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해야 한다. 다른 조건이 모두 비슷한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그중 한 그룹만 소셜미디어를 쓰게 하는 거다. 만약 두 그룹의 행복감이 유의하게 차이가 난다면 그 원인이 소셜미디어 사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잘 설계된 실험을 하지 않고 그냥 평소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서 행복감을 비교한다면 잘못된 해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행복감이 평균적으로 낮다고 해도, 소셜미디어를 쓰다 보니 우울해진 것인지, 원래 우울한 사람일수록 소셜미디어에 더 집착하게 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역(逆)인과관계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현재 20~30대 젊은이들 수천 명에게 “이 중 무작위로 선택된 절반은 앞으로 5년간 아무런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래서 사회과학자들은 일상생활이나 역사 속에서 ‘마치 실험을 한 것과 같은 상황’을 발견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이번 논문은 페이스북이 막 서비스를 시작하던 당시의 미국 대학에서 이런 준(準)실험적인 상황을 아주 잘 찾아냈다.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는 대학생 시절 회사를 세우면서 먼저 주변 친구들에게 페이스북을 써보게 한 다음 다른 대학으로 서비스 범위를 조금씩 넓혀갔다. 2004년 2월 하버드에서 출발한 페이스북은 이렇게 점진적인 서비스 확대를 거쳐 2006년 9월에야 일반 대중에게 공개가 되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조사를 꾸준히 정기적으로 해 오고 있다. 이 두 자료를 합치면, 예를 들어 스탠퍼드대에 페이스북이 서비스되기 시작했을 때 이 학교 학생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비슷한 여건에 있지만 아직 페이스북이 열리지 않은 다른 대학 학생들의 건강상태와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700여 개의 대학에 걸쳐 3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의 자료를 들여다본 결과, 페이스북을 사용하게 되면 정신건강이 유의하게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우울감이 9%, 불안장애가 12% 증가했다는 식이다.

#벼농사 지으면 눈치 더 본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다른 논문에서는 20세기 중반 중국의 농촌에서 준실험적인 상황을 찾아냈다. 우리는 농촌 공동체라고 하면 보통 뭔가 따스하고 인간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지만, 같은 이웃들과 한 자리에서 오래 산다는 것을 눈치 보기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그리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이웃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까지 알고 지낸다”는 표현이 있는데, 정겹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숨 막힌다고 느낄 수도 있지 않나. 그리고 이런 ‘옆집 눈치 보기’ 문화를 벼농사와 연관 짓는 이야기도 예전부터 있었는데, 벼농사는 모내기처럼 협동작업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웃들과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게 되고, 자연히 서로 비교도 많이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벼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다른 농부에 비해 더 우울해지지는 않을까? 이 문제 역시 실험을 통해 제대로 밝히려면 농민들을 “너희는 벼농사, 너희는 밀농사”처럼 무작위로 농장에 배치해야 한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을까마는, 중국이 처음 공산화되었을 때 집단농장을 만들면서 정확히 이런 식으로 농민들을 무작위 배치했다는 데 착안한 경제학자들이 있었다. 아주 이상적인 준실험적 상황이 만들어진 셈인데, 이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벼농사를 짓는 농장에 배치된 사람들이 밀농장에 비해 이웃들과 자신을 더 많이 비교하고 결과적으로 우울감을 더 많이 느꼈다고 한다.

조너선 하이트는 2024년 저서 『불안 세대』에서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강조하면서 소셜미디어 이용자 연령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행복하려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덜 보는 게 상책인 것 같다. 옆집 숟가락 개수도 그만 세고.

이태환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대와 스탠퍼드대에서 공부하고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한국경제의 다양한 측면을 연구했다. 주변의 사회문화 현상을 경제학으로 해석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SERICEO에서 5년 간 ‘세상만사 경제학’ 강의를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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