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성민]“불리한 의료개혁은 안 돼”… 국민 신뢰 잃는 ‘선택적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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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시작된 의정 갈등이 1년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 규모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정부의 '백기 투항'을 요구하고 있다.
의대를 갓 졸업한 일반의가 최소한의 임상 경험은 갖춘 뒤 환자를 만나도록 해 안전을 지키겠다는 취지인데, 의료계는 "개원을 막으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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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의료공백을 견뎌 온 국민과 환자들이 보는 눈은 곱지만은 않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사직, 의대생 휴학 등 의료계 강경 투쟁의 결과, 모집인원은 원점으로 회귀했다. 2027학년도부터는 별도의 의사 수 추계 기구를 통해 새 정부가 정원을 조정할 여지도 생겼다. 누가 봐도 명확한 정부 패배인데, 의료계는 더 강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 싸움에서 의대생들은 겉으론 얻은 게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1일 미복귀 의대생에게는 유급 예정 통보가 시작됐다. 의대생 10명 중 7명은 유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예과 1학년은 내년에 24·25·26 등 세 학번 약 1만 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는 초유의 사태가 예상된다. 교육의 질 하락은 불가피하고, 의사 배출도 지연될 게 뻔하다.
최근 몇몇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복귀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들을 기회가 있었다. ‘정부의 일방적 의료개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명분도 있었지만 “선배들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기회가 줄어들 것”이란 속내도 숨기지 않았다.
이들이 우려하는 대표적인 정책은 ‘진료 면허제(개원 면허제)’다. 의사 면허 취득 후 1∼2년간 수련을 거치지 않으면 단독 진료를 못 하게 하는 제도다. 의대를 갓 졸업한 일반의가 최소한의 임상 경험은 갖춘 뒤 환자를 만나도록 해 안전을 지키겠다는 취지인데, 의료계는 “개원을 막으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결국 지난달 “개원 면허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한발 물러섰다.
‘진료 면허제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강경파의 주장에는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의아해하는 반응이 많다. 의대 졸업생 90%가량은 전문의 취득을 위해 수련을 받기 때문에 진료 면허제 대상이 아니다. 10% 남짓한 일반의가 경험을 더 갖춰 진료 현장에 나가는 수준이다. 개원을 막겠다는 것도 아니다.
강경파 의대생이 반대하는 의료개혁 과제는 수익 감소로 이어지는 게 많다. ‘비급여-급여 혼합 진료 금지’ ‘비의료인에게 미용 의료 분야 개방’이 그렇다. 정부가 의료계와 더 논의해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겠다고 해도 “시작도 해선 안 된다”며 논의 자체를 막고 있다.
의대 교육 현장을 오래 지켜 온 한 필수과 전문의는 이렇게 봤다. “지금 의대생들은 우리 세대보다 의대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도 훨씬 더 많이 하고 비용도 많이 썼다. 그만큼 보상받겠다는 심리가 강하다.”
대한의사협회는 2일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대통령 직속 ‘대한민국 의료환경개선위원회’(가칭) 설치를 요구했다. 현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운영을 중단하고, 의료개혁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다. 의료계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밥그릇’과 상관없이 개혁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수익 감소가 예상되는 과제는 ‘시작도 하면 안 된다’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취사선택하는 ‘의료개혁’은 진짜 개혁이 아니다.
박성민 정책사회부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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