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살렸던 '권순일 판례' 이번엔 안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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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그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유무죄를 따질 때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려왔다.
"선거 TV토론 발언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죄 처벌은 신중히 하고 검찰과 법원 개입을 최소화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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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절반 분량 대법관 2명 반대 의견도 눈길
"다수 의견은 민주주의 후퇴시키는 퇴행적 발상"

대법원은 그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유무죄를 따질 때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려왔다. 2020년 정치생명이 끝날 뻔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회생시킨 이른바 '권순일 판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후보를 살린 5년 전 판례도 이번에는 그를 구하지 못했다. 대법관 12명 중 다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아닌 유권자 관점을 강조했다.
권순일 판례 언급한 반대 의견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날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87쪽 분량의 판결문을 남겼다. 이른바 '권순일 판례'는 41쪽 분량의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의 반대 의견에만 네 차례 등장한다. 다수 의견에선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두 대법관은 다수 의견을 향해 "('권순일 판례' 등) 선례의 방향성에 역행해 선거의 공정성을 내세워 허위사실 공표죄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해석 방향을 취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 역사를 후퇴시키는 퇴행적 발상"이라고 직격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0211160005308)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0116260005157)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0117040001272)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0118100000898)
'권순일 판례'는 이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TV토론에서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지 않았다"고 발언해 기소된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20년 7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거론됐다. 당시 최선임이던 권순일 전 대법관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권순일 판례'로 불린다. "선거 TV토론 발언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죄 처벌은 신중히 하고 검찰과 법원 개입을 최소화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 같은 판단의 배경에는 정치적 표현을 행사할 중립적 공간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혐의가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될 위기에 놓였던 이 후보는 기사회생했고 2022년 20대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 두고 다수·반대 나뉘어

그러나 이번에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심리한 대법관 다수는 후보자가 아닌 유권자 관점을 강조했다. '정치인의 거짓말'을 판단하려면 ①발언을 세분화·재구성하지 말고 전체 맥락을 기준으로 해석한 뒤 ②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지 따져야 한다고 봤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표현 주체와 대상에 따라 달라지며 어떤 측면에선 그 자유는 더 제한될 수도 있다는 취지다. 기소 대상이 된 이 후보의 '김문기·백현동 발언'은 이 기준에 따라 허위사실 공표로 인정됐고, '권순일 판례'는 인용되지 않았다.
다만 반대 의견을 낸 두 대법관은 다수 의견에 강하게 반발했다. "다수 의견은 '선거인에게 주는 인상'이라는 잣대로 피고인의 발언을 허위로 쉽게 단정해 형사처벌을 감행한다"는 것이다. 발언의 의미를 법원이 특정한 잣대로 해석하고 규제할 게 아니라 정치적 영역으로 해소하고 유권자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는 "다수 의견과 반대 의견 모두 유효한 판례지만 어떤 것을 적용해 유무죄를 따질 것이냐에 따라 의견이 갈린 것"이라면서 "유권자와 후보자 중 어느 입장을 더 강조할지, 사법의 개입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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