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와의 동행’ 외친 한덕수의 ‘8분’ 쪽방촌 방문

5월2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공개 일정으로 서울시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을 찾았다. ‘8분’ 방문이었다. 한 전 총리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 돈의동 쪽방촌 주민공동이용시설인 ‘새뜰집’을 8분간 둘러보고서는, 곧바로 점심 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했지만 쪽방촌 주민들과는 별도의 만남을 갖지 않았다.
앞서 오전 10시 한 전 총리는 국회에서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모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마음 먹었다”라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개헌·통상해결·국민동행 등 세 가지 키워드를 강조하면서 “오직 국리민복을 위해 일하고 또 일하겠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한 전 총리는 국립서울현충원과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다음, 서울시 종로구 돈의동 주민공동이용시설인 ‘새뜰집’에 방문했다. 새뜰집은 돈의동 쪽방촌 주민을 위한 세탁실, 보건실, 상담실 등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는 5층짜리 건물이다. 2015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공모사업으로 선정되어 2019년 4월에 개관했다.
한 전 총리는 예고된 일정보다 약 40분이 늦은 오후 12시33분경 새뜰집에 도착했다.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 때와 달리, 아이보리색 잠바로 갈아입은 채였다. 한 총리는 당초 예정된 오전 11시55분에 맞춰 도착해 있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악수한 다음, 오 시장의 소개를 받으며 새뜰집의 내부 시설을 둘러보았다. 새뜰집 구강관리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만나기도 했다.
한 전 총리의 새뜰집 방문은 불과 8분여 만에 끝났다.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설 밖으로 나온 한 전 총리는, 곧바로 인근 한 순대국밥집으로 이동해 오 시장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쪽방촌 주민을 만나거나, 열악한 환경의 쪽방을 직접 살펴보는 일정은 없었다.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하고자 쪽방촌을 첫 방문 장소로 선택했다는 게 한 전 총리의 설명이다. 약자와의 동행은 오 시장의 대표적인 서울시정 슬로건 중 하나다. 한 전 총리는 “사회 통합하려면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기본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서울시 복지정책을) 중앙 정부 차원에서 확대하고, 좋은 아이디어는 캠프 공약으로 적극 채택해서 같이 일을 해야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덕수 전 총리의 ‘구색 맞추기’ 식 방문에 돈의동 쪽방촌 주민 일부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전 총리가 방문하고 떠났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한 주민은 “생색내기 아니냐”라고 말했다. 평생을 돈의동에서 살았다는 한 쪽방촌 주민은 “찾아왔다가 금방 가는 사람이 어딨냐. 올 거면 주민들에게 몇 시에 온다고 미리 이야기를 해줘야지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가 총리직 사퇴 후 하루 만에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한 전 총리의 일정도 급하게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 새뜰집 관계자는 〈시사IN〉에 한 전 총리와 오 시장의 방문 계획을 사전 통지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영민 돈의동쪽방상담소 소장은 “미리 언질을 받지 못했다. 오늘 오전 6시에 기사를 보고 (한 전 총리와 오 시장이 온다는 것을) 알았다. 서울시 연락은 오늘 오전 9시에 받았다. 이런 적이 없어서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문준영 기자 jun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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