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부 스토리로 만나는 경북의 문화유산] (6) 성덕대왕 신종

봄꽃은 허드레지게 피었어도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을 자주 주고받는 요즈음이다. 봄은 왔지만 봄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 말은 식상한 문구가 된지 오래이지만 죽은 나무에서 꽃 핀 듯이 되살아난 느낌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비상계엄의 선포와 그로 말미암은 방방곡곡의 아우성이 죽은 말을 되살려낸 이유이자 근거이다. 백상의 마음이 하나가 된 혼신의 울력으로 종을 만들고, 영혼 깊은 곳까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 깨달음을 얻던 신라적 사람들의 그날이 부럽다. 국립경주박물관 성덕대왕신종을 찾았다.

◆신라 경덕왕~혜공왕
- 효성스런 후계자인 경덕대왕께서 세상을 다스리실 때 큰 왕업을 이어 지켜 뭇 정사를 잘 보살폈으나,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어 세월이 흐를수록 그리움이 일어났으며 거듭 아버지를 잃어 텅 빈 대궐을 대할 때마다 슬픔이 더하였으니, 조상을 생각하는 정은 점점 슬퍼지고 명복을 빌려는 마음은 더욱 간절하여졌다. 삼가 구리 12만 근을 희사하여 1장(丈)이나 되는 종 1구를 주조하고자 하였으나, 그 뜻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문득 세상을 떠나셨다.
- 신해년(771) 12월이었다. 이때 해와 달이 교대로 빛나고 음양의 기운이 조화롭고 바람은 따뜻하고 하늘은 고요한데, 신성한 그릇(鍾)이 완성되었다. 형상은 산이 솟은 듯하고 소리는 용의 소리 같았다. 위로는 유정천(有頂天)까지 꿰뚫고 아래로는 귀허(歸墟)의 밑바닥까지 통하였다. 그것을 본 자는 기이하다고 칭송하고 그것을 들은 자는 복을 받았다.


◆조화롭고 아름다운 종
성덕대왕신종은 전체적인 비례가 매우 조화로운 크고 아름다운 종이란 평가이다. 종의 맨 위에는 소리의 울림을 도와주는 음통(音筒)이 있다. 한국의 동종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구조이다. 음통은 종소리를 더욱 깊고 웅장하게 만들어 준다. 종을 매다는 고리 역할을 하는 용뉴(龍鈕)는 용머리 모양으로 조각되어 있다. 두 마리의 용이 얽혀 하늘을 향해 승천하는 듯한 모습으로, 왕의 권위와 신성을 상징한다. 종 몸체에는 상하에 넓은 띠를 둘러 그 안에 꽃무늬를 새겨 넣었다. 종의 어깨 밑으로는 4곳에 연꽃 모양으로 돌출된 9개의 유두를 사각형의 유곽이 둘러싸고 있다. 유곽 아래로 2쌍의 비천상이 있고, 그 사이에는 종을 치는 부분인 당좌가 연꽃 모양으로 마련되어 있다. 통일신라 예술이 전성기를 이룰 때 만들어진 종으로, 화려한 문양과 사실적인 조각수법은 신라의 뛰어난 금속 기술과 예술성을 대표할 만하다. 다시 몸체에 새긴 명문 한 구절을 옮긴다.
- 무릇 지극한 도는 형상의 바깥을 포함하므로 보아도 그 근원을 볼 수가 없으며, 큰 소리는 천지 사이에 진동하므로 들어도 그 울림을 들을 수가 없다. 대저 종이라고 하는 것은 텅 비어서 능히 울리되 그 반향이 다함이 없고, 무거워서 굴리기 어렵되 그 몸체가 주름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왕자의 으뜸가는 공적을 그 위에 새기니, 중생들이 괴로움을 떠나는 것도 그 속에 있다. 엎드려 생각컨대 성덕대왕께서는 덕은 산하처럼 드높았고 명성은 해와 달처럼 높이 걸렸으며, 충성스럽고 어진 사람을 등용하여 풍속을 어루만지고 예절과 음악을 받들어 풍속을 관찰하셨다. 들에서는 근본이 되는 농사에 힘썼으며, 시장에서는 남용되는 물건이 없었다. 아들의 죽음에 상심하지 않고 나이 많은 이의 훈계에 마음을 두었다. 40여 년 동안 나라에 임하여 정사에 힘써서 한 해라도 전쟁으로 백성을 놀라게 한 적이 없었다.
'백성을 놀라게 한 적이 없었다'라는 글귀에 밑줄을 그으며 헌법재판관의 긴장된 목소리를 떠올린다"...... 치받는 목소리가 엇진 맥놀이 현상처럼 오래 울려 난청(難聽)의 봄날이 괴롭다. 난청은 난세의 심리적 현상이다. 결단코 백성을 놀라게 하지 않을 국태민안의 종소리가 그립다. 강현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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