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노란봉투법' 도입 약속, 좌절 거듭한 노란봉투법 다시 '날개'
21·22대 국회선 '윤석열 거부권'에 좌초
노조 손배 제한, 사용자성 확대 내용 담겨
법원 판례 및 ILO 권고에 부합하는 내용
일부 경영계 반발 예상, 설득과 조율 필요

앞서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노란봉투법 도입 논의가 다시 살아났다. 21·22대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한 차례씩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번번이 막혀 좌초됐다.
노란봉투법은 쟁의에 나선 노조원들에 대해 사측이 광범위하고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압류에 나서면서,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은 사례가 오랫동안 지속되온 배경 속에서 등장했다. 손배소송을 당한 노조에 전달해 달라며 시민이 한 언론사에 보낸 노란봉투에 담긴 기부금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손배 제한 및 사용자성 확대는 판례 부합
21·22대 국회 민주당 법안을 보면, 법원이 파업 등에 대한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경우 조합원 각각의 기여도를 고려해 책임 범위를 따지도록 했다. 쉽게 말해 노조지부장과 일반 노조원 간 책임에 차등을 두라는 의미다. 이는 사측이 쟁의행위에 단순 참여한 조합원에게도 거액의 손배 폭탄을 날린 뒤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다. 2023년 대법원도 '공동 배상' 책임을 깨고, 쟁의 참여자별 책임을 달리하도록 하는 판례를 확립했다.
또한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임금 등 노동조건에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하는 내용도 있다. 사실상 지배력 있는 원청은 빠지고, 결정권 없는 하청업체를 상대로만 교섭을 하기 때문에 수많은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진짜 사업주와 교섭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원청업체가 수백 곳의 하청업체 노조와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력 반발해왔다. 그러나 이미 법원은 CJ대한통운 등 사건에서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했다면 사용자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실질적·구체적 지배' 기준은 건마다 판단해야 하는 특성상, 결국 현장에선 진통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22대 국회서 더 강화된 법안
22대 국회 법안에는 21대 법안에 없었던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직접 노조에 참여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근로자의 속성이 강한데도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내는 노동자 비율은 860만 명을 넘어섰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고용 관계가 존재하지 않아도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22대 국회 법안은 또한 정당한(합법적인) 쟁의행위라면 사업주가 손해를 입을지라도 노조나 근로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면제했고,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노조 등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해 부득이 손해를 가했을 때도 배상 책임을 면제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뒤 22대 법안을 그대로 추진할지는 확답하기 이르다. 경영계는 사용자성 확대와 함께, 노동쟁의 대상을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확대한 조항 또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현재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대해서만 노동쟁의를 할 수 있는데, 이미 확정된 근로조건의 해석·적용 등도 쟁의 대상이 된다. 해고자 복직, 단체협약 미이행, 체불임금 청산이 대표적이다.
향후 노란봉투법이 현실화한다면, 필요성을 알리고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범위를 두고 심도 있는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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