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사 사람 아닌 한지민 정체에 대한 온갖 가설을 정리해보니('천국보다 아름다운')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요즘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드라마, 바로 JTBC 주말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열풍에 이어 이제는 "솜이 정체가 뭐야?"가 단골 주제가 됐다. 드라마의 성패는 결국 얼마나 회자되느냐에 달려 있는 법, 그런 의미에서 <천국보다 아름다운>도 이미 반 이상 성공한 셈이다.
<폭싹 속았수다>와 닮은 구석도 꽤 있다. 선과 악으로 나뉘지 않는 입체적 인물들, 그리고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전개. 예를 들면 부산으로 야반도주한 애순이(이지은)와 관식이(박보검)가 도와준 여성이 나중에 위기에 빠진 애순이 딸 금명이를 구해주지 않았나.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인공 해숙(김혜자)은 학대받던 영애(이정은)를 데려다 딸처럼 키운다. 하지만 천국에 도착해 알고 보니 해숙의 엄마도 생모가 아니었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첩의 자식을 애지중지 키워준 것. 한 사람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고, 그 생명이 또 다른 인연을 구하는 식이다.

또 하나 공통점은 순애보적인 사랑이다. 해숙이 벌점을 받아 지옥행 열차에 오르자 낙준은 주저 없이 아내를 찾아 지옥으로 향한다. 말로만 '너 없이는 하루도 못 산다' 외치는 사랑이 아니라 진짜 지옥 불로 뛰어드는 사랑이다. 요즘같이 책임 없는 말이 난무하는 세상에 그 진심 하나만으로도 감동을 준다. '양관식'과 '고낙준' 중에 누가 더 사랑꾼일까?
<천국보다 아름다운>에는 색다른 장치도 있다. 천국에서 80세 이상의 삶을 선택한 사람에겐 '내레이션 버튼'이 주어지는 설정이다. 연로한 김혜자 선생님을 위한 제작진의 배려이지 싶은데 덕분에 시청자들은 한결 마음 가벼이 김혜자 선생님의 연기를 볼 수 있게 됐다.

이 드라마가 단숨에 입소문을 탄 이유는 천국에서 개들이 쏜살 같이 달려와 주인들을 반기는 장면 때문이다. 먼저 간 반려동물이 천국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 웹툰 작가 '스토우캣'의 '옹동스'에 나온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간 반려동물이 마중 나와 준다'는 대목, 바로 그 감성을 이 드라마가 품었다.
해숙과 고양이 쏘냐(최희진)의 재회 장면도 가슴 뭉클했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솜이(한지민)에게는 경계심을 보이지 않는 쏘냐, '혹시 우리가 아는 사이였느냐' 솜이가 묻자 쏘냐의 반응은 '뭐야? 기억 못하는 거야?',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나온다. '솜이 정체는 뭘까?'. 가설은 여러 가지다. 영애 설, 시어머니 설, 태어나지 못한 아이 설. 우산 방어법, 프라이팬 사건, 해숙이 주머니에 손을 넣는 잠버릇까지, 많은 것들이 영애를 가리키지만 영애라고 보기엔 시점이 맞지 않는다.

게다가 4화 엔딩과 5화 예고를 보면 영애는 이미 지옥에 있지 않나. 공식 홈페이지 소개란에 두 차례나 시어머니가 등장해서 시어머니 설이 나온 모양인데 시어머니라 하기엔 어색한 감이 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해숙과 낙준의 태어나지 못한 아이'라는 추측이다. 솜이는 기억이 없다. 기억을 잃은 것이 아니라 애초 살았던 적이 없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무엇보다 고양이와 유기견들만 옷이 바뀌지 않는데 솜이도 등장한 이래 내내 단벌이다. 그렇다면 예사 사람이 아닐 수 있지 않나.
<천국보다 아름다운>, 이 드라마가 그리는 '천국'은 단순히 착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 아니다. 이곳은 풀지 못한 악연, 억울함, 미련, 여러 감정을 정리하고 인연을 완성하는 곳이다. 조건도 있다. 아무리 내가 만나고 싶어도, 그 사람이 거부하면 함께할 수 없다. 솜이는 기억도, 정체성도 없는 존재다. 하지만 솜이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는 그저 천국판 로맨틱 코미디로 끝났을지 모른다.

솜이는 해숙이 벌점을 받게 만든 요인이다. 관계를 흔들고, 감정을 뒤흔든다. 즉, 갈등의 매개체이자 이야기를 풀어가는 열쇠다. 그런 인물이 아무 배경 없이 나왔을 리는 없지 않나. 제작진의 전작 <눈이 부시게>의 마무리가 워낙 좋았던지라 기대가 크다. 하지만 한 가지, 솜이 정체는 하루 빨리 밝혀져야 하지 않을까? 요즘 시청자들, 답답하니 질질 끄는 거 질색이지 않나.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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