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엑세스] 관세전쟁, 다시 드리운 경기침체의 그늘

방성훈 2025. 5. 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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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위노그래드 AB 선진시장 수석 이코노미스트

[에릭 위노그래드 AB 선진시장 수석 이코노미스트] 지난달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교역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90일 간 유예하는 대신, 이 기간 10%의 보편관세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단순한 통상 정책을 넘어서는 미국의 관세 조치는 글로벌 경제 전반에 구조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조차도 이번 관세 전쟁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을 전망이다.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지속되는 가운데, 그 영향은 이미 미국 내 물가 수준에 반영되고 있다. 실효 관세율은 전년대비 10%포인트 이상 상승했고, 이는 곧 소비자와 기업 모두의 비용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다. 이에 따라 AB는 올해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망치를 3.8%로 상향조정 했는데, 이는 관세 조치가 없었을 경우보다 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가계는 평균 약 2000달러의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연방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가계 부담을 일부 상쇄했지만, 이번에는 이러한 정책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은 더욱 클 수 있다. 유예된 관세 조치가 실제로 발효된다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5~1.0% 수준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민간소비 위축과 공공부문 일자리 감소까지 맞물리면서 미국 경제는 저성장과 고물가라는 이중고를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가 곧바로 침체로 접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미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매우 견고하기 때문이다. 3월 고용보고서에서 22만 8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고, 실업률도 4% 내외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특히 임금 상승률이 인플레이션을 상회하면서 가계의 실질 소득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고용 및 소득 기반은 경기 급락의 완충 장치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견고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연내에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경우, 연준은 금리 인하로 대응할 것이다. 다만 통화정책의 방향은 실제 물가 수준보다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더 중요할 수 있다. 1970년대에 스태그플레이션이 장기화된 주된 원인은 실제 물가 상승이 아닌 급등한 기대 인플레이션이었다. 연준은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시장 심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행히도 현재 대부분의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 중이다. 또한 과거에도 물가가 다소 높았던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시장의 기대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한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여지가 충분하다. 아마도 올여름부터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총 75bp(1bp=0.01%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며, 정책금리는 3.0% 이하로 낮아질 수 있다.

이번 관세 조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표면적인 경제 수치보다도 불확실성이 시장에 미치는 심리적 파장이다.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업과 가계는 투자와 소비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위축된 분위기는 아직 경제 지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진 않았지만, 서서히 다가오는 그림자처럼 경제 전반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변화의 본질을 꿰뚫는 시각이다. 지금은 시장의 방향을 예단하기보다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구축할 시점이다.

<본 투자전략은 투자 참고자료이며, 해당 전문가의 투자전략은 당사의 견해와는 무관합니다. 또한 AB 내 모든 운용팀의 견해를 나타내지 않습니다.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특정 증권 및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 투자 조언 또는 추천으로 해석되어선 안됩니다. 이 자료에서 언급한 어떤 전망이나 견해도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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