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그렇게 하면 안 돼” 정신 번쩍 든 최지훈, 깨어보니 순위표 상단에 보인다

김태우 기자 2025. 5. 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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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절정의 타격감으로 침체된 SSG 타선을 깨워가고 있는 최지훈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주자는 이미 3루를 돌아 홈으로 뛰고 있었다. 안타를 잡은 중견수가 홈으로 던지는 것은 욕심이었다. 최지훈(28·SSG)도 이를 머리로는 잘 알고 있었다. 최지훈은 “평소에는 안 던지는 상황이었다. 올 시즌 하면서도 계속 안 던졌다”고 했다. 그러나 몸이 마음대로 따르지 않았다.

달리는 주자만 보였고,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순간적인 판단이 흐려졌다. 4월 30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 3회에 나온 미스 플레이였다. 당시 무사 1,2루에서 구자욱의 잘 맞은 중전 안타가 나왔다. 타구를 바로 앞에서 보고 뛸 수 있었던 2루 주자 이재현의 스타트는 빨랐고, 걸음이 느리지 않은 선수라 어느덧 3루를 돌아 홈으로 내달렸다.

공을 잡은 최지훈은 오히려 3루로 던지거나 내야로 건네 주자들의 추가 베이스를 막아야 했다. 하지만 결과에 너무 짓눌려 있었을까. 최지훈답지 않게 홈으로 송구를 했고, 이재현이 여유 있게 홈을 밟는 사이 주자들은 송구의 방향을 보고 한 베이스씩 더 갔다. 그렇다고 송구가 강하고 정확했던 것도 아니었다. 홈에서 승부조차 못했다. 무사 1,2루로 막았어야 하는 상황이 무사 2,3루가 됐고 이는 디아즈의 희생플라이로 이어지며 추가 실점의 빌미가 됐다.

최지훈은 “타구가 굉장히 빨라서 이 정도면 승부가 되겠다 싶었는데 탄력을 못 이겼다. 손에서 공이 빠졌다”면서 “그 이후 혼도 많이 났다. 형들이 ‘너는 그런 거 하면 안 된다. 네가 지금 그라운드에서 그렇게 해버리면 안 된다”고 털어놨다. 모두가 정신이 없더라도, 팀의 주축이라면 냉정하게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사소한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애정 어린 질책이자 조언이었다.

▲ 1일 인천 삼성전에서 역전 투런포를 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등 공수 모두에서 만점 활약을 펼친 최지훈 ⓒSSG랜더스

사실 부담감이 심한 상황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 동안은 팀을 이끌 형들이 있었다. 자신은 뒤에서 밀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그렇지 않다. 그간 팀을 이끌던 선배들은 이제 슬금슬금 전력의 중심에서 뒤로 빠지고 있고, 팀 타선의 정신적 지주였던 최정마저 햄스트링 등 부상으로 2일에야 시즌 첫 경기를 한다. SSG는 갑자기 최지훈 박성한이라는 중간급 선수들이 이끌고 가야 하는 팀이 된 것이다. 언젠가는 올 일이었고, 책임감도 있었고, 준비도 했지만 확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어깨에 올려진 무거운 짐은 최지훈을 누르고 있었고, 이에 공·수 모두에서 최지훈답지 않은 플레이가 간혹 나왔다. 기대가 컸던 만큼 팬들의 실망이 큰 것도 당연했다.

최지훈은 변명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못했다고 했다. 계속 경기에 나가고, 비를 맞으면서 경기를 하는 등 체력적인 부담이 심한 상황에서도 묵묵하게 팀에 공헌하려고 했다. 잘 안 되는 부분에 대한 울분을 꾹꾹 참고 최선을 다한 결과는 다행히 그렇게 늦지 않게 찾아오고 있다. 최근 공격에서 상승세다. 1일 인천 삼성전에서는 9회 지금까지의 실수를 한 번에 만회하는 최지훈다운 슈퍼캐치로 팀 마운드를 도왔다.

팀 부동의 리드오프로 나서고 있는 최지훈은 1일까지 시즌 30경기에 나가 타율 0.316, 2홈런, 13타점, 8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78을 기록하며 돌격대장으로서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0.405에 이를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시즌 타율은 리그 전체 10위, 최다 안타에서는 알게 모르게 3위까지 올라왔다. 도루도 공동 4위다. 4월 30일 인천 삼성전에서도 잘 맞은 안타 3개(2루타 1개 포함)를 날리더니, 1일 삼성전에서는 3회 역전 투런포를 포함해 2안타 2타점에 그림 같은 수비로 팀의 연패를 끊는 데 앞장섰다.

▲ 최지훈은 어려운 팀 상황에서도 책임감을 잃지 않고 올 시즌 리그 타격 주요 부문 상위권에 올라 있다 ⓒSSG랜더스

이숭용 SSG 감독은 지난 스프링캠프 당시 최지훈의 타격 메커니즘 수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올해 3할을 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최지훈은 몸쪽에 굉장히 강한 면모를 보이는 좌타자지만, 타격을 할 때 왼손을 너무 쓰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한가운데나 바깥쪽 공에 약했다. 최지훈은 지난해 시즌 중반부터 강병식 타격코치와 함께 이것을 교정하려고 노력했고, 올해 3할 타율을 돌파하며 그 효과를 보고 있다. 끊임없는 노력이 배신하지 않은 셈이다.

최지훈은 “시즌 개막 이후 타격감이 막 좋지 않았던 적은 없다. 지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캠프 기간 중 교정 작업에 대해서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강병식 코치님과 거의 매일 이야기하다시피 한다. 아무래도 좋은 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하려고 생각한다”고 들뜨지는 않았다.

무거운 짐도 이겨내겠다는 각오다. 최지훈은 “우리 팀이 어려운 상황이라 나랑 (박)성한이, 형들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게 조금 복합적으로 계속 나왔었던 것 같다”면서 “어떻게 보면 어린 주전 선수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책임감이라고 할까 그런 게 있다. 지금까지는 ‘뭔가 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보여줘야 한다’는 느낌으로 바뀐 게 있다. 성한이도 힘들 것이다. 나나 성한이나 어린 선수들이 올 시즌을 하면서 좀 많이 느끼고 많이 배우고 또 조금 더 성숙해져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면서 자신부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 SSG 최지훈 ⓒ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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