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대미 관세 협상 카드?… 태국, ‘왕실모독’ 미국 학자 기소 돌연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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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이 왕실모독죄 혐의가 걸린 미국인 학자에 대한 기소를 돌연 취하했다.
태국이 한 달여 만에 입장을 뒤바꾸며 그 배경에 미국 관세 협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군 당국은 "왕실 모독을 국제 문제와 연결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지만, 관세 협상에 진척이 보이지 않으면서 결국 미국 측에 소 철회라는 '당근'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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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태국 '관세 협상 연기 원인' 지목돼

태국이 왕실모독죄 혐의가 걸린 미국인 학자에 대한 기소를 돌연 취하했다. 지지부진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자극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2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태국 검찰청은 미국인 폴 체임버스(58)에 대한 기소를 철회하고 법원에 석방을 요청했다. 검찰은 “이번 결정은 왕실모독죄 적용 기준을 논의 중인 실무위원회의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임버스는 30년 넘게 태국에 거주하며 북부 핏사눌록주(州) 나렌수안대에서 태국 군부의 정치적 영향력 등을 연구해왔다. 태국 군 당국은 그가 왕실에 대해 부적절한 언급을 했다며 올해 초 경찰에 고발했고 지난달 8일 체포가 이뤄졌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해 10월 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나왔다. 체임버스는 “태국 국왕이 군을 재편하거나 고위 국가안보관리를 임명할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태국에서 형법 112조(왕실모독죄)는 최고 징역 15년에 처해지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태국 인권단체 ‘인권을 위한 태국변호사들’은 지난 5년간 270명 이상이 이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의 경우 추방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이번 사건은 예외적으로 법적 조치를 강행했다.

자국 학자 체포에 미국 정부는 태국을 비난했다. 미 국무부는 “체임버스 체포에 경악했다”며 “태국에 표현의 자유를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미정치학회(APSA)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의원들에게 체임버스 기소 철회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태국 당국은 요지부동이었다. 현지 법원은 체임버스 측의 보석 신청도 기각했다. 그가 중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고 외국인이어서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태국이 한 달여 만에 입장을 뒤바꾸며 그 배경에 미국 관세 협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태국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로부터 36%에 달하는 상호 관세를 부과받았다. 양국은 지난달 23일 관세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하루 전인 22일 미국 측이 돌연 협상을 연기했다. 아직 새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이후 야권에서는 체임버스 체포 사건이 관세 협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소 취하를 촉구했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도 “사건이 협상 연기와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군 당국은 “왕실 모독을 국제 문제와 연결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지만, 관세 협상에 진척이 보이지 않으면서 결국 미국 측에 소 철회라는 ‘당근’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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