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건너가기(바라밀다)'를 되새기며

장준홍 2025. 5. 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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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홍의 노자와 현대의학]
사찰에서 제공한 식사에 두부를 추가해 단백질을 보충한 상차림. [사진=장준홍 제공]

부처는 세상이 온통 고통으로 가득하다고 했다. 대표적인 고통인 생로병사(生老病死) 네 가지를 먼저 꼽아 보기로 한다. 나이 들고, 병들어, 죽는 데는 까닭이 있다. 내가 아닌 많은 대상과 내가 관계를 맺고 엮이는 과정에서 그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내가 아닌 많은 대상과 엮이는 과정에 따른 흔적은 대체로 아픔으로 남는다. 그 아픔이 고통의 바다(苦海)를 이룬다.

나이 들어, 병들고, 죽어가는 과정에서 아픔을 의학적으로 살펴보면, 염증의 대표적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염증은 외부로부터 침입한 이물질로부터 내 몸을 방어하느라 치열하게 싸운 전투이고, 흔적이다. 그런데 내가 내 손으로 내 입에 넣어준 음식은 이물질이 아닐지 의심해봐야 한다. '내가 먹은 음식은 내 몸과 같은가, 다른가?'라는 생소한 질문에 답해보자.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이 참으로 불편한 진실이지만, 내가 먹은 음식은 내 몸과 다르다. 내 몸과 다른 물질이 내 몸에 들어오면, 내 몸은 반드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면역(염증)반응해야 한다. 그래야 생존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내가 먹은 음식으로부터 흡수한 3대 영양소를 이용해서 면역(염증)반응을 진행한다. 이때 염증반응의 시작을 담당하는 아이카사노이드(eicosanoid)와 마무리를 담당하는 레졸빈(resolvin)이 참여한다. 그런데 염증을 시작하는 아이카사노이드와 비교해서 염증을 마무리하는 레졸빈이 부족하면, 염증반응을 마무리하지 못해 염증 흔적을 남기고 만다. 이 정도의 염증 흔적으로는 염증의 대표 증상인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아프다고 소리를 내지 않아서 '침묵의 염증(silent inflammation)'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이때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아이카사노이드와 레졸빈 합성에는 인슐린과 글루카곤, 두 가지 호르몬이 관여한다. 인슐린은 염증반응을 시작하는 아이카사노이드 합성에, 글루카곤은 염증반응을 마무리하는 레졸빈 합성에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탄수화물 식품, 글루카곤 분비를 자극하는 단백질 식품을 상호 비율에 맞춰 적정량 섭취해야 한다.

곧 부처님 오신 날이다. 초파일에 사찰을 방문하면 점심 공양을 먹는다. 늘 그렇지만, 점심 공양에는 단백질 식품이 부족하다. 밥과 나물 그리고 떡이 전부다. 몹시 아쉬운 일이지만, 탄수화물 식품뿐이다. 따라서 인슐린 분비가 많아 염증반응을 시작하는 아이카사노이드를 많이 합성해서 침묵의 염증을 만들고야 만다. 이때 합성되는 아이카사노이드는 염증반응을 마무리하는 레졸빈이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많다. 따라서 사찰에서는 당연히 육류를 제공하지 않지만, 식물성 단백질 식품의 으뜸인 두부를 꼭 챙겨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어차피 겪는 고통의 바다(苦海)에 염증이라는 또 다른 고통, 한 바가지를 붓는 일을 피하고 싶다.

2018년 5월, 부처님 오신 날에 두부 한 모를 먹기 좋게 잘라서 가져갔었다. 점심 공양에서 밥을 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더니, 봉사하시는 보살이 물었다. "뭘 드시려고요?" 묻길래 딱히 설명하지 못하고 '알아서 먹을게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가져간 두부를 여러 나물과 비비니, 두부 샐러드였다. 함께 나눠준 작은 떡과 조그만 바나나 한 쪽을 밥 대신에 먹고, 새콤달콤한 오이냉국을 들이켰다.

오래전, 건강을 지켜주리라 막연하게 기대하며 먹었던 식사 패턴으로부터 새롭고 탁월한 식사 패턴으로 '건너가기(바라밀다)'를 감행했었는데, 새롭게 실천하고 있는 식사 패턴을 부처님 오신 날에도 이어가서 다행이었다. 실제로 새로운 식사 패턴을 이어가는 일을 또 하나의 수행(修行)이라 여기며 실천하고 있다. '건너가기'는 마치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는 속담에 비유할 수 있다. 아무리 건강을 되찾아 주는 식사법을 많이 알아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권장하는 어느 식사법이든 2주 동안 제대로 실천해보면, 해당 식사법이 나에게 맞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 나에게 맞는 식사법을 찾으면, 주저하지 말고 바로 그 식사법으로 '건너가기'를 권한다.

장준홍 원장 (doctorzon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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