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25년 언론자유지수 61위 '문제 있음' 국가 불명예
국경 없는 기자회 발표...지난해 이어 '입틀막' 퇴행 반복한 윤석열 정부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세계 언론자유의 날(5월3일)을 하루 앞두고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2일 발표한 2025년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이 6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62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로, 정부 차원의 '입틀막'이 계속되었다는 의미다. 한국은 문재인정부 5년간 43위→41위→42위→42위→43위를 기록했고, 3년 연속 아시아 1위를 기록한 시기도 있었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첫 번째 발표에서 47위를 기록한 뒤 2년 연속 60위권으로 추락했다. 조사가 시작된 이후 60위권 추락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어 세 번째다. 한국은 언론자유 국가분류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문제 있음'으로 분류됐다.
이번 조사는 2024년 국가별 언론 상황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2024년 한국 언론 상황은 2023년과 마찬가지로 퇴행의 연속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윤석열 대통령 지각체크 영상을 올린 서울의소리 기자의 유튜브를 접속차단 했고, '바이든-날리면' 1심 재판부가 MBC에 정정보도 판결을 선고했다. 2월엔 KBS 특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녹화 방송에서 박장범 앵커가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가리켜 “작은 파우치”라고 말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그해 말 박장범 앵커는 KBS 사장이 되었다.
지난해 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2인 체제로 YTN 최다액출자자(유진이엔티) 변경 승인 의결을 강행, 보도전문채널 졸속 민영화에 나섰다. KBS 제작본부장은 총선 이후 편성한 세월호 10주기 다큐가 “총선에 영향을 준다”며 편성 연기를 지시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여사'를 안 붙이고 '김건희 특검'이라 불렀다며 SBS에 행정지도를 의결했다. 방심위는 '양심고백 연설'이란 이름의 윤 대통령 풍자 영상을 접속 차단했다. 3월엔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MBC 잘 들어”라며 '언론인 회칼 테러'를 언급해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해 5월엔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개최했는데 무려 631일 만이었다. 7월엔 언론계의 거센 반발 속에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임명했고, 이진숙 위원장은 임명 당일 KBS 이사·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2인 체제에서 졸속 선임했으나 법원에 의해 효력이 멈췄다. 8월엔 윤 대통령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방송4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9월 서울경찰청은 방심위 사무실·직원 자택노조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서며 방심위원장 민원사주 의혹과 관련해 공익제보자 색출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녹취가 공개됐는데 대통령실 차원에서 비판 언론 고발 사주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11월엔 대통령경호처가 윤 대통령 골프 현장을 취재하던 CBS노컷뉴스 기자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제보자를 추궁했다. 12월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내용의 포고령을 발표했다. 지난 1월 소방청장은 “행안부 장관이 계엄 때 한겨레 경향신문 MBC 등에 단전 단수를 지시했다”고 실토했고, 검찰은 “윤 대통령이 행안부 장관에게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했다”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지난 2월엔 지난해 12월 말 김건희 여사가 “난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어”라고 말한 육성이 공개되며 파장이 적지 않았다.
올해 평가에서 한국의 전체 점수는 지난해보다 0.8점 떨어진 64.06점을 기록했으며, 특히 정치 부문에선 지난해보다 떨어진 79위를 기록했다. 알렉산드라 비엘라코브스카 국경 없는 기자회 아시아 담당은 MBC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부나 김건희 여사에게 비판적인 뉴스 보도에 대해 개인에 대한 징계, 과태료 부과 등 이례적으로 높은 수위의 법적 구속력을 가진 제재를 가했다”고 지적했다. 또 계엄 국면을 가리켜 “일부 기자들은 거의 죽을 뻔했다.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기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려워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가장 높았던 해는 참여정부 시기인 2006년(31위)이며, 가장 낮았던 해는 박근혜정부 시기였던 2016년(70위)이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세계 언론자유지수 1위 국가는 노르웨이였으며, 뒤를 이어 에스토니아,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순이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24위로 가장 높았다. 독일은 11위, 영국은 20위, 프랑스는 25위였으며 미국은 57위, 일본은 66위였다. 러시아는 171위, 중국은 178위, 북한은 179위였으며 최하위인 180위는 왕정국가 에리트레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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