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에 물 줘”…심부름 시키는 대표를 신고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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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4년 차 사무직 직장인입니다, 남자 막내라는 이유로 제 직무와 상관없는 화분 30개 매일 물주기, 대표의 개인 심부름, 간식 사 오기, 클라이언트 선물 받아와서 나눠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표를 노동청에 신고하고 회사 다니기가 쉽진 않겠죠? 신고를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하면 대표를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어요.
국어사전에 심부름은 "남이 시키는 일을 하여 주는 일"이라고 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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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4년 차 사무직 직장인입니다, 남자 막내라는 이유로 제 직무와 상관없는 화분 30개 매일 물주기, 대표의 개인 심부름, 간식 사 오기, 클라이언트 선물 받아와서 나눠주기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선물 세트 200박스를 전사 직원에게 나눠 줬습니다. 자잘해서 참아왔는데, 최근 심부름을 하던 중 다치는 일이 있어서 이런 것들이 부당한 것이 맞는지, 신고가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만약 심부름을 거절했는데 불이익을 주면 신고 가능한가요? (2025년 4월, 닉네임 ‘부탁하는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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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이고, 회사 업무가 아니라 심부름을 하다 다치셨다니, 정말 속상하시겠어요. 무슨 화훼농장도 아니고, 화분을 30개나 키우는 회사라니요.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막내에게만 잡심부름을 강요하고 있다니 화가 납니다.
직장 내 괴롭힘 맞습니다. ①우위를 이용해 ②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③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세 가지에 모두 해당됩니다. 고용노동부 매뉴얼에는 “반복적으로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등 인간관계에서 용인될 수 있는 부탁의 수준을 넘어 행해지는 ‘사적 용무 지시’는 업무상 필요성이 없는 행위이므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명시하고 있어요.
대표는 노동청, 상사는 회사에 신고하면 되는데, 둘 다 노동청에 신고하세요. 노동청에서 대표를 직접 조사하고, 회사에 공문을 보내 법에 따라 조사해서 결과를 보고하라고 합니다. 노동청에서 회사에 근무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등 피해자 보호 조치도 하라고 할 거예요.
그런데 대표를 노동청에 신고하고 회사 다니기가 쉽진 않겠죠? 신고를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하면 대표를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어요. 하지만 눈에 보이는 보복 말고 집단적으로 따돌리고, 평가를 나쁘게 하고, 승진에서 배제하는 등 교묘한 괴롭힘을 하면 당할 재간이 있을까요?
우선 증거를 잘 모아놓고 신뢰할만한 상사에게 고충을 토로해보는 게 어떨까요? 선배들이 나서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잖아요. 만약 피해자가 여럿이라면 노동청에 근로감독청원을 하는 방법도 있어요. 실명으로 신고하지만, 신원을 보호하는데 회사에서 제보자 색출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저러한 노력을 다했는데도 해결이 안 되면, 마지막으로 퇴사를 각오하고 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겠죠.
국어사전에 심부름은 “남이 시키는 일을 하여 주는 일”이라고 되어 있어요. 남이 부탁하면 들어줄 수도 있죠. 그런데 남이 아닌 상사가 반복해서 시키면 심부름이 아니라 ‘사적 지시’가 됩니다. 2017년 11월 1일 직장갑질119가 출범하고 폭언과 함께 가장 많이 들어온 제보가 ‘사적 지시’였어요. 간호사들에게 장기자랑이나 김장 담그기를 시킨 병원장, 자녀 결혼식에 직원을 총동원해 주차부터 답례품 나눠주기까지 시킨 대표, 남성 직원에게는 닭 모이 주기 및 닭장 청소를 시키고, 여성 직원에게는 화분 가꾸기를 시킨 공장장, 가족 휴가 간다고 반려견 돌보라는 사장, 어머님 칠순 잔치 장기자랑 시킨 이사장….
언론에 알려지면서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6년이 된 2025년에 자녀 결혼식에 직원을 가마꾼으로 동원한 철도공사 본부장, 사모님 수영 접수하러 새벽 4시부터 병사 ‘오픈런’ 시킨 수도군단장이라니. 비상계엄으로 정치를 전두환 시대로 되돌린 윤석열 치하, 직장 갑질도 쌍팔년도로 돌아가고 있는 건가요?
직장갑질119가 2월 10일부터 17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었는지”에 대해 조사했는데요. 남성, 50대, 정규직, 공공기관, 고임금 노동자는 70% 이상이 줄었다고 응답한 반면, 일터의 약자인 여성, 20대, 비정규직, 중소기업, 저임금 노동자는 절반만 줄었다고 답했어요.
응원봉 청년들이 만들어낸 빛의 혁명으로 정치적 민주주의는 회복되었지만, 일터의 민주주의는 까마득합니다. 헌법은 일터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라고 하는데, 내 회사이고 내가 월급 주는데 왜 내 마음대로 못 하느냐는 사장이 넘쳐납니다.
빛의 혁명이 직장을 비추게 하려면 노조가 필요합니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를 비롯해 가입할 수 있는 노조를 찾아보세요. 장갑차와 계엄군을 막아선 용기처럼, 일터의 갑질을 막아내려면 힘없는 직장인들이 뭉쳐야 하지 않을까요?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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