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유튜브 중독, 자기 삶이 행복해야 빠져나올 수 있다"
중독 전문가 이해국 의정부가톨릭 교수
"12·3 비상계엄 불러온 극우 유튜브 중독
피해의식, 사실 부정, 책임 전가 극복하려면
소소한 일상 회복해 정상으로 되돌아와야"
편집자주
한국의 당면한 핫이슈를 만드는 사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미디어는 메시지다." 미디어학자 마셜 매클루언의 유명한 말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폭발적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양관식의 인생이 박보검의 얼굴로 표현됐기 때문이다. 박보검 얼굴은 그 자체가 메시지다. 그의 제자 월터 옹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전자매체의 발달은 보편적, 합리적 문자의 시대를 문자 이전 구술 시대로 되돌리는 2차 구술성 시대를 낳는다. 박보검 얼굴에 홀린 이들에게 당시 한국 사회와 양관식 캐릭터의 리얼리티를 논해봐야 '선비질'이란 비아냥만 들을 뿐이다. 비평의 자리를 숭배가 대신한다. 물론 매클루언이나 옹이 말한 전자매체는 라디오나 TV였지만, 이들의 통찰은 유튜브 시대에 더 빛난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두고 '알고리즘 중독이 일으킨 세계 최초의 내란 사건'이라는 평이 나왔다. 조짐은 오래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극우 유튜브를 사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 혐의로 체포되기 전에도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만의 문제도 아니다. 60~70대 소위 '애국 보수'의 극우 유튜브 중독은 최근 몇년간 주요한 화두이기도 했다.
어엿한 성인이 왜 거짓으로 가득 찬 극우 유튜브에 중독될까. 대책은 없을까. 유튜브 서비스 개시 20주년을 맞아 지난달 28일 '중독' 전문가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약물, 도박 등에 대한 중독 문제를 파고들었고 게임을 시작으로 디지털미디어 중독 문제로 관심사를 넓혔다. 2012년 이 교수가 조직한 '중독포럼'이 올해 정식 사단법인으로 새 출발을 했다. 좀 더 본격적으로 중독 문제에 대해 발언할 예정이다.
'기분 좋은 뉴스', 유튜브의 함정이다
-비상계엄과 탄핵을 겪으면서 '극우 유튜브'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고 무서운 영역이 어디냐라고 하면 뉴스를 꼽겠다. 먹고 놀고 여행하는 건 순수한 재미다. 그런데 뉴스는 복잡한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그 공동체의 중요한 담론을 형성하는 부분이다. 이런 건 객관적 사실, 다른 관점과 의견, 생산적 토론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유튜브는 단순하고 편향적이며 자극적인 내용을 반복적으로 제공한다."
-어르신들이 극우 유튜브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접근성이 좋다. 젊은이들은 자기 관심사나 필요에 따라 검색해서 찾아보는 적극적 방식을 쓴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익숙지 못한 어르신들은 누구 하나 나와서 큰 목소리로 이런저런 얘기해주는 정치 시사 유튜브가 가장 쉽고 편하다. 스마트폰에서 유튜브 사용 비중이 가장 높은 연령대를 보면 고령층, 그리고 3~9세 유아들이다. 그만큼 유튜브 정치 시사프로그램은 문턱이 낮다. 쉽고 복잡하지 않고 재미있고."

-뉴스에도 중독될 수 있나.
"그게 유튜브의 특징이다. 전통적인 신문 기사와 달리 알고리즘에 따른 유튜브 뉴스를 접하면, 쉽게 말해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뉴스를 보는데 위안을 얻고 동질감이 생긴다. 뉴스라는 게 그러려고 보는 게 아닌데도 그렇다.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는, 기분 좋은, 속 시원한 뉴스를 오래 접하다보면 확증편향은 저절로 생긴다. 유튜브는 그냥 뉴스가 아니라 '뉴스 + 중독'이라 봐야 한다."
-극우 유튜브 방송이 복음처럼 들리는 건가.
"유튜브의 가장 큰 장점은 심리적 지지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내가 사회 문제에 대해 얘기해도 젊은 사람들은 관심도 없는데 유튜브엔 함께해주는 이들이 많다. 유튜브 덕분에 내 자존감이 올라가고 정서적 유대감이 증가한다는 것, 그게 바로 중독이다. 좀 더 진행되면 나와 생각이 다른 이들을 처단해야 한다고까지 하게 된다. 뉴스 중독에 이어 내성이 생긴 거다."
유튜브에서 중요한 건 팩트 아닌 정서
-유튜브로 전파된 부정선거론도 '기분 좋은' 뉴스였던 건가.
"부정선거 주장을 처음부터 믿은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편의 정치적 입지가 줄어들 때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이슈가 필요해진 거다. 그 필요에 부정선거론이 불려 나왔다. 유튜브를 보면서 내게도 '할 말'이 생긴 거다. 그게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확증편향은 사실보다는 믿고 싶은 마음이 더 중요하다."
-어르신들은 가짜뉴스를 진짜 믿는 건가, 믿는 척하는 건가.
"사실 어르신도 불안하다. 유튜브 설문조사를 보면 젊은 층은 70% 정도가 '사실 여부를 내가 판단할 수 있다'고 답하는데 어르신 응답비율은 40% 수준으로 떨어진다. 스스로도 불안하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1인 미디어에 몰린다. 장관했고 교수했고 장군했고 그런 사람들 하는 말이니까 믿어야 한다, 라고 말한다. 중요한 건 내용이 아니다."

-한동안 팩트체크를 많이 했는데 별 효과가 없었던 모양이다.
"유튜브에 대한 팩트체크를 다른 유튜브 방송으로 한다. 알고리즘으로 자기 의견만 계속 강화해가는 거다. 그리고 거기에 정서적으로 결합해 있다. 팩트보다 정서가 중요하다."
-윤 전 대통령 사례는 어떤가. 서울대에 사법고시에, 우리나라에서 높이 쳐준다는 경력을 가진 사람인데도 극우 유튜브에 휩쓸렸다.
"직접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는 아무래도 알코올 문제다. 거기다 정치적 곤경까지 겹치다보니 좌파가 어쩌고 하는 음모론 유튜브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든 것으로 보인다. 정서적으로 기댈 곳이 필요했다고 보인다."
극우 유튜브, 윤 전 대통령을 '위로'해줬다
-정말 상대가 전지전능한 거악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알코올 중독인 분들에게 '맨날 술 드시면 안 된다'고 하면 제일 처음 나오는 답변은 '내가 언제 맨날 먹었냐'다. 나에 대한 비판을 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피해자라 생각하면서 대항논리만 개발한다. 사실과 맞냐 안 맞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게 방어기제다. 그다음 단계로 가면 술 마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서 '이게 다 너 때문'이라 한다. 자신의 잘못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투사다. 윤 전 대통령의 언행은 전형적인 방어기제와 투사다."
-그걸 유튜브가 강화시킨 건가.
"내가 이러는 건 다 너 때문이라는 논리를 유튜브가 강화해준 것이다. 동시에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면 내가 지금 이렇게 행동하는 건 그에 비하면 괜찮은, 그래도 좀 봐줄 만한 작은 잘못이라 합리화하게 된다."

-친지나 교회 단톡방 같은 곳에서 가짜뉴스 뿌려대는 어르신 때문에 괴롭다는 분들도 적지 않다.
"중독된다는 건 결국 재미있다는 거다. 보면 재미있다는 보상을 받고, 재미있어서 반복해서 보면 더 강화된다. 이건 좀 심하네, 라는 판단이 들어서질 못한다. 그러다 마침내 '이거 나뿐 아니라 다들 알아야 한다'면서 널리 퍼나르기 시작한다. 중독이다."
-편향된 정보가 주입되면 뇌가 변한다는 얘기도 한다.
"흔히 '도파민 하이재킹'이라 부른다. 인간의 뇌는 감정뇌(변연계) 옆에 습관뇌(기저핵)가 붙어 있다. 내가 해서 기분 좋다면 반복해서 습관이 되고, 기분이 나쁘다 그러면 반복하지 않는다. 중독된 사람은 이 두 개의 뇌가 크게 발달되어 있을뿐더러 둘 사이가 찰떡처럼 붙어 있다. 보통 감정뇌가 좋다 해도 조절뇌(전두엽)가 판단해서 습관화 여부를 조절하는데, 도파민이 이 과정을 납치해서 생략해버리는 것이다. 말하자면 기분 좋으면 그냥 해버린다, 그 상태가 된다."
도파민 하이재킹,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도파민에 중독되면 '도마뱀 뇌'가 된다는 것도 그 얘기인 건가.
"그렇게 볼 수 있다. 파충류의 뇌엔 감정뇌만 있으니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건 욕망이 있다고 해도 그걸 참을 줄 알고, 계획을 세워 언제 어떻게 얼마나 충족할지 계획을 세워서 움직일 줄 알기 때문이다. 그건 조절뇌가 작동해야 한다."
-조절뇌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은은하고 따뜻한 감정이 우러나오는 명상, 자연 치유 같은 게 아주 좋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야 주변을 차분하게 둘러보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세우게 되는 게 사람이다. 결국 자기 삶이 일정 정도 만족스럽고 행복해야 극우 유튜브도 멀리 할 수 있다."

-안 그래도 어르신들의 외로움 문제를 많이 지적한다.
"우리 사회가 해체 수준으로 변하고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후진국에서 선진국까지를 거의 한 세대만에 이행하다보니 정서적 어려움이 크다. 육체적으로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사회복지 시스템은 그간 많이 발전해왔는데 '새로운 인생'에 대한 얘기들은 부족했다. 그렇게 보면 극우 유튜브의 유행은 우리 사회에 여러 숙제를 던져준다."
-할 수 있는 게 어떤 게 있을까.
"여가 시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커뮤니티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실제 그런 곳을 가보면 기초자치단체의 예산 가운데 절반을 '디파트먼트 오브 파크 앤드 레크리에이션'에서 쓴다. 커뮤니티 시설에다 쓰는 거다. 편히 어울려 살아야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거다. 그게 사회적 버퍼링을 만들어 낸다."
필요한 만큼만 제한적으로 이용하는 습관을
-어떻게 보면 일상의 소소한 잔재미 같은 걸 찾으라는 얘기인데, 20세기 대한민국을 돌격대처럼 살아온 어르신들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우리 부모 세대는 미래 만족을 위해 오늘의 재미를 다 죽이는 삶을 살아왔다. 그간 외롭게 고생하며 살아온 내 인생에 대한 울분이 있다. 그 울분을 풀어줘야 한다. 궁극적 해법은 그거다."
-좀 큰 그림이어서, 그것보다 조금 더 실질적인 행동 요령이랄까, 그런게 있을까.
"일단 어르신들도 유튜브를 본다면 자기가 무엇을 왜 보는지 명확하게 정한 뒤에 그것만 보고 그만둬야 한다. 쓸데없이 이것저것 보지 않아야 한다. 다음으론 스스로에게 작은 보상을 줘야 한다. 감정뇌는 즉각보상을 원한다. 그러니 즉각보상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거다. 6~10시간 내에 성취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것들을 한다. 가령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기, 산책 30분 하기 같은 일을 계획하고, 그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스스로를 북돋고 칭찬해야 한다. 주변의 협조도 필수다. 유튜브 많이 본다고 비난만 할 게 아니라 함께할 수 있는 다른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은 없나.
"지금 국제적 수준에서 형성된 공감대는 청소년 보호인 것 같다. 전두엽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생물학적으로 중독에 취약한 청소년들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구체적 움직임이 있나.
"대표적으로 2023년 영국은 온라인 안전법(온라인 세이프티 액트)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SNS 계정 만들지 못하게 하고, 16~20세까지는 부모 도움이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또 플랫폼 회사들에는 아이들에게 알고리즘에 의한 광고나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하게 했고 이를 관리 감독하기 위한 기관도 만들었다. 영국 이외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서비스법을 만들어 명백한 불법 허위 정보를 삭제하지 않을 경우 플랫폼 사업자를 처벌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무한 스크롤, 기본 자동 재생, 당겨서 페이지 새로고침, 개인화된 추천 기능을 '중독성 높은 디자인'으로 분류하고 중독성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도 곧 마련키로 했다.
이용자들에게 알고리즘 선택권을 돌려줘야
-청소년은 보호논리가 있다지만, 성인은 어떻게 하나.
"성인은 자기 책임하에 선택한다. 그러니 플랫폼 사업자가 책임 있는 선택을 돕는가, 라는 점을 따져야 한다. 책임 있는 선택을 돕는다는 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동시에 제공해서 성인 스스로 판단해서 고를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알고리즘 자체를 없애거나, 해당 알고리즘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해주거나, 그게 어렵다면 지금 이 콘텐츠는 특정 알고리즘에 따라 제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고지해주는 방식 등이 필요하다. 플랫폼 기업이 '당신들이 선택했다'고 말하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이용자가 진짜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좋은 소리 듣긴 어렵겠다.
"아무래도 그쪽에서는 '우리가 인공지능(AI) 같은 미래 먹거리 산업을 한다'라는 걸 내세운다. 그러니 중독의 폐해, 예방은커녕 중독 자체를 잘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중독 문제를 다루다보니 게임 업계 쪽에선 엄청난 비판 대상이더라.
"내 얘기는 단순하다. 재미있고 즐거운 일은 언제나 중독성이 있다. 그런데 너무 중독되면 부작용도 있다. 게임이 특별해서 중독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게임 중독이 아주 특별한 중독인 것도 아니다. 재미있고 자극적이고 즐거운 걸 집중적으로 모아 둔 것이니까 그런 거다. 그러니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 얘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한 뒤 국제표준질병분류에 포함시켰다. 우리 정부도 대응책을 논의했는데 게임 업계 반발에 유야무야 되고 있다. 이 교수는 "WHO의 제안은 디지털 기술의 과도한 사용을 공중보건의 차원에서도 접근해보자는 것인데 업계가 지나친 거부감을 보인다"며 아쉬워 했다.
-중독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이유는
"농담 삼아 하는 말로 중독 치료에는 중독성이 있다. 중독은 일단 병원에 잘 안 오는 병이다. 그리고 병원에 와도 치료율이 10% 수준에 그친다. 재미있는 걸 하는데 그게 왜 병이냐, 라는 반응이 제일 많다. 거꾸로 그래서 중독이 치료된다는 건 그 사람의 삶 자체가 180도 변하는 일이다. 치료가 됐을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끼게 된다."
조태성 선임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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