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에게 권고함…“원양작전함대 만들지 마세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남포조선소에서 열린 5천t급 신형 다목적구축함인 ‘최현호' 진수식에 참석해 “유사시 적 해외무력의 조선반도 무력증강기도를 구속하고 차단하는데서 제일 믿음직한 수단은 원양작전능력을 보유하는 것”이라며 “항용 제국주의침략의 대명사로 인식되여온 원양작전함대를 이제는 우리가 건설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현호를 북한 해군력 강화의 “신호탄”이라고 했고 “두 번째 신호탄은 바로 핵동력잠수함 건조사업”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내년도에도 이런 급의 전투 함선들을 건조할 것이며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더 큰 순양함과 각이한 호위함들도 건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호에 이어 핵추진잠수함과 다목적구축함, 순양함, 호위함 등을 건조해 원양작전함대를 꾸리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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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주권과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우리 해군의 활동수역은 영해에만 머무를 수 없으며 해군전력은 반드시 원양에로 뻗쳐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가장 반동적인 군사쁠럭을 형성하고 조선반도 주변을 횡행하는 우리의 적수국들은 모두 해양국들이며 그들의 해외침략교두보,무력집결지,병참기지들도 대양과 연해에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유사시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되는 미군 증원전력은 미국 본토를 비롯한 하와이 태평양사령부, 미국령 괌과 일본 오키나와에 온다. 북한의 원양함대 구상은 북한 해군이 서·동해 방어만 하는게 아니라 유사시 서태평양까지 진출해 미국 증원전력을 먼 바다에서부터 압박하고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원양함대를 건설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원양함대를 건설하고 유지하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한데 북한 경제형편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이 2000년이후 대양해군 건설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경제 성장 덕분이다. 한국 해군은 1990년대까지 바다로 침투하는 북한 간첩선을 잡는 연안해군이었다. 1990년대 중반 대양해군 건설 주장이 본격적으로 제기됐고, 2003년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DDH-2·4500t급) 1번함이 취역한 이후 충무공이순신급 6척, 세종대왕급(DDH-3·7600t급) 이지스함 3척을 차례로 전력화했다.
해군력 건설은 국력과 비례한다.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1척 만드는데 1조4000억원이 들고 연간 운영유지비는 300억원 가량이다.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1척 만드는데 3900억원이 들었다. 도산안창호급 잠수함(3천t급)의 건조비용은 1조원이 넘는다.
모든 나라 해군 함정은 3직제 운용을 한다. 군함 1척은 작전, 1척은 정비, 1척은 교육훈련으로 운용해서, 최소 3척이 있어야 1척 구실을 할 수 있다. 북한이 원양작전함대를 꾸리려면 최현호 같은 다목적구축함, 핵추진잠수함, 순양함, 호위함 등이 각각 3척 이상 있어야 한다. 여기에 군수지원함, 해상초계기 같은 지원전력이 합류해야 한다. 북한이 원양작전함대 전력의 규모나 예산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원양작전함대를 건설하고 유지하려면 어림잡아 최소 10조원 이상은 든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북한의 주요통계지표’를 보면 지난 2023년 북한의 명목 국내총생산(40.2조원)은 남한(2401.2조원)의 60분의 1(1.7% ) 수준이다.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2021년 세계 군사비 및 무기거래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9년 북한의 군사비는 6조2천억~15조8천억원으로 추정됐다. 같은 해 한국의 군사비는 63조1천억~87조2천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북한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원양작전함대 건설은 무리다. 다른 세상 일이 그렇듯이 원한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핵전력 고도화에 집중하던 북한이 재래식 전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는 핵 군비 경쟁, 한국과는 재래식 군비 경쟁에 나설 경우 무리한 군비경쟁으로 망한 옛 소련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커진다. 한 나라가 안보를 튼튼하게 하려고 군사력을 증강하면 불안해진 상대국도 덩달아 군사력을 늘리기 마련이다. 양쪽이 서로 작용-반작용의 군비 경쟁을 벌인 결과 안보가 모두 취약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인 ‘안보 딜레마’가 발생한다.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이민위천’을 강조하는 김정은 위원장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의 1953년 4월 ‘평화를 위한 기회’ 연설을 읽어봤으면 한다.
연설에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들어진 모든 총과, 진수된 모든 전함과, 발사된 모든 로켓은 궁극적으로 굶주려도 먹지 못하고 헐벗어도 입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빼앗은 것입니다. 무기로 가득한 세계가 소모하는 것은 돈만이 아닙니다. 이러한 세계는 노동자의 땀과, 과학자의 재능과, 어린이의 희망을 소모하고 있습니다. 현대식 중폭격기 1기의 비용은 30개 이상의 도시에 벽돌로 만든 현대식 학교를 세우는 비용과 맞먹습니다. …우리는 구축함 1척을 위해 모두 8천명 이상이 살 수 있는 새 주택에 해당하는 값을 치르고 있습니다. …국가 간의 건전한 신뢰와 협력 노력을 토대로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는 전쟁무기가 아니라, 밀과 목화로, 우유와 양털로, 또 고기와 목재와 쌀로 강화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군비 경쟁이 아닌 상호 신뢰에 기반한 군비 통제에 나서기를 권고한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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