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과 말은 달라도 커지는 ‘춘천 사랑’

춘천(강원)=신재은 기자 2025. 5. 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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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세상을 바꾸는 정책]외국인 유학생 시티투어, 일자리 지원으로 ‘춘천 시민화’ 모색
[편집자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은 ‘정책’의 기획과 실행 능력으로 평가된다. 한정된 예산으로 얼마큼 효율적인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주민 삶은 크게 달라진다. 우리 동네에 ‘안심가로등’이 설치되는 것부터 출산과 양육 지원까지 모두 정책의 영역이다. ‘체험 세상을 바꾸는 정책’은 기자가 직접 정책 현장을 찾아가는 코너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해당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한다. ‘더 좋은 정책’을 위해 대안을 제시, 독자들과 정책 대상자들에게 사랑받는 코너로 자리 잡는 게 목표다.

▲지난 4월 11일 강원 춘천시가 진행한 ‘외국인 유학생 시티투어’에 참여한 강원대학교 학생들/사진=신재은 기자
다양한 인종, 국가의 학생들이 강원도 춘천 ‘핫플’에 모였다. 살아온 환경도, 쓰는 말도 다르지만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춘천 소재의 대학에 다닌다는 것. 지난 4월 11일 강원대학교 유학생들이 ‘외국인 유학생 시티투어’에 나섰다.

오전 9시 강원대학교에 모인 54명의 유학생들은 하나같이 설레어 보였다. 버스를 타고 이들이 도착한 곳은 김유정 레일바이크 체험장이었다. 춘천을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씩 들러봤을 관광명소였지만 대다수의 유학생은 처음 방문했다고 했다. 강원대학교에서 석사 3학기를 보내고 있는 탄쑤안씨(29세·베트남)는 “레일바이크를 타러 와본 것은 처음”이라며 “지난해 시티투어 프로그램으로 레고랜드에 갔다. 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춘천의 랜드마크에 방문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유정 레일바이크를 체험하는 강원대학교 외국인 유학생들/사진=신재은 기자

유학생들은 네 명씩 팀을 이뤄 레일바이크에 올랐다. 발을 열심히 굴리며 바뀌는 춘천의 풍경을 감상했다. 코스를 따라 흐르는 강물을 보고, 멋진 자연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다 보니 레일바이크들이 정체되는 현상도 발생했다. 올해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는 팜민득씨(23세·베트남)는 “평소에도 버스를 타고 지나다니며 본 춘천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레일바이크를 타며 자연을 보니 더 예쁘다”며 “터널을 지날 때 신나는 음악이 나왔는데 너무 재밌었다”며 웃었다.

레일바이크 체험을 마친 학생들은 춘천의 명소 중 하나인 남이섬으로 향했다. 유학생들은 남이섬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곳곳을 즐겼다. 핸드폰과 액션캠 등을 활용해 오늘의 추억을 남기려는 이들도 많았다. 타지키스탄에서 온 한 학생은 “이런 투어 프로그램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친구들과 함께 춘천을 여행할 수 있어서 신나고 재밌다”고 했다.

시티투어 프로그램은 춘천에 대한 애정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이날 투어에 참여한 베트남 국적의 레황푹씨는 “날씨가 조금 더웠지만 개인적으로 춘천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앞으로 춘천에 머물고 취업하기 위한 결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춘천시는 유학생 시티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춘천에 관심을 갖길 기대한다. 최지영 춘천시 외국인정책팀장은 “유학생들이 보통 평일엔 학업을 하고 주말엔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춘천 관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들이 춘천의 명소를 둘러보고 춘천의 매력을 알아갔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유학생 넘어 춘천 홍보대사로 자리매김 기대

▲남이섬 앞에서 외국인 유학생 시티투어 참여 학생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제공=춘천시

시는 외국인 유학생이 춘천의 문화와 자연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시티투어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졸업 후에도 춘천에 남아 취업한 뒤 지역의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기획했다.

‘외국인 유학생 시티투어’는 지역 내 대학 등록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1년에 2번 진행한다. 올 상반기에는 △강원대학교 △한림대학교 △송곡대학교가 참여했다. 총 200여 명이 참여하는데 매번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출석 인정도 받으면서 춘천의 명소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기 때문에 많은 유학생들이 참여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시는 이번 프로그램을 단순한 관광 체험을 넘어 ‘관광 홍보 매개자’로서의 가능성을 여는 기회로 생각한다. 유학생들이 춘천의 관광 자원을 직접 경험하고 본국이나 타국으로 돌아가 이를 소개함으로써 춘천시의 글로벌 인지도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시 관계자는 “시티투어가 유학생들에게 춘천의 따뜻한 분위기와 생활환경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를 통해 유학생들이 지역에 애정을 갖고, 향후 이곳에서의 생활과 진로까지도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외국인 정주 여건 개선해 춘천의 인재로”

▲지난 4월 14일 춘천시청에서 육동한 춘천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2025년 춘천시 명예통역관 위촉식이 열렸다./사진제공=춘천시

외국인 유학생 시티투어 프로그램은 ‘외국인 춘천시민화’의 시작이다. 시에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의 정주화를 도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춘천시의 외국인 인구는 지난해 12월 기준 5052명으로 전체 인구의 1.7%를 차지한다. 이 중 외국인 유학생 비율은 34%다.

체계적인 외국인 정책을 위해 시는 지난 1월 국제협력관 부서를 신설하고 외국인정책팀을 구성하는 등 조직 정비에 나섰다. 외국인 노동자와 관내 대학의 유학생 수 증가에 따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외국인 정책을 설계하고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외국인정책팀은 유학생의 주거, 취업, 비자문제 해결을 위한 전방위적 지원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동안 춘천시는 △유학생 인턴십 △외국인 유학생 시티투어 △겨울옷 나눔 등 지역사회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다. 또 △명예통역관·명예홍보대사 임명 △국제도시화 위원회 개최 등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시는 올해부터 유학생들의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힘쓸 계획이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주거와 일자리, 제도개선을 연계한 종합 지원이다. 먼저 주거 여건 개선을 위해 지역 상생형 숙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관내 대학과 민간 소유주, 시가 협력해 지역의 유휴 건물을 발굴하고 이를 지역 상생형 숙소로 꾸민다. 시는 이를 통해 관내 대학의 기숙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유학생의 안정적인 정착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외국인 유학생의 안정적 정주 여건 마련을 위해 취업도 지원한다. 춘천시는 유학생들이 주말이나 방학 중 관내 농가에서 일할 수 있도록 시간제 일자리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춘천시-강원대학교-춘천시 농어업회의소 간 협약을 맺어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유학생들이 합법적 절차를 통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과 농가를 연계해 인력이 부족한 농가에도 도움이 되는 상생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관내 대학과 기업, 산업단지 등과 협력해 전공과 기업 수요에 맞는 맞춤형 인턴십 및 채용 모델을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4월에는 강원대학교 유학생을 대상으로 관내 기업 견학과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거두리 농공단지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채용 수요조사도 진행 중이다.

춘천시는 비자 전환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적 지원에 나선다. 시는 유학생들이 학업 비자에서 구직(D10) 및 특정활동비자(E7)로의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판단해 강원특별법 특례 신설 등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시는 외국인 주민과 시민들이 함께 상생하는 세계적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나가겠다”며 “이러한 노력이 춘천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춘천(강원)=신재은 기자 jenny09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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