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효능감과 롱런의 비결…콜드플레이 공연에서 배운 것들


이우연 | 노동·교육팀 기자
지난주 금요일, 밴드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에 갔다. 일주일 전쯤만 해도 갈 생각은 없었다. 록은 내게 10대 시절의 음악이었다. 2010년부터 힙합과 전자음악이 주류가 되며 콜드플레이도 재생목록에서 사라졌다.
잠 못 이뤄 뒤척이던 새벽, 우연히 콜드플레이 첫 공연 관객들이 스탠딩석 뒤편에서 강강술래를 하는 영상을 봤다. 충동적으로 예매 사이트에 들어가 마지막 날 좌석을 하나 잡았다. 무대에 오를 세트리스트엔 다행히 익숙한 곡이 많았다.
그날 예매를 인생에서 잘한 선택 중 하나로 꼽고 싶다. 소셜미디어를 보니 다른 관람객 반응도 비슷했다. 유명해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비바 라 비다’ 같은 히트곡이 많았고, 연출도 화려했지만 이건 부차적이다. 내한 공연 역사상 최다 회차(6회)와 최다 관객(약 32만명)을 동원한 이 공연엔 다른 게 있었다.
콜드플레이는 관객을 단순 소비자로 대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들이 지향하는 가치에 기꺼이 동참하도록 했다. 탄소 배출을 이유로 세계 투어를 중단했던 이들은, ‘지속 가능’의 가치를 담은 계획으로 투어를 재개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일회용 생수병 반입을 막고, 기념품을 살 때 봉투를 주지 않았다. 공연장에는 관람객이 위아래로 뛰며 전력을 생산하는 ‘키네틱 플로어’가 두대 설치돼 관람객 간 대결이 펼쳐졌다. 식물성 소재로 만들어진 엘이디(LED) 손목밴드인 ‘자일로밴드’ 반납 경쟁도 승부욕을 자극했다. 전광판에 일본 등 다른 국가의 회수율을 수시로 띄웠기 때문이다. 한국의 마지막 날 회수율은 99%였다.
콜드플레이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연을 만들려 했다.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고, 농인에게 진동으로 리듬을 느낄 수 있는 조끼를 지급했다. 보컬 크리스 마틴은 ‘섬싱 저스트 라이크 디스’에서 한국 수어를 1분 동안 선보였고, ‘피플 오브 더 프라이드’에선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흔들었다.
공연 지역에 대한 존중도 인상 깊었다. 모든 나라에서 현지 아티스트와 공연을 했고, 한국에서도 트와이스, 방탄소년단의 진, 블랙핑크의 로제 등이 함께했다. 마틴은 “한국에서 영어로 노래하는 저희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전세계에 영어 사용자가 많다는 건 큰 행운”이라며 “모든 케이팝 아티스트와 인디 뮤지션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캐나다에서는 원주민 부족 대표들이 공연 시작 전 무대에 올라 선대 원주민에게 존경을 표하는 선언문을 읽었고, 인도에서는 마틴이 영국의 식민 지배를 사과했다.
공연 후 집에 오는 길에 엉뚱하게도 내가 일하는 언론사를 떠올렸다. 콜드플레이 공연과 우리 기사를 ‘콘텐츠’라는 관점에서 비교해 본다면, 우리는 독자들에게 어떤 경험을 줬을까? 독자들이 우리의 가치에 동참하도록 돕고 이들에게 효능감을 준 적이 있을까? 소외된 사람이 없는지 살펴보는 동시에 이들의 배경을 존중하려 노력했을까? 오래된 매체인 신문을 만드는 언론사 기자로서, 비주류가 된 록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롱런 하는 비결을 읽어내려 했다면 무리일까.
물음표를 안고 공연장 근처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데, 눈앞에서 콜드플레이 티셔츠를 입은 한 청년이 중국인에게 열정적인 몸짓으로 대중교통 타는 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문득 최근 벌어진 혐중 시위가 떠올랐다. ‘빌리브 인 러브’(사랑을 믿다)라는 주제의 공연에서 함께한 이들을 어찌 미워할 수 있겠는가.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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