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초유의 ‘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정국 시계제로 속으로

강윤서 기자 2025. 5. 2.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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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사의→최상목 탄핵 투표→최상목 사퇴→이주호 대행 체제 열려
최상목, 민주당의 탄핵 강행에 자진 사퇴…韓대행은 스스로 사표 재가
민주당 “눈에는 눈, 이에는 이” vs 국민의힘 “분풀이식 보복 탄핵”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무죄판결을 파기 환송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긴급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치권의 '상식선'이 무너졌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가 열리게 됐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6·3 대선 출마를 위해 1일 사퇴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시 권한대행직을 이어받게 됐지만,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이날 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고, 최 부총리가 표결 직전 사퇴함에 따라 표결은 중단됐다. 이에 따라 권한대행은 국무위원 순서에 따라 서열 4위인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넘어갔다. 이 일이 단 하루 새 벌어졌다. 

한덕수 전 대행은 2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공정한 대선 관리는 물론, 국정 관리 책임이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직접 출마를 하겠다며 사퇴한 것이라 '심판이 선수로 출전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그리고 또다시 정부 조직은 흔들리게 됐다.

반면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관련 2심의 무죄 판결을 뒤엎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하자 즉시 '줄탄핵'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그 타깃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였다. 이날 최상목 탄핵안 처리 시도는 예정돼 있지 않았다. 즉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충격에 휩싸인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강행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오히려 국정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이 강행한 '최상목 탄핵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기 직전 최 전 부총리가 사표를 제출, 수리되면서 무산됐다. 민주당은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뒤 긴급 의원총회를 진행했다. 이후 의총을 잠시 정회하고 열린 지도부 전략회의에서 '최상목 탄핵안'을 재추진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뒤 법사위에서 계류 중이었던 탄핵안을 상정하고 약 5분 만에 통과시켰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직 수행 시작

그러자 최 전 부총리가 오후 10시28분 사의를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본회의에서 해당 탄핵안 상정을 선언하기 약 4분 전이자, 관련 의사일정 동의안건이 상정되고 있던 시점이다. 약 15분 뒤인 오후 10시43분쯤 한덕수 전 국무총리(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직 유지 상태)가 최 전 부총리의 사표를 수리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탄핵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진행하던 도중이었다. 이에 우 의장은 "조금 전 국회법 119조에 따라 정부로부터 최상목의 면직이 통지돼 탄핵소추 대상자가 없으므로 투표를 중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표결이 불성립됐다.

최 전 부총리는 사퇴 직후 기재부를 통해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없게 되어 사퇴하게 된 점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다.

한 전 총리는 최 전 부총리의 사표를 수리한 뒤 그 다음 국무위원 순위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났다. 총리실은 '한덕수-이주호' 회동과 관련해 "한덕수 대행이 최 부총리 사임안을 재가한 뒤 이 부총리와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만나, 어떠한 경우에도 정부가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안정된 국정운영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 전 총리도 이날 오후 4시 사실상 대선 출마 의사를 내비치며 총리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대국민담화를 통해 "제가 깊이 고민해온 문제에 대해 최종적으로 내린 결정을 말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저는 방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직을 내려놓았다"고 발표했다. 한 전 총리는 1일 자정까지 권한이 유지됐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국회에서 본회의 표결 절차를 마친 뒤 회의장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무회의 마비' 직전…민주당 독주는 심화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가 줄줄이 사퇴하면서 '권한대행-대행-대행 체제'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여기에 헌법에서 규정한 국무회의 구성 요건 충족 여부도 논란이다. 최 전 부총리가 사직하면서 19개 부처 중 △기획재정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5곳의 장관 자리가 공석이 됐다. 즉 남은 국무위원이 14명이기에 사실상 국무회의 구성 요건을 지킬 수 없는 셈이다.

다만 당장은 '국무회의 마비'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측에 따르면 법제처는 국무총리실에 '국무위원 15명 요건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대통령령상 개의 요건 11명만 넘기면 국무회의를 열 수 있다'는 해석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 제88조 2항은 '국무회의는 대통령·국무총리와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됐다. 또 대통령령에선 '구성원 과반(11명)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 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정하고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행안부 장관의 공석으로 국무위원이 14명이 됐는데, 당시 법제처는 "국무회의 구성 요건을 갖춘 다음 운영상 일시적 사고로 15명 이상을 채우지 못한 경우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입법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의 독주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회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 여러분 걱정 마십시오,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면서 "헌법 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에서 통과시키겠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전날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안까지 발의한 것에 대해 "분풀이식 보복 탄핵"이라며 규탄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밖 로텐더홀에서 "민생을 위한 추경안을 처리하는 본회의에서 웬 탄핵인가"라며 "이재명 세력의 탄핵이 놀랍진 않지만 오늘 같이 급발작하는 탄핵 폭주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 본회의는 추경안 처리를 위한 자리로 예정돼 있었다.

권 원내대표는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도, 국민들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민주당 의원들까지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아버지 이재명'이 머리끝까지 화가 난 나머지, 170명의 아들·딸들에게 아버지를 위해 경제부총리와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을 부탁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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