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하늘엔 낮에 없던 별들이 가득하다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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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에서 부부의날, 그리고 어버이날까지 삶의 긴 과정을 생각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정책들이 고령화 속도를 늦추는 데도, 노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동시에 가족이 아닌 AI가 삶의 마지막 시간을 지켜주는 현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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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에서 부부의날, 그리고 어버이날까지 삶의 긴 과정을 생각하게 된다. 내 나이 쉰을 넘긴 후부터였을까. 고령화, 노인 빈곤, 고독사 등을 다룬 뉴스들에 시선이 오래 머무르게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겼다는 뜻이다. 그동안 정부는 고령화 추세 완화를 위해 저출생 대책들을 내놓았고, 노인 빈곤 해결을 위해 노후 복지를 강화해 왔다. 문제는 이런 정책들이 고령화 속도를 늦추는 데도, 노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100세 시대'는 빛과 그늘을 갖고 있다는데, 축복보다 재앙의 미래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가장 무거운 것은 고독사다. 최근 보도된 한국전력공사의 '인공지능(AI) 고독사 예방 서비스' 뉴스는 마음을 복잡하게 했다. 이 서비스는 전력·통신·수도 사용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이상징후를 지자체 사회복지 공무원에게 알려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이다. 과학기술 발전이 놀랍고도 고맙다. 동시에 가족이 아닌 AI가 삶의 마지막 시간을 지켜주는 현실이라니. 초고령사회의 낯선 풍경이 내겐 적잖이 두려웠다.
오십을 넘기기 전까지는 노년이 구체적인 현실로 와 닿지 않았다.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오십을 맞이한 뒤 비로소 노년의 삶을 응시하게 됐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청년의 문제인 동시에 노년의 문제였다. 평생 놓지 말아야 할 화두임을 자각하게 됐다. 쉰을 넘겨 벌써 몇 해가 지난 현재, 분명한 해답을 찾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100세 시대의 제2막을 위한 '인생 공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 셈이다.
"늙음은 젊음만큼이나 기회이니, 다만 다른 옷을 입었을 뿐, 저녁 황혼이 사라져갈 때 하늘은 낮에 보이지 않았던 별들로 가득하다."
미국의 시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가 남긴 시 '죽는 자들의 경례'의 마지막 부분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노년의 인생 공부에서 내게 위안을 안겨준 구절이다. 나 홀로 노년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옛 시인의 지혜에 기대어 노년에 대한 두려움을 다스릴 힘을 얻는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 신체적 건강과 경제적 여유가 중요하다는 것을 외면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롱펠로가 노래한 '다른 옷을 입은 기회'에 담긴 의미 또한 놓치고 싶지 않다. 의미 없는 것들은 의미 없는 대로 놓아두고, 의미 있는 것들은 더욱 소중히 하는 삶의 태도가 노년의 지혜일 거다. 오십 이후의 인생 공부는 삶의 지식이 아니라 삶의 태도에 있음을 새삼 발견한다.
밤하늘의 별들은 낮의 환한 빛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서서히 자기 얼굴을 선보이는 일상의 기쁨, 관계의 소중함, 불의를 거부하는 작은 용기와 같은 별빛들이 안내하는 새로운 길. 힘을 내서 그 길을 찬찬히 걸어가자고 마음먹는다.

성지연 작가·'다시 만난 여성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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