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광주에서 ‘소년의 길’ 걸을래요?
‘시민 저항 현장’ 옛 전남도청·전일빌딩245 일대 방문 일정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3 불법계엄’을 선포하자 무장한 계엄군이 서울 도심에 나타났다. 국회로 향하는 계엄군을 막아선 것은 맨 몸으로 달려간 시민들이었다. 많은 사람은 이날 ‘1980년 광주’를 떠올렸다.
45년 전 1980년 5월18일 일요일, 광주시민들은 ‘비상계엄 전국 확대’와 함께 광주로 들이닥친 공수부대에 맞서 열흘간 항쟁을 시작했다. 광주는 여전히 그날의 기억들을 선명하게 담고 있다.
광주시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등은 5·18 제45주년을 맞아 민주주의를 지켰던 역사의 현장을 경험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내놨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소년의 온다> 속 주요 배경을 함께 걷는 ‘소년의 길’이다.
<소년이 온다>는 실제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담은 소설이다. 주인공 ‘동호’는 고등학교 1학년으로 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에 의해 사살된 문재학 열사다.
‘소년의 길’은 광주를 찾은 시민들이 다 함께 ‘동호’가 돼 광주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것을 시작으로 1박2일간 진행한다. 1997년 조성된 5·18묘지에는 현재 1029명의 희생자가 잠들어 있다. 문재학 열사도 이곳에 묻혀 있다.
5·18항쟁이 시작된 ‘사적 1호’ 전남대도 방문한다. 전남대 정문에서 계엄군을 향해 맞서던 시민들의 저항은 곧 광주 전역으로 확산했다.
당시 광주의 중심이었던 옛 전남도청 일대도 둘러본다. 도청 앞 ‘상무관’은 원래 경찰관들이 사용하는 실내체육관이었다. 5·18 당시 계엄군에 희생된 수많은 시민들의 시신이 이곳에 임시로 안치됐다. 현재 복원공사로 직접 들어가 볼 수는 없지만 공사 가림막에 전시된 사진들을 통해 당시 계엄군의 만행과 시민들의 저항을 엿볼 수 있다. 인근에 위치한 ‘전일빌딩245’ 10층에는 계엄군이 헬기에서 발사한 총탄 자국이 곳곳에 남아 있다.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쓰러진 수많은 사람들을 살린 것 시민들이었다. 혈액이 모자란다는 소문이 돌자 수많은 광주시민이 적십자병원에 줄을 서서 헌혈에 동참했다. 당시 헌혈을 위해 몰려든 시민들이 병원 밖으로 50m 이상 줄을 섰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11년 만에 개방하는 옛 적십자병원도 둘러볼 수 있다.
스크린 속 5·18 장소를 찾는 ‘오월 시네로드’도 운영된다. 서울시청역에서 버스를 타면 광주 양림동, 옛 전남도청 일대 등을 하룻동안 돌아볼 수 있다.
영화 <26년>의 무대였던 전일빌딩245와 <화려한 휴가> 속 계엄군 집단발포 현장인 5·18민주광장 등도 둘러볼 수 있다.
1300만 관객을 동원한 <서울의 봄> 촬영지인 조선대는 군사반란 세력에 맞섰던 장태완 수경사령관의 모교이기도 하다.
ACC는 5·18을 대표하는 연극 <나는 광주에 없었다>를 관람하고 역사의 현장을 탐방하는 ‘메모리얼 투어’도 운영한다.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여행은 5월15일과 17일 각각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사전 예약을 하면 용산~광주 KTX, 5·18 사적지 투어, 연극 관람, 숙박과 식사까지 포함된 프로그램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계엄군 지휘부였던 상무대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5·18기록관, 옛 전남도청 일대 등도 방문한다.
금남로에서 열리는 전야제에 참석하는 시민들을 위해 5·18기념행사위는 17일 밤 인근 중앙초등학교에 ‘오월 텐트촌’을 무료로 제공한다. 2∼3인용 400동, 3∼4인용 100동 등 500동의 텐트가 설치된다.
행사위는 다음 주중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선착순으로 이용객을 모집한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올해 광주의 오월은 어느 해보다 특별하다. 민주주의를 지켜낸 많은 시민들이 5·18정신과 함께 광주를 새롭게 경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현석·고귀한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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