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 선거법 `유죄` 파기환송… 이제 李 후보가 결단할 차례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 재판에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01/dt/20250501190334852zqhb.jpg)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에 대해 1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전원합의체 재판에 참여한 대법관 12명 중 10명이 다수의견이었으며, 2명이 반대의견을 냈다. 이번 판결은 지난 3월 26일 2심 선고일로부터는 36일, 3월 28일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지 34일 만이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상고심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환송 후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주장이나 입증이 제출돼 사실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대법원 판결에 기속(羈束·함부로 변경할 수 없음)된다. 따라서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따라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 후보자 개인 아닌 선거인 관점서 봐야"
이 후보는 "해외 출장 중 김문기씨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 "국토부 협박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를 상향했다"는 발언이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는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법원은 거짓말에 해당한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과 달리 이 후보의 "김문기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결에는)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이 규정한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에 관해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은 허위사실 공표가 맞는다고 판단했다.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성남시는 자체적 판단에 따라 용도지역 상향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국토부의 성남시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 후보는 2021년 10월 20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용도를 바꿔준 것은 국토부의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고 말했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발언은)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과거의 사실관계에 관한 진술로서 그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하여 증명이 가능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날 논란을 빚어온 '후보자의 어떤 표현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에 판단하는 기준도 제시했다. 대법원은 "'표현'의 의미는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며 "어느 정도의 허위 사실이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말에 용인될 수 있는지는 그 허위 사실이 선거인이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또 "'허위의 사실'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사항으로서,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선거에서 국민들의 판단을 그르치게 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허위 사실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 전 법적 논란 정리는 잘한 일
이번 대법 판결은 2심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고심 판결을 선고하도록 한 선거법 규정을 준수한 것은 물론 정해진 기한의 3분의 1 정도 지난 시기에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대법원이 이처럼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한 것은 그렇지 않을 않을 경우 정치판에 큰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은 제270조에서 이른 바 '6·3·3'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1심은 공소제기일부터 6개월 이내, 2심과 3심은 전심 판결 선고일부터 각각 3개월 이내 반드시 판결을 선고하도록 하게 돼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를 공명하고 투명하게 치르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재판이 차일피일 미뤄질 경우 선거법을 위반해 당선된 정치인이 계속 활동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에 대한 선거법 재판은 1심 판결만 2년 2개월이 걸리면서 많은 비판을 쏟아졌다. 공소제기일부터 대법원에 상고 사건이 접수될 때까지 약 2년 6개월이 걸리는 등 1· 2심에서 절차가 지연돼 논란이 많았다. 또한 1심과 2심 판결이 완전히 다를 정도로 실체 판단이 엇갈려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또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대법원의 신속한 판결은 이런 불신을 불식하고 사법부의 권위를 다시 세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선 구도 요동… 공은 이 후보에게
이번 판결은 3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직선거법은 선거 관련 범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5년간 박탈된다. 피선거권이 없으면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이제까지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려온 이 후보가 대법 판결에도 불구, 대선에 그대로 임해 만일 당선되고, 당선 이후 고법이 재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유죄 판결를 내리고 대법에서 이를 확정할 경우 대선을 다시 치러야 할 수도 있다.
또한 대통령에 대한 형사상 소추를 금지하는 형법 84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놓고 거센 논란이 불가피하다. 대선 전 불법 행위여서 형사소추가 가능하다는 입장과,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선거법은 물론 이 후보를 대상으로 현재 진행 중인 다른 4개 재판도 중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공은 이 대표에 던져졌다. 국민의힘 김문수 경선 후보는 "후보직 사퇴가 도리"라고 했으며, 한동훈 후보는 "무자격 선수"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유죄 확정과 다름없다며 민주당은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출마를 강행할 땐 사법판단 무력화하려는 무모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제 생각과 전혀 다른 방향의 판결"이라며 "법도 국민의 합의이고,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여론을 등에 업고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또한 "명백한 (법원의) 선거 개입"이라며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이제 이 후보가 결단할 차례다. 이 후보가 개인보다는 국익과 대한민국의 미래만을 보고 현명한 선택을 내릴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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