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기후위기와 꿀벌 생태, 약용식물로 답하다

봄철 농촌에서 꿀벌의 모습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생태계 변화, 개화 시기 불일치, 병해충의 증가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꿀벌의 활동 주기가 불안정해졌으며 이는 농작물 생육 문제를 넘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봄은 꿀벌에게 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밀원(蜜源)식물의 개화 시기이지만, 꿀벌 개체 수 부족으로 밀원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3월에는 유채, 살구, 매실꽃 같은 초봄 밀원식물이, 4월에는 복숭아, 자두, 배나무, 산벚꽃 등이, 5월에는 아까시나무를 중심으로 채밀이 이루어지며 꿀벌 생태계가 계절에 맞춰 흐름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기후 변화로 개화 사이클이 무너지면서 꿀벌의 활동과 밀원 공급 간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벌꿀 생산량 감소뿐 아니라, 생태계 내 수분 활동의 불균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전통 한약자원으로서의 가능성과 생태적 가치를 함께 지닌 고광나무속 식물, 특히 엷은잎고광나무가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고광나무는 대부분 엷은잎고광나무로 알려져 있으며, 낙엽활엽관목인 이 식물은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꽃을 피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는 아까시나무 개화가 끝나고 밤나무 개화가 본격화되기 전으로 주요 밀원식물의 공백기에 해당한다. 꿀벌의 활동은 활발하지만 밀원이 부족한 이 시기에 엷은잎고광나무는 안정적인 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자원이다. 밀원식물로서의 활용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으나, 생태적 가치와 산업적 가능성 모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엷은잎고광나무는 오랜 기간 약용과 식용 자원으로 활용되어 왔다. 전통적으로는 '동북산매화(東北山梅花)'라는 한약재명으로 불리며, 열매와 뿌리는 치질 개선, 꽃은 신경계 강화와 이뇨작용에 쓰인 것으로 전해진다. 어린잎과 순은 나물로도 섭취 가능할 만큼 안전성이 높고, 맛과 향도 뛰어나 식약자원으로서도 활용 가치를 가진다. 이러한 특성은 기능성 한약자원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헬스 산업뿐 아니라, 건강식품 및 로컬푸드 시장과의 연계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특히 엷은잎고광나무의 잎에는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이 함유돼 있으며, 필자도 이를 중심으로 대사성 질환, 통풍, 호흡기질환 치료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는 엷은잎고광나무가 단지 전통 약용식물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 기능성 한약 소재로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피나무, 헛개나무, 산초나무, 꾸지뽕나무 등 다양한 자생 약용식물들이 밀원과 약용을 겸한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들은 각각 개화 시기가 달라 꿀벌의 계절별 먹이 공백을 보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현재 국내 한약재의 상당 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와 공급망 불안이 가시화되는 오늘날, 자생 식물을 기반으로 한 한약자원 산업화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고광나무속 식물은 이러한 전환기에 주목할 만한 국산 기능성 자원으로, 생태와 건강을 연결하는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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