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1천만원 못견뎌 … 스타트업 '脫서울'
혁신기술 보유 스타트업도
강남 사무실 유지 힘겨워
서울 소재 기업 선호도 여전
채용·투자유치 새 골칫거리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A사는 2년 전 강남 테헤란로에서 일산으로 소재지를 옮겼다. 설립 3년이 채 되지 않아 매출이 미미했는데, 30평 남짓한 사무실 월세만 1000만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도로 이사한 후 상황이 오히려 악화됐다. 월세는 소폭 저렴해졌지만 일하러 오겠다는 사람이 줄었다. 투자사들도 "상황이 어려워 본사를 이전한 것 아니냐"며 투자를 꺼리는 통에 자금난은 더 심각해졌다. A사 대표는 "비싼 월세를 피하고 나니 투자 위축이 기다리고 있었다"며 "혁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월세 때문에 사업하기 힘들다는 게 말이 되냐"고 토로했다.
스타트업 투자가 수년째 위축된 사이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서울의 비싼 월세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하지만 경기도로 이동한 후에 투자 유치나 인재 확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많다.
1일 스타트업 전문 분석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소재 스타트업은 5629곳, 경기도는 1917곳이었다. 투자 혹한기 속에서 설립되는 기업은 급감하고 있지만 서울에 설립되는 기업이 경기도보다 많다.
대표적 스타트업 성지인 테헤란로가 있는 서울 강남구에는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이 설립되고 있다. 더브이씨에 따르면 2022년 서울에 설립된 스타트업 360곳 중 112곳, 2023년 189곳 중 45곳, 작년 89곳 중 28곳이 강남구에 들어섰다. 매년 30%가량이다.
하지만 강남구 소재 스타트업들은 비싼 월세에 신음하고 있다. 테헤란로 일대 오피스 임대료는 3.3㎡(약 1평)당 30만~50만원 수준이다.
서울에서 창업했지만 본사를 경기도로 이동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더브이씨에 따르면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전한 스타트업은 2019년 13곳에 불과했지만 2021년 35곳, 2022년에는 44곳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최근 2년간을 보면 2023년엔 52곳, 작년에는 45곳이 본사를 옮겼다.
반면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동한 스타트업은 지난해 31곳이었다. 2022년까지는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전한 기업이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한 기업과 비슷하거나 소폭 많았지만 2023년부터는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한 스타트업 수가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동한 스타트업 수를 넘어섰다.
하지만 경기도로 이전한 스타트업이 맞닥뜨리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옮긴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액은 2022년 2112억원, 2023년 1794억원, 2024년 861억원으로 2년 사이에 60%나 줄었다. 같은 기간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동한 스타트업 투자 유치액이 2022년 2694억원에서 2024년 1864억원으로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탈서울'한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액 감소 폭이 더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기도로 이전하면 인재 채용이 어려워지고, 투자사들도 투자를 꺼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투자 혹한기일수록 정부나 지자체가 투자에 적극 나서야 엑소더스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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