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관광 1번지’ 서귀포시

최근 서귀포시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저녁 모임이 있었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방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던 음식점에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하루종일 손님으로 북적이던 음식점이 한산했다.
우리 말고 손님이 없어 종업원 눈치를 봐야 했다. 우리 일행이 없었다면 일찍 영업을 마치고 귀가해 편히 쉴 수 있었을 테다. 서둘러 모임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주문한 음식을 편하게 목으로 넘길 수 없었다.
요즘 경기가 1997년 외환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20년 코로나19 확산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지난해 말 기준 광주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가 집계한 제주지역 체불임금 신고액은 289억7500만원으로 2023년 219억3500만원에 비해 32.1%(70억4000만원) 늘었다.
제주지역 경기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신도심이건 구도심이건 문 닫힌 점포가 부쩍 늘었다.
서민들은 지갑을 열기가 두렵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들은 힘들어하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 등이 최근 발표한 수치가 증명한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지난 2월말 제주지역 예금은행 연체율은 1.15%로 1월 때보다 0.01%p 늘었다. 특히 전국 예금은행 연체율(0.58%)보다 0.57%p 높아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제주지역 광공업 생산도 전년 동월 대비 4.8% 감소했고, 같은 기간 대형소매점 판매는 6.7% 줄었다. 판매 물품 중 의류는 1년 전보다 28.4%, 화장품은 15.0%, 가전제품은 11.3% 감소했다.
원재료비와 인건비가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은 말 그대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업종 전환으로 '폐업'과 '창업'이 되풀이되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의 장기화는 자영업자의 숨통을 더욱 조이고 있다. 시내 곳곳에는 '폐업'과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적힌 점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서귀포시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 초부터 '문화관광 서귀포 만들기' 사업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사업은 새섬, 새연교, 천지연폭포, 명동로, 이중섭거리 등 원도심 곳곳에 관광객을 위한 시설을 갖추고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열어 활력이 넘치는 도시를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됐다고 한다. 올해 시설 투자 및 공연 지원 등으로 총 63억원이 투입된다.
이중섭거리를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하는 것도 이번 사업에 포함됐다.
차 없는 거리가 조성되면 올해 하반기부터 '버스킹(Busking, 거리공연)'이 펼쳐진다.
'버스킹'의 시작은 유럽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있었다.
장이 서는 곳을 찾아 전국 곳곳을 돌던 남사당패와 각설이도 '버스커(Busker)'라 할 수 있다.
지난달 25일 천지연 야외공연장에서는 서귀포시 공무원들로 구성된 밴드 동호회 '메아리'와 기타 동호회 '퐁낭'이 청소년들과 함께 버스킹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오후 6시부터 약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버스킹에는 시민과 관광객 등 1000여 명이 찾았다.
'차 없는 거리'가 조성되면 이중섭거리, 명동로 등 원도심 곳곳에서도 길거리 공연이 펼쳐질 터다.
서귀포시가 세대간 소통, 문화 공연, 상권 활성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대한민국 관광 1번지'라는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