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에서 중무장하고 견뎌야 하는 일터…"폐암 걸린 동료 많아요"
급식 노동자 “안 아픈 동료가 없어요”
조리실 연기에 폐암 많고, 인력 부족
“1명이 130인분 조리”…퇴사율 60%
“건강검진에 폐CT 포함, 작업중지권 줘야”

"제 팔이 뒤로 안 돌아가요. 다른 동료들도 몸이 멀쩡하지 않죠. 폐 사진 찍어보면 대부분 결절이 나와요. 폐암 걸린 노동자를 다룬 뉴스를 보면 남일 같지 않죠."
학교 급식 조리사 주향미씨
주향미(60)씨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한 결과를 받고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폐 결절 소견이 나와서다. 그는 직장이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 조리실이다. 급식 조리사로 16년 째 일하고 있는 주씨는 밀폐된 공간에서 기름으로 튀김, 구이 등을 조리하다 보면 독한 연기를 들이마시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고온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조리흄을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주씨는 "급식실 동료 대부분이 폐 결절이 발견돼 추적관찰 진단을 받았다"며 "조리실 환경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양파 절단기에 손 뭉개졌는데…다른 동료가 대체 투입"
만성적인 인력 부족도 급식 노동자들을 힘들게 한다. 주씨가 일하는 학교에는 모두 4명의 급식 노동자가 아이들과 선생님 등 420명을 위한 음식을 만든다. 오전 7시 10분 출근하면 쉴 틈이 없다. 첫 배식이 시작되는 11시 30분까지 재료를 다듬고 요리해 밥과 국, 반찬 두 개와 샐러드, 과일 등을 준비해야 한다.
급식 노동자 1명이 식사를 약 130인분씩 만들어야 하니 고될 수밖에 없다. 힘든 일을 며칠 해보고는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다.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급식 노동자 채용미달률은 29%,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발적 퇴사율은 60.4%에 이른다.
인력 부족의 고통은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다. 몸이 아파도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쉴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배식과 식사가 다 끝나고 난 뒤 조리실 청소도 급식 노동자가 해야 한다. 2인 1조로 청소하는 게 원칙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주씨는 혼자 환풍구를 청소하다 약품이 눈에 튀는 아찔한 일을 겪었다. 그는 "일이 너무 힘들어 손가락 마디가 전부 고장 났다"며 "급식 노동자 한 명이 식사를 책임져야 하는 인원을 100명까지는 줄여야 한다"고 했다.
위험천만한 작업 환경도 문제다. 조리실에는 칼, 가위, 절단기 등 뾰족하고 날카로운 도구가 많다. 하지만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는 부족하다. 주씨는 "전에 일했던 학교에선 양파 절단기에 급식 조리실무원 손가락이 뭉개졌는데 그 사람을 병원에 보낸 뒤 다른 노동자가 똑같은 기계 앞에서 양파를 썰어야 했다"고 전했다. 또 "옆 학교 급식 조리실에는 큰 환풍기가 설치돼 있었는데 연기를 하나도 빨아들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폐암으로 산업재해 신청을 한 학교 급식 노동자는 214명이다.
여름이 다가오면 급식 노동자들의 걱정은 더 커진다. 조리실 온도가 40도 안팎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위생모에 장갑, 마스크, 장화까지 신어야 하기에 체온은 더 높아진다. 주씨가 일하는 학교 조리실은 지난해 7월 중순 에어컨이 고장 났는데, 아무 조치 없이 일주일을 찜통 속에서 버텨야 했다. 제대로 된 냉방 시절조차 없는 급식 조리실도 많다.
한겨울 작업 환경도 열악하다. 손이 시려워 장갑을 끼고 펄펄 끓는 물에 손을 담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주씨는 급식 노동자를 확충해 노동 강도를 낮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급식 노동자들의 폐암 문제가 심각한 만큼, 2년마다 받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폐CT 등을 포함해달라"고 했다.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급식 노동자들에게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부여하고 적정 수준의 임금과 인력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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