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진 약쟁이 캐릭터… 전문가가 짚은 '마약 문제' 심각성

정한별 2025. 5. 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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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더 글로리'… 마약 소재 사용한 콘텐츠들
"한국, 2025년 이후 마약 청정국 지위 잃었다"
'야당' 강하늘도 실감한 마약 문제의 심각성
'야당'은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일들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야당' 스틸컷

눈은 반쯤 풀어져 있고, 환각을 보는 듯 이상한 행동을 한다. 드라마,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약쟁이' 캐릭터의 모습이다. 실제로 이제는 한국도 더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현재 상영 중인 '야당'은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일들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야당은 실제 마약 세계에서 수사기관의 브로커 역할을 수행하며 이익을 취하는 마약범을 뜻하는 은어다. 작품은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 류경수 채원빈 등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야당' 이전에도 마약을 소재로 하는 많은 드라마, 영화들이 대중을 만났다. 세계적으로 흥행한 넷플릭스 '더 글로리' 속 화가 이사라(김히어라)는 마약을 하며 이것을 자신의 '영감'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셀러브리티'에서는 마약을 하는 상류층의 모습이 그려졌다. 채널A '가면의 여왕'에서는 윤해미(유선)가 마약 금단현상에 시달렸다. 지난해 방영된 SBS '커넥션'은 마약에 강제로 중독된 마약팀 에이스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마약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많은 드라마, 영화들이 대중을 만난 상황이다.


마약, 콘텐츠 단골 소재 된 이유

왜 마약은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됐을까.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에 "이전부터 범죄, 액션은 주류 장르였다. 마약이 대표적인 범죄 중 하나인 만큼 소재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또한 최근 장르물이 인기를 얻으며 범죄를 다루는 콘텐츠가 더욱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약 문제도 그 속에서 자주 다뤄지게 됐다. 마약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며 사회적인 관심도가 커졌다는 점 역시 이러한 소재의 잦은 사용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마약이 드라마,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는 것에는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가 모두 존재한다. 경남대 경찰학과 김도우 교수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 사회에 급속하게 퍼진 마약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는 학습이론에서 말하는 미디어의 긍정적인 효과다. 범죄의 심각성을 시청자에게 전달해 경각심을 심어 줌으로써 범죄억제기능을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마약 사용 장면이 쾌락적이거나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미화되거나, 범죄자들이 영웅처럼 묘사될 경우, 모방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자극성가설 혹은 모방이론으로 불리는 이러한 역기능은 특히 청소년들에게 모방을 자극해 단기적으로 범죄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도 마약범죄와 관련된 장면에 자주 노출될 경우 이를 무감각하게 여기는 둔감화 작용이 일어나거나 습관화 되어 마약사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제작진이 드라마, 영화에서 마약 문제를 다룰 때는 어떤 점을 주의하는 것이 좋을까. 마약퇴치연구소장인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는 "마약 통계를 보면 특정 계층(연예인, 재벌가)이 아닌 평범한 우리 이웃이며 사회적 취약 계층이 마약 사용자의 대부분이다. 국민적 공감대와 인식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답했다. 또한 "마약 사용자들이 치료 및 재활을 통하여 건강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전문가들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미래, 과연 괜찮을까

김히어라는 '더글로리'에서 약쟁이 캐릭터를 연기했다. 넷플릭스 제공

해외에서는 일찍이 마약 문제가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미국에서는 2022년 마약으로 인한 사망자가 11만 명 가까이 나왔다.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은 최근 미국의 마약 거리를 찾아 심각성을 알렸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가족공원에서도 마약이 판매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심혈관계 장환자실에서 일하고 있는 장양윤 간호사는 "고속도로 가면 뻥튀기 팔지 않나. 그런 것처럼 여기에서는 마약 이름을 대놓고 말하며 판다"고 알렸다. 또한 "마약을 하면 조현병 증상이 생긴다. 환청, 환시 증상이 생기는 거다"라고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의 마약 문제 역시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마약퇴치연구소장인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는 "한국은 2025년 이후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었다. 코로나19 기간에도 마약 사범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심각한 상황이다. 10~30대가 대분분을 차지하며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 주로 편중되어 있다. 또한 10대 청소년 사범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마약 사범들은 대부분 마약 사용자(Drug user)들이고 범죄자인데, 마약이 중독·습관성·내성과 사회적 해악성이 크고 재범율이 높다. 이 때문에 다양한 계층·대상에 따라 예방교육과 재활에 대한 노력이 진행돼야 한다. 정부도 심각성을 느껴 예산을 늘리고 강사진 및 전문 교육 강화를 위해 애쓰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대 경찰학과 김도우 교수는 앞으로 한국의 마약 문제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인 마약 밀매 조직의 활동이 과거에 비해 활발해지고 있으며, 온라인을 통한 마약 거래가 용이해지면서 마약 접근성이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 또한, 사회 경제적 스트레스 증가와 함께 마약에 의존하려는 취약 계층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적극적인 단속과 처벌 강화, 마약 예방 교육 확대, 그리고 중독자 치료 및 재활 시스템 강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약범죄수사를 위한 전담기구 등에 대해서는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을 알리며 앞으로 개선해야 될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은 만큼 대중의 인식을 형성하는 창작자, 정책을 마련하는 관계자 등 많은 이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강하늘은 인터뷰에서 "영화 '야당'에 우리나라 마약 사건 관련 내레이션이 있다. 처음 녹음했을 때는 1만 6,000여 건이었는데 개봉 시기에 다시 보니 2만 건이 넘어 있더라.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인 거다. 내레이션을 수정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왜 굳이 바꿔요?' 했는데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놀라서 '그렇게 많이 늘어난다고요?'라고 물었다"고 밝혔다. 드라마, 영화는 상류층이나 건달을 주 소비층으로 그려내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취향 계층까지 마약에 손을 대고 있다. 콘텐츠를 통한 인식의 전환과 이에 따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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