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톡] 지브리 프사 꼭 필요했나
단기 이익만 좇는 섣부른 투자
기술 가치 높이는 데 도움 될까
편집자주
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한동안 카카오톡 지인들의 프로필 사진 대다수가 온통 지브리풍이었다. 챗GPT에 사진을 올리면 지브리 스튜디오 그림체로 바꿔주는 서비스가 세계적으로 열풍이 분 영향이다. 열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서비스 출시가 3월 말이었는데 한 달여 만에 카톡엔 지브리풍 프로필이 현저히 줄었다. 지브리 프사가 꼭 필요해서라기보다 남들이 많이 하니까 혹은 그저 궁금해서 바꿔본 이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해도 되지만 안 해도 그만인 일’에 챗GPT는 어마어마한 전력을 썼다. 오픈AI가 이 서비스를 출시하고 한 주 동안 이미지를 7억 장 생성했는데, 여기에 미국 6만7,000가구가 하루에 쓰는 것과 맞먹는 전력이 들어갔다고 한다. 챗GPT가 이미지를 1장 만들려면 전력이 2.9와트시(kWh) 소모된다. 스마트폰을 30% 충전할 수 있는 양이고, 챗GPT와 단순 대화를 나누는 데 드는 전력의 수십 배다.
AI는 ‘지금까지 사람이 해왔고 앞으로도 할 수 있는 일’에까지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한 사람이 AI 에이전트를 여럿 고용해 일하고, AI 에이전트끼리 협업하는 ‘에이전트 투 에이전트(A2A)’ 시대가 코앞이란 전망이 쏟아진다. 오픈AI는 박사급 AI 에이전트 출시를 예고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에이전트 보스’가 새 리더십이 될 거라고 했다. 줄줄이 등장 중인 AI 에이전트들이 24시간 작동하며 문서와 이미지를 쏟아낸다면 에너지가 얼마나 동이 날지 헤아릴 엄두도 안 난다.
신기술이 대중화, 보편화하기까지는 수많은 예행연습과 시행착오를 거치게 마련이다. 제품과 서비스가 우후죽순 쏟아진 뒤 결국 이용자의 선택을 받은 일부가 살아남는다. AI도 이런 시기를 거치는 것이겠지만, 그렇게만 넘기기엔 이미 기후위기 경고가 심상치 않다. 안 해도 그만인 일, 사람이 어렵잖게 할 일을 너도나도 AI한테 시키려고 에너지를 과잉 소모하는 게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볼 때가 됐다. 빅테크에서조차 인간과 에이전트 역할의 최적 비율을 찾자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도 그래서일 터다.
첨단기술 시장이 확대될수록 사람들이 기술을 얼마나 이해하고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하다. 나스닥에 상장된 한 양자기술 기업을 상대로 미국에서 최근 집단소송이 시작됐다. 그간의 성과들이 과장되고 조작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기업가치가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첨단기술의 실질적 가치를 비전문가가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개발사의 장밋빛 전망에 기대 단기 이익을 좇는 섣부른 투자의 부작용은 일부 개인들의 손해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업의 안정성이나 시장의 신뢰성이 흔들리면 해당 산업 전체의 향방에까지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최근 만난 한 공대 교수는 ‘스마트 유저’의 역할을 강조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연구하는 그는 배터리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들을 운전자가 평소 자주 확인하고, 배터리가 최적으로 작동하도록 운전 습관을 들이면 배터리를 더 오래 양호한 상태로 쓸 수 있다고 했다. 꼬박꼬박 검진받고 식사와 운동 습관을 잘 들인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술 자체를 발달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잘 알고 현명하게 쓰는 이용자가 기술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브리풍 이미지 생성이 급격히 늘었을 때 “자제해달라” “정말 미친 상황”이라고 투덜댔다. 수익을 겨냥해 서비스를 내놓은 쪽이 되레 이용자를 탓하는 태도가 씁쓸하다. 이용자의 지혜 못지않게 기술자의 책임도 점점 절실해지는 시대다.
임소형 미래기술탐사부장 precar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대법원, 2심 뒤집었다...이재명 '선거법 위반' 유죄 취지 파기환송 | 한국일보
- [단독] 김건희 휴대폰 3대 압수했지만 빈손 되나... 신형 아이폰16에 공기계 2대 | 한국일보
- [단독] 검찰 "김건희에 목걸이, 샤넬백, 인삼주 주며 청탁" | 한국일보
- 조영남, 이제 팔순인데 "세 번째 결혼 원해"... 김영옥 "미친 짓" 일침 | 한국일보
- "교회 오세요" 길에서 나눠준 초콜릿 먹은 중학생 응급실행 | 한국일보
- 김정숙 여사 옷값 특활비 사용 의혹... 경찰,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영장 집행 | 한국일보
- 한덕수, 오늘 '출마용 사퇴' 관측... '尹 꼬리표'가 최대 걸림돌 | 한국일보
- 환희, 생활고 논란에 입 열었다... "트로트 도전, 생활고 때문 아냐" | 한국일보
- [단독] 건진법사 "목걸이 분실" 의심한 檢... 건진 일가도 수사 | 한국일보
- 이상민, 비연예인과 재혼… "'미우새'에서 관련 내용 방송"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