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콜드플레이가 남긴 것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해 12월 개통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서울역-운정중앙 구간 일일 이용객 최고 기록은 7만3,793명(4월 25일). 평균 이용객(4만1,828명)보다 약 3만2,000명이나 많았다. 이날 무슨 일이 있었을까. 영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 콜드플레이의 마지막 공연이 킨텍스역과 가까운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서울역에서 킨텍스역까지는 딱 16분. “콜드플레이 때문에 GTX 처음 타 봤는데 신세계였다”는 간증이 쏟아졌다.
□ 콜드플레이는 또 다른 최고 기록들도 남겼다. 한국 공연 역사상 최다 관객(약 25만 명), 최다 회차(6회), 최고 수익(티켓 수익만 470억 원) 등. 열정적인 한국 관객들도 최고 기록 쓰기에 동참했다. 콜드플레이는 플라스틱 응원봉 대신 식물성 소재의 LED 팔찌를 관객들에게 나눠 주고 공연이 끝나면 회수해 재활용하는 저탄소 캠페인을 하면서 도시마다 팔찌 회수율을 공개한다. 이전 최고 기록은 일본 도쿄와 핀란드 헬싱키의 97%였다. “이건 한일전이다!” 하는 경쟁이 붙으면서 서울(고양) 회수율이 99%를 찍었다.
□ 콜드플레이는 2019년 월드투어 중단을 선언한 적이 있다. 2016~2017년 투어의 탄소배출량이 250만 톤이라는 기록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였다. 2021년 탄소감축 공연을 약속하고 돌아온 이들은 △티켓 한 장이 팔릴 때마다 나무 한 그루 심기 △재활용 소재로 무대 설치 △생분해성 종이 꽃가루 사용 등을 실천했다. 이번에도 페트병 반입을 금지했고, 관객들이 페달을 밟아 공연용 전기를 생산하는 자전거 발전기를 객석에 설치했다. 정말로 친환경인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무관심보단 낫다.
□ 콜드플레이는 왜 고양에서 공연했을까. 고양종합운동장을 일부러 고른 게 아니라, 서울에 스타디움급 대형 공연장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은 리모델링 중이고, 상암월드컵경기장은 축구장 잔디 훼손이 문제다. 도쿄만 해도 3만 석 이상 공연장이 5개이고, 이 중 음악 전문 공연장이 4개다. K팝 자부심은 하늘을 찌르지만, 공연 인프라와 문화 행정가들의 인식은 바닥인 셈. 한국 문화 정책의 씁쓸한 현주소라 하겠다.
최문선 논설위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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