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미치광이가 돼야"… 무대에서 자해하는 파격 연출가
2~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사랑의 죽음'
"나약함 인지하고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야"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것은 예술가를 미치광이로 보는 것입니다. 예술가는 사회와 동떨어져 세상과 전쟁하듯 살아야 그 사회를 볼 수 있습니다."
스페인의 전방위 예술가 안헬리카 리델(59)이 피와 배설물, 성을 상징하는 오브제 등을 무대에 올리며 충격과 불편함을 유발하는 연출을 고수하는 이유다. 리델은 2~4일 국립극장 해외초청작 '사랑의 죽음. 피비린내가 눈에서 떠나지 않아. 후안 벨몬테'(이하 '사랑의 죽음')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지난달 30일 국립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리델은 "몸으로 하는 예술의 힘을 믿는다"며 "신체를 극한으로 밀어붙였을 때 진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과 대중은 영혼을 잃었다"며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예술적 광기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리델은 2012년 영화 '올드보이'의 조영욱 음악감독을 연극 스태프로 섭외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적이 있지만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3년 아트라 빌리스 컴퍼니 창설 이후 30년 넘게 연극을 만들어 온 리델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술 축제인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9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강렬한 연출로 현대 연극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스페인 문화부의 국가 희곡 문학상, 베니스비엔날레 은사자상 등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삶을 바라보는 염세적 태도에서 비롯됐다. 9세 때 이미 '외로움'이라는 제목의 시를 썼고 14세 때 모든 등장인물이 자살하는 희곡을 썼던 리델은 "무대에서 죽음을 이야기함으로써 자살 충동을 이겨낸다"고 했다. 그는 "예술과 인생 사이에서 항상 투쟁하고 있다"며 "일이 때로는 나를 구원하고 또 때로는 형벌로도 느껴진다"고도 했다.

'좋아요' 사회 혐오… 사람들의 가면 벗기고파

이 같은 그의 작품 철학이 담긴 '사랑의 죽음'은 벨기에 엔티겐트(NTGent) 극장 상주 예술가이자 연출가인 밀로 라우의 '연극의 역사' 기획 시리즈의 하나로 제작됐다. 리델은 "내 연극사의 상당 부분은 피와 관련이 있다"고 돌아봤다. "눈부신 아름다움에 둘러싸인 죽음"인 투우의 황금기에 활약한 후안 벨몬테(1892~1962)와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사랑의 죽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고, 2021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했다. 제목의 '피비린내가 눈에서 떠나지 않아'는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이 고대 그리스 비극 시인 아이스킬로스의 시구를 변형해 즐겨 사용한 문구다. 잔혹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예술을 통해 직면하려는 리델의 신념과도 통한다. 제목 그대로 연극에는 소의 사체 등 전위적 시각 요소가 등장하고, 리델이 직접 출연해 면도칼로 다리를 긋는다. 그는 "스스로를 해치기 위함이 아니라 나는 피의 냄새로 자극을 받아 연기하기 때문"이라며 "피 냄새와 새빨간 색깔이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추함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리델에게 '좋아요'를 누르는 지금의 세상은 혐오의 대상이다.
"인정받고, 소속되고 싶어서 '좋아요'를 받으려 모든 것을 하는 시대에 살고 있죠. 하지만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허구고, 모든 것에는 그림자가 있어요. '좋아요'만 받으며 살 수는 없습니다. 나는 괴물 같은 내 모습을 통해 창피함을 모르는 사람들의 가면을 벗기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 나약함을 인지하고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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