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거부권’ 보면 ‘李 정책’이 보인다…더 센 노란봉투법·상법이 온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도 다시 만지작…‘원전’ 방점 ‘중도보수’ 노려
3번 폐기된 양곡관리법도 재추진…‘남는 쌀 매입 기준’ 정부 재량으로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기업도 챙기고 노동자의 권리도 보호하겠다. 성장을 이루면 분배도 하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국가 비전의 방향성은 무엇일까. 좌우로 과감히 핸들을 돌리며 쏟아낸 정책의 '진정성'과 '현실 가능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렇게 답한다. '우린 원래 중도보수당'이었다는 논리도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후보의 정책 방향성을 둘러싼 혼란이 지속되자 그 '진짜 이정표'를 확인하려면 윤석열 정부 시절 이 후보가 내세웠지만 막혔던 법안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역설적인 분석이 제기된다. 윤 정부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민주당표 법안'들이 '이재명의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결국 추진될 정책이라는 해석이다. 그 최전선에는 노란봉투법과 양곡관리법, 상법 개정안 등이 대기 중이다.
윤 정부가 임기 동안 행사한 거부권은 42건. 이 기록에는 크게 세 가지 의미가 담겼다. ①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거부권 횟수(45건)와 맞먹는 비정상적 수치 ②정부·여당의 반발에도 쟁점 법안을 일방 처리한 '170석' 민주당 입법권력의 크기 ③이재명 후보가 집권할 경우 입법권·행정권을 모두 쥔 정권에선 사실상 '법안 거부'라는 저지선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다시 말해 만약 이재명 정권이 들어선다면 거부된 민주당 법안 중 상당수는 빠르게 공표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재명, 근로자 범위 넓힌 노란봉투법 재추진
민주당은 이미 일부 법안을 대선 공약으로 검토하면서 재추진에 나섰다. 대표 사례가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사 관계에서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의 쟁의 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단독 강행한 해당 법안에 대해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최근 이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합류하면서 법안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취재에 따르면 민주당은 현재 야5당 공동발의로 노란봉투법 재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새로 발의할 법안은 앞서 22대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 내용과 유사하다고 한다. 야5당은 이번 국회에서 지난 21대에 발의된 노란봉투법보다 근로자 정의를 넓히고 특수고용노동자 등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등 한층 강화된 법안을 발의했다.
노란봉투법 재추진은 이용우 민주당 의원이 앞장서고 있다. 이 의원은 "노란봉투법은 헌법상 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노동자가 행위한 만큼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고, 노동 3권을 질식시키고 있는 현행 손해배상책임 제도를 재정비하자는 매우 상식적인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의 반발에 대해선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에게 권한을 행사하는 원청 사용자라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원청과 하청이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라며 "'반기업·친노동법안'이 아니다. 악의적 선동을 중단하고 치열하고 생산적인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李 공약' 양곡법, 정부의 쌀 매입 '의무→재량' 수정
윤석열 정부에서 3차례 좌초된 양곡관리법도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농업 분야 공약에 관련 내용을 담은 만큼 집권할 경우 관련 정책을 전폭 추진할 방침이다. 그간 민주당이 단독으로 국회에서 통과시켜온 양곡관리법은 '쌀값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게 양곡을 매입하거나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법안은 이 후보가 대표 시절 내걸었던 '1호 민생법안'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기후위기 시대에 농업 생산인구가 줄고 수급이 불안해졌다면서 양곡관리법 추진 등을 약속하며 농민 표심을 공략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지원단가 현실화 등 농업 재해 보상 현실화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쌀값 안정화 △농정 예산 확대 △농업인을 위한 퇴직연금제 도입 △AI(인공지능) 기술 적용 스마트 농업 추진 공약을 발표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은 양곡관리법을 두고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지난해 12월 "고질적 쌀 공급과잉 구조를 고착화해 쌀값 하락을 더 심화시키고,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그의 첫 거부권을 사용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렇게 세 차례 폐기된 양곡관리법은 대선 국면에 다시 부상했다.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4월28일 '민생농업 4법'을 재발의하면서 윤 정부를 향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안은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등으로 지난 21대 국회 법안보다 진화된 버전이다. 이 의원은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배 면적을 줄이고, 이후 사후 조치만 하고 있는 쌀 수급 문제를 사전 조정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단계이자 논쟁점인 '정부의 쌀 매입'과 관련해선 '의무화' 조건을 조정했다. 그는 "만약 앞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쌀 가격이 '상당히 폭락할' 경우 정부가 그 일부를 지원하자는 취지인데, 그 결정은 기존 쌀 매입 의무화 기준을 정부 재량으로 수정했다"며 "또 (과거 개정안에는) '폭락 범위' 기준도 지정해 놨지만 (이번에 재발의한) 법안에는 기준 설정을 정부의 권한으로 변경했기 때문에 정부도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세금' 덜 걷고 '25만원' 뿌리기?…원전 기반 '에너지믹스' 방점
이재명 후보의 지휘하에 다른 쟁점 법안들도 속도전에 오를 전망이다. 이 후보의 트레이드마크 격인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정책은 물론, 거부권이 행사됐던 상법 개정안도 재계의 반발 속에서 재추진된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관련 논쟁은 최근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다시 불붙었다. 민주당은 이번 추경안에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데 대해 압박에 나섰고, 4월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그간 추진해온 민생회복지원금도 다시 거론했다.
상법 개정안의 경우 이 후보는 한덕수 대행이 4월1일 거부권을 행사한 지 20일 만에 '더 강력한 개정안을 추진하겠다'며 이를 대선 공약에 포함시켰다. 이 후보는 주식시장 활성화 공약을 발표하며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이사도 선임될 수 있도록 집중투표제를 활성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경영 감시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앞서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가 거부권 행사 및 국회 재표결 끝에 폐기된 기존 상법 개정안에 새롭게 추가된 내용이다.
또 이 후보는 "배우자 상속세 면제나 근로소득세 기본공제 현실화가 시급하다" "정부 부담을 민감에 넘기는 증세 추진은 바람직하지 않다" 등 '감세론'을 펼치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선을 긋고 에너지믹스의 핵심 축으로 원전을 내세웠다. 그야말로 좌우 정책을 다 제시하며 전폭적으로 중도 확장을 공략하겠다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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