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0년대 낭만의 재현, 충남 레트로 기차여행 [투얼로지]
충남|김재범 기자 2025. 5. 1. 14:31

기차는 여행을 위한 이동수단이지만 때론 그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선로 위를 달릴 때 몸으로 전해지는 규칙적인 진동, 슬며시 잠을 부르는 은근한 ‘백색소음’, 적당한 속도로 창밖에 펼쳐지는 풍경은 국어 교과서에서 배운 ‘객창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비둘기, 통일, 무궁화, 새마을로 기차 등급이 나뉘던 시절 한없이 느린 비둘기나 통일호를 타고 객차 통로를 오가는 판매 카트의 주전부리를 사먹으며 여행의 설레임을 느끼던 기억은 이제는 아련한 ‘그리움’이다. KTX로 대표되는 요즘이야 신속함과 편함이 우선시 되지만, 가끔은 예전 그 느린 기차여행이 그리워지곤 한다.

그런데 이번에 모처럼 옛 ‘낭만’을 되새길 기회가 생겼다. 코레일관광개발, 한국관광공사, 충남문화관광재단 등이 손잡고 ‘충남 레트로 낭만열차’라는 기차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과거 그 분위기를 살려 기차를 타고 충남 명소로 떠나는 여행이다. 꼭두새벽부터 꽤 부산 떨어야 하는 오전 7시 13분 서울역 출발의 일정이지만 기꺼이 봄날 충남 여행길에 나섰다.
●기차타고 과거로 ‘슬로투어’ ‘충남 레트로 낭만열차’는 1960년~1980년대 기차여행의 낭만을 재현한 콘셉트 상품이다. 1922년 운행을 시작한 103년 역사의 장항선을 타고 아산, 예산, 홍성, 보령, 서천, 서산, 태안 등 충남 7개 지역 명소를 찾아간다. 기차 이동시간이 2시간 남짓이라서 당일여행 코스로 진행을 한다.

열차를 타면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차내에서 통기타와 아코디언 반주의 싱어롱부터 옛날 도시락, 구운 달걀 등 추억의 간식과 교복 입기, 뽑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상품의 콘셉트나 구성이 레트로 정서이다 보니 열차 이용객 대부분은 지긋한 나이대의 중장년이나 노년의 어르신들이다. 출발 30여분이 지나면서부터 이런 저런 공연과 프로그램을 펼쳐지면 박수와 함성, 노랫소리가 떠들썩하게 객차를 채운다. 준비한 간식거리나 공연, 예전 교복과 교련복 등의 소품을 보면 꽤 정성들여 준비를 한 티가 난다. 굳이 옥의 티를 찾는다면, 그 시절에는 새마을 바로 아래 등급의 고급 객차이던 무궁화호를 타고 비둘기나 통일호의 느낌을 되새기는 약간의 어색함이라고 할까. 하지만 현재는 무궁화가 가장 낮은 등급의 객차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목적지에 맞춰 해당 역에서 내리면 해당 시군이 제공한 시티투어 버스에 탑승해 관광해설사와 함께 주요 관광지와 맛집, 오일장을 비롯해 전통시장, 축제 현장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충남 레트로 낭만열차’는 4월부터 11월까지 모두 8회 운행한다. 4월 23일 첫 운행을 했고 앞으로 5월 17일, 5월 30일, 6월 14일에 진행한다. 하반기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이기진 충남문화관광재단 관광사업본부장은 “1960~80년대 기차여행의 감성을 장항선에서 재현한 것으로, 지난해 중장년 뿐만 아니라 MZ세대들로부터도 큰 인기를 얻었다”며 “2025~2026 충남방문의 해를 맞아 충남의 매력적인 열차 상품으로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 위 연꽃, 간월암 이번 기차여행에서는 내륙의 예산 지방과 서해안 서산을 함께 돌아보았다. 간월암은 서산 부석면 간월도라는 섬에 있는 작은 암자다. 외양만 보면 해안의 평범한 작은 절이다. 하지만 이곳은 하루에 두 번 만조 때는 섬이 되고, 간조 때는 뭍과 연결되는 신비로운 매력을 지녔다. 밀물이 들어오면 암자 모습이 물에 든 연꽃과 같다고 연화대(蓮花臺)라고 불렸다.

유명세가 있다 보니 연중 이곳을 찾는 관광객으로 꽤 북적인다. 간월암을 찾을 때는 물때를 잘 계산해야 만조와 간조 때의 극적인 변화를 볼 수 있다. 암자 경내 건물은 무학대사 초상화가 있는 법당 등이 있지만 특별히 인상적이진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절집 주변의 바다 풍광이 매력적이다. 특히 이곳에서 보는 서해 낙조가 꽤 멋있다고 소문이 났다. 간월암에서 바라보는 일몰도 멋있고, 뭍에서 간월암 뒤로 넘어가는 석양을 보는 풍광도 일품이라고 한다. 아쉽게도 일몰 시간을 맞추지 못해 직접 보지는 못했다.

또한 이곳에서 수행하던 무학대사가 이성계에게 보낸 어리굴젓이 궁중의 진상품이 되었다고 하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굴의 풍년을 기원하는 ‘굴부르기 군왕제’가 매년 정월 보름날 만조 시에 간월도리 어리굴젓 기념탑 앞에서 벌어진다.

●봄날 정취 노란 꽃바다, 유기방가옥 유기방가옥은 서산시 운산면의 일제강점기 주택이다. 유기방가옥의 ‘유기방’은 고택에서 거주하며 관리중인 어르신의 이름이다. 향토사적, 건축학적으로 가치가 있어 2005년 충남 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유기방가옥을 찾는 사람들을 대부분 집 뒤 언덕에 가득 핀 수선화 군락을 보러 온다. 유기방 씨가 집 뒤에 무성한 대나무 대신 수선화를 심기 시작해 지금은 그 넓이가 6만6116㎡(약 2만 평)에 달한다.

그래서 매년 봄이면 고택 뒷편의 구릉을 따라 넓은 노란 꽃바다가 펼쳐진다. 개화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4월 30일까지는 수선화를 볼 수 있다. 이번 방문이 개화 끝물이어서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화사하게 핀 수선화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 3대 읍성, 해미읍성 해미읍성은 성곽 둘레 1800m, 높이 5m, 면적은 약 20만㎡인 읍성이다. 읍성은 읍을 둘러싸고 세운 평지성이다. 해미읍성은 고창읍성, 낙안읍성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읍성으로 꼽힌다. 1973년부터 읍성의 복원사업을 실시해 현재 3대문과 객사 2동, 동헌 1동, 망루 등을 다시 재현했다. 충무공 이순신이 10개월 간 근무하기도 했던 서해 지역 군사 요충지로 적군의 접근을 어렵게 하려고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를 성 주변에 심어 탱자성이라고도 불렸다.

해미읍성은 조선말 천주교도 순교 성지로도 유명하다. 천주교 박해 당시 충청도 각 지역에서 수많은 신자가 잡혀와 죽음을 당했다. 1866년 박해 때에는 1000여 명이 이곳에서 처형됐다고 한다. 성내 광장에는 당시 천주교도들이 갇혀 있던 감옥 터와 나뭇가지에 매달려 고문을 당했던 노거수 회화나무가 서 있다.

굴곡진 역사적 사건이 있던 현장이지만, 잘 관리된 잔디광장과 성내에 여러 유적이 있어 돌아보기가 좋다. 읍성 주변에는 ‘골목식당’에 등장해 유명세를 탄 호떡이나 서산 더미 불고기 등 지역 특색 음식도 맛볼 수 있다.

●호수 위 우아한 자태, 예당호 출렁다리 40km, 너비2km의 예당호는 예산여행의 필수 방문코스다. 이곳에는 2019년 지은 예당호 출렁다리가 있다. 폭 5m, 길이 402m의 국내 최장 출렁다리이다. 내진설계 1등급을 받아 성인 315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바다 위 배처럼 부드럽게 출렁이는 다리는 걷는 재미가 있다. 다리 중간 교각에는 예당호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걸어서 출렁다리를 지나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밖에서 바라보는 호수와 어우러진 다리 경관도 멋지다. 파란 하늘과 물에 비친 구름의 반영, 그리고 그 위를 가로지르는 우아한 다리의 자태가 그림같다. 밤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무지개 빛깔 LED조명을 이용해 몽환적인 분위기도 연출한다. 예당호에는 출렁다리와 함께 또 하나의 명물인 음악분수가 있다.길이 96m, 폭 16m, 분수 물 높이 110m로 한국기록원에 ‘호수위에 설치한 가장 넓은 면적의 부력식 음악분수’로 올라 있다.

예당호 모노레일은 산악열차 방식의 모노레일로 예당호 수변 1320m를 약 22분 동안 운행한다. 국내 최초 테마형 야간경관조명 모노레일이다. 그외 시간 여유가 있다면 출렁다리에서 예당호 중앙 생태공원까지 데크길로 이어지는 느린 호수길(5.2km)도 걸어볼만 하다.

●천년 고찰의 힐링, 수덕사 수덕사는 예산 덕산온천 근처 덕숭산(495m) 남쪽 자락의 사찰이다. 충남 내포 지역의 조계종 사찰을 관장하는 제7교구 본사일 정도로 규모가 크다. 백제시대인 6세기경 창건되어 15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녔다. 예산군 제1경으로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국보로 지정된 대웅전을 비롯해 보물 노사나불괘불탱과 묘법연화경, 삼층석탑, 칠층석탑 등 백제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문화재가 고루 남아 있다.

사찰 인근에는 서양화가 이응노 화백의 유적이 있다. 선생이 미술 활동을 했던 초가집을 비롯해 이응노 선생 사적지인 수덕여관, 이응노와 근현대 예술인의 작품과 불교 미술품을 전시하는 선미술관 등이 있다. 경내가 넓찍하고 산문부터 대웅전까지 가는 숲길이 여유롭다. 봄을 맞아 화사하게 핀 봄꽃을 즐기며 천천히 돌아보기 좋다. 관광객을 위한 안내와 편의시설도 잘 갖추고 있다.

다만 충남 지역의 대표 불교 명소인데다, 경관이 빼어나고 사찰 내 문화재가 많다 보니 늘 관광객이 북적인다. 절 앞의 상가도 꽤 크게 조성되어 휴일이나 주말 방문에는 많은 인파와 마주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

●사과주 풍미와 장터 먹거리, 은성농원과 예산시장 은성농원은 예산사과를 처음 재배한 지역인 고덕면에 있다. 6000여 그루의 사과나무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사과를 재배한다. 이곳은 사과 재배와 함께 사과를 발효하거나 증류해 술을 만드는 양조장과 증류소를 갖추고 있다.

방문객이나 이용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냥 사과 와이너리라고 부르지만, 정확히는 다르다. 포도를 발효한 술이 와인이고, 이를 증류한 것은 브랜디이다. 사과를 증류한 술은 시드르라고 부르고, 이를 증류해 도수를 높이면 칼바도스가 된다. 은성농원에서는 이 시드르와 칼바도스를 생산, 시음, 판매한다.

농장 안에 레스토랑, 세미나실, 펜션 스타일의 숙소를 갖추고 있다. 구리로 만든 거대한 증류기와 오크통이 즐비한 숙성창고를 돌아보는 투어, 시드르와 칼바도스 시음, 가족 방문객을 위한 사과파이 만들기, 사과잼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예산시장은 1926년 문을 100년 가까운 역사의 전통시장이다. 매달 5일과 10일에 오일장이 열린다. 최근 시장 내부를 리모델링하고 시장 가운데 실내 광장에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60년 전통 국밥, 선봉국수, 백술상회, 사과당, 광시카스테라, 낙원약과 등 다양한 먹거리가 인기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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