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노동절’에도 멈추지 않는 제주 택배…“쉰다고 생각도 안했죠”
쏟아지는 물량 처리에 일 12시간 근무하기도

"빨간 날 쉬는 거요? 언감생심이죠."
5월1일 근로자의 날.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정 유급 휴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달력 속 붉은 글씨일 뿐이다.
쿠팡 택배 기사로 일하는 한재석(가명·40대)씨도 이날 어김없이 아침 일찍 일터로 향했다.
이날 오전 서귀포시 주택가에서 만난 한씨는 머리와 어깨를 적신 비를 닦을 틈도 없이 분주하게 트럭에 물건을 옮기고 있었다. 탑차 안에는 빼곡이 쌓인 물량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는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우비를 입고 벗을 여유조차 없다"며 "그냥 젖고 말지,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물량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시로 배송지 위치가 표시된 앱을 확인하며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한씨는 "다른 사람들이 쉰다고 해서 물량이 줄지는 않는다"며 "택배 기사에게는 그냥 평범한 하루"라고 했다.
한씨의 일과는 오전 9시30분 물류센터 출근으로 시작된다. 배송 구역별 물량을 분류하고 나면 오전 11시. 이후 1차 배송을 모두 마치는 시간은 오후 3시 무렵이다. 점심은 간단히 컵라면이나 김밥 등으로 해결하고, 곧장 2차 배송에 돌입한다. 하루 평균 300~320개의 물량을 처리하고 나면 퇴근 시간은 오후 9시30분을 훌쩍 넘긴다. 이 외에도 후레시백 반납 등 '공짜 노동'이 뒤따른다.
그는 "야간 배송 인력이 충원되면서 예전보다는 다소 나아졌지만, 여전히 식사 시간이 부족한 날이 많다"고 전했다.
근무일도 주 5일이 원칙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동료 기사의 휴무 여부에 따라 주 6일 일하는 경우도 흔하다는 것. 한씨는 "휴무를 내려면 4주 전에 미리 신청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계획대로 반영되지 않아 사실상 반강제로 일하고 쉰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에도 한씨가 가장 속상한 건 '자꾸만 강탈당한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배송 한 건당 부과세 포함 830원을 받는데, 수수료 8%를 원청 쿠팡과 기사 사이에 있는 하청업체가 떼간다. 하청업체는 "쿠팡의 방침"이라며 책임을 미루고, 쿠팡은 "할 도리는 다 했다"고 말한다.
한씨는 "택배기사는 4대 보험도 안되고 모든 부담이 개인 몫"이라며 "일의 성과에 따라 돈을 벌어야 하는데 여건은 나아지지 않으니 점점 지쳐간다"고 토로했다.
휴일에도 일터로 나선 많은 택배 기사들은 직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단가 인상, 휴무 등 노동자로서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다.
한씨는 "기사들에게 잘해주고, 물류센터에서 밤낮으로 일하는 분들에게도 제대로 된 처우가 이뤄져야 진짜 좋은 기업이라 할 수 있다. 그게 쿠팡이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