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지키는 '경비 전문가'…"안전도시 위상 되찾겠다"
[편집자주]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행복 가득한 일상을 보내도록 우리동네를 지켜주는 그들.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는 경찰서장들을 만나봅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가 내려진 지난달 4일. 집회·시위가 일상이었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대통령실 인근에선 아무런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았다. 그 배경엔 '경비 전문가' 서재찬 용산경찰서장(사진)의 치밀한 판단과 노련한 지휘가 있었다.
부임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 서 서장은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라는 중대 상황을 맞았다. 그는 가장 먼저 현장의 기본부터 살폈다. 선고 전날엔 주력 기동대를 관내에 재배치했고, 사전에 위험 요소를 분석해 경력을 촘촘히 보강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 한강진역과 버티고개역 인근엔 형사과·수사과 소속 경찰 60명을 미리 배치해 충돌을 사전에 차단했다. 선고 당일엔 현장 경찰관들에게 보호 장비 착용을 지시했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캡사이신까지 준비했다. 서 서장은 "시민들의 높아진 준법 의식 덕분에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경비 전문가' 서 서장의 경찰 경력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초임 시절인 1997년, 약 2년간 울릉경비대와 독도경비대에서 일본 순시선의 영해 침범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았다.
1998년 1월 늦은 밤, 실제로 일본 선박이 우리 영해를 침범하자 이를 즉시 동해 해양경찰서에 통보했다. 외교적 분쟁으로 번지진 않았지만, 그는 이 경험을 통해 경비 업무의 무게와 책임을 절감했다.
경감 시절엔 대통령실 경호를 담당하는 202 경비대에서 근무했다. 2010년 11월 G20(주요 20개국) 행사 당시 한 달간 경비 임무에 투입된 적도 있다. 2015년엔 관악경찰서 경비교통과장, 2016년엔 22 경찰경호대에서 근무했다. 이후 △경북경찰청 112 치안 종합상황실장 △경북 영덕경찰서장 △서울청 5 기동단장 등을 역임하며 현장 대응력이 요구되는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서 서장은 "3월 용산경찰서장으로 부임했을 땐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하고 탄핵 국면까지 겹치면서 집회·시위가 많아져 경비 수요가 높아졌다. 따라서 경비 업무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대응에 나섰다"고 말했다.
서 서장은 현장 통제만큼이나 기동대원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용산에 집회·시위가 급증하자 그는 대원들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인력 운용을 효율화했다. 평시엔 최소 인원으로 상황을 유지하다가 긴장이 고조될 집회 시작과 종료 시점엔 경력을 탄력적으로 증원했다.

탄핵 이후에도 용산서장이 마주한 과제는 여전히 많다. 용산엔 100곳이 넘는 외교공관, 핼러윈 시즌마다 인파가 몰리는 이태원이 있다. 여의도 불꽃 축제 기간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용산 이촌 한강공원도 위치했다.
서 서장은 "이태원 참사 이후 행사 주최자가 특정되지 않는 군중 밀집 상황도 경비 대상으로 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등과 합동으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인공지능 CCTV로 혼잡도를 분석해 사전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외교공관 등 주요 시설의 경우 24시간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유사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갖췄다. 이 외에도 지구대·기동대·경비과 간 협업을 통해 위험 요인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용산서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했지만, 서 서장은 "자신 있다"고 말한다. 용산서 특유의 강한 책임감과 밝은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평균 연령이 30대 후반이라 에너지가 넘친다. 출동이 걸리면 서로 나가겠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사회 공헌 활동도 꾸준하다. 용산서는 2002년부터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작은사랑 나눔 운동'을 운영하며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최근엔 학교전담경찰관(SPO) 추천으로 불우 학생 5명을 선정해 기부했고,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당시엔 성금을 전달했다.
서 서장의 목표는 '안전 도시' 용산의 위상을 되찾는 것이다. 그는 "용산구가 2021년도엔 전국 사회 안전 지수 부문에서 1등이었지만, 이태원 참사 이후 순위가 중하위권이 됐다. 서서히 순위를 끌어올려 옛 명성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박상혁 기자 rafand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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