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8시간 노동’ 140년 전 외침도 교대근무자에겐 먼 얘기···수면 건강을 지켜라
밤샘 후엔 실내 어둡게···멜라토닌 등 도움
무엇보다 노동시간 제한·근무환경 개선 필요

5월 1일 세계 노동절의 기원이 된 1886년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의 파업 집회는 ‘하루 8시간 노동’을 주된 목표로 내걸었다. 그로부터 약 140년이 흘렀지만 24시간 돌아가는 산업이 늘어나면서 불규칙한 근무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노동 환경은 여전하다. 장시간 노동에 낮과 밤이 바뀌기 일쑤인 교대근무 노동자는 특히 수면 주기가 교란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교대근무 노동자들은 수면 주기를 비롯한 생체리듬이 흐트러져 잠잘 시간이 부족해진다. 수면 패턴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낮 동안 졸리거나 밤에 불면증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인체는 해가 뜨고 지는 일주기에 따라 신체활동과 식사 시간 등을 적응하며 생체리듬을 조절하는데, 교대근무로 이 과정이 방해를 받으면 생체시계에 혼란이 생긴다. 생체시계가 큰 무리 없이 조정될 수 있는 시간 폭은 하루에 최대 1시간 정도여서 급격하게 근무시간이 바뀌면 적응하기 쉽지 않다.
교대근무 때문에 밤새워 일해도 낮에 자면 회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는 한 달 이상 교대근무를 지속하면, 쉽게 잠들기 어렵고 낮 동안 졸린 증상이 7일 이상 지속하는 ‘교대근무 수면장애’로 진단될 가능성이 커진다. 강동경희대병원 수면센터 연구팀이 교대근무 노동자 6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면 실태 분석 연구를 보면 교대근무 수면장애 위험군으로 분류된 비율은 32.2%(201명)에 달했다.
교대근무 수면장애는 특히 나이가 많거나 여성일 경우 더 겪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교대 주기가 한 달 이내로 바뀌는 경우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온도, 빛, 소음 중 하나 이상 불량한 수면 환경을 경험한 비율도 높았다”며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근무 스케줄을 조정하거나 수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대근무는 여러 이유로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인체의 생체시계가 일주기와 어긋나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휴식·수면 시간이 줄어들면 고혈압, 당뇨, 비만, 위장관 장애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뇌심혈관계 질환 위험은 2~3배 증가하고, 불안장애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악화할 가능성도 커진다. 여성이 교대근무를 계속하면 생리불순이 1.5배가량 높게 나타나며 유방암, 자궁근종 발생 위험도 상승한다는 연구도 나온 바 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도 교대근무를 발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면 양질의 수면을 충분히 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 밤샘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뒤에는 강한 빛을 피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암막 커튼을 활용해 실내를 어둡게 만드는 게 좋다. 취침 1시간 전에는 멜라토닌 보충제나 바나나, 견과류, 우유 등 트립토판이 풍부한 음식을 적당량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가능하면 매일 7~8시간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좋다.
무엇보다 교대근무가 불가피한 직종이라도 노동자의 건강권과 결부된 수면·휴식 시간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하고 야간 근무 때는 밝게 조도를 높여 신체가 밤을 낮처럼 인식하게 하면 도움이 된다. 또 주간 근무를 할 때보다 더 많은 휴식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근무 교대 방식을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신원철 교수는 “근무 순서를 오전-오후-야간 순의 시계 방향으로 배치하면 생체리듬의 적응을 돕는다”며 “같은 시간대 근무를 1~2주 이상 길게 유지하면 신체가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2차 특검, ‘양평고속도로 의혹’ 원희룡 출국금지···이번엔 사건 규명되나
- [속보]오세훈 “서울시장 출마···오늘 후보등록 한다”
- 한국 민주주의 지수 41위→22위 상승, 이 대통령 “나라 위신 되찾고 있어”
- [속보]정청래 “검사 수사 개입 다리 끊었다…검찰개혁, 당·정·청 협의로 독소조항 삭제”
- 지구궤도서 찍은 잠실 주경기장이 이렇게 뚜렷하다고?
- 모즈타바 막기 위한 치열한 권력암투···강경·온건파의 이란판 ‘왕좌의 게임’
- [속보]이 대통령 “차량 5부제 등 에너지 대책 수립…‘전쟁추경’ 신속 편성” 지시
- 부산시장 후보자 면접 본 전재수 “손톱만큼 의혹 있으면 출마 가능하겠나”
- 최태원 “2030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 지속 예상···SK하이닉스 ADR 상장 검토”
- [단독]정부, 저소득층 ‘지역화폐 직접 지원’ 추경 검토···고유가 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