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인권적 행태, 함께 못 해”…인권도시포럼서 인권위 배제

해마다 5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와 함께 세계인권도시포럼을 열어온 광주시가 올해는 인권위에 공동주최를 제안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 안건을 의결하는 등 최근 인권위의 반인권적 행태를 문제 삼는 의견이 포럼 주최 쪽 회의에서 나온 뒤 내려진 결정이다.
세계인권도시포럼 사무국 업무를 담당하는 광주시 인권평화과 관계자는 30일 한겨레에 “올해 포럼은 인권위와 공동주최하지 않기로 했다”며 “애초에 인권위에 제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계인권도시 포럼은 국내외 인권 도시와 인권기구 및 단체 관계자 등이 모여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인권의 가치로 어떻게 계승할 것인지 매년 주제를 정해 토론하는 행사로, 올해는 5월15일~17일 ‘평화와 연대 : 전쟁과 폭력에 저항하는 인권도시’라는 주제로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인권위는 포럼이 처음 개최된 2011년부터 후원기관으로 참여했고, 2018년부터 공동주최로 이름을 올렸다. 인권위원장은 그동안 이 포럼에 참석하거나 서면으로 축사를 이어왔고, 지난해엔 인권위가 별도 세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권위가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국내 인권 관련 포럼에서 이례적으로 배제된 셈이다. 올해 포럼은 광주광역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유네스코, 광주광역시교육청 공동 주최로만 열린다.

실제 포럼 진행을 논의한 기획위원들 설명을 들어보면, 기획 회의 과정에서 인권위 참여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포럼 기획위원으로 참여해온 한 인사는 한겨레에 “지난 2월 열린 기획위원회 회의에서 ‘200개가 넘는 시민단체가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간리)에 인권위에 대한 특별심사를 요청한 상황에서 인권위가 참여하면 시민사회가 가만히 있겠냐’는 지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한국의 204개 인권시민단체는 9월 안창호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가 퇴행을 거듭해왔다며 간리에 특별심사를 요청했고, 지난 3월 말 간리 승인소위(SCA) 사무국은 한국 인권위에 대한 특별심사 개시를 결정했다.
같은 회의에 참여한 또 다른 인사도 “올해 포럼 주제가 ‘전쟁과 폭력에 저항하는 인권 도시’인데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국가폭력 가해자인 윤석열을 옹호하는 등 반인권적 행태를 보이는 인권위가 5·18의 기억을 가진 광주에서 개최되는 포럼에 공동주최로 참여하는 게 적절하냐는 문제제기가 나왔고 위원들이 대체로 여기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인권위가 지난 2월10일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계엄으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표결 끝에 통과시켜 “국가폭력 가해자 편을 들었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위원들은 당시 회의에서 “제기된 우려점에 대해 시장이 검토한 뒤 인권위와의 공동주최 여부를 최종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인권을 주제 삼은 행사에서마저 인권위가 외면 당한 상황을 두고 인권위 한 관계자는 “인권위의 추락한 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올해 5·18 민주항쟁 45주년과 관련해, 5월18일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열리는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에만 참석할 예정이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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