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직하게 잘못 인정하는 국가를 원한다
경기도가 지난 30일 안산시 선감동 옛 선감학원 피해자 공동묘역으로 추정되는 현장에서 발굴 설명회를 열었다. 지난 3월부터 경기도가 조사한 분묘는 모두 155기이고, 이 가운데 67기 분묘에서 유해가 발견됐다. 그중 2기는 관도 사용하지 않고 비닐에 싸인 상태였다 한다. 급하게 암매장했다는 방증이다.
이들 분묘에서는 치아, 허벅지뼈, 팔뼈, 정강이뼈 등 유해 537점이 수습됐다. 유해가 발굴되지 않은 분묘는 이미 40년 이상 시간이 흘러 부식되거나 유실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발굴을 통해 수습된 유물도 단추, 동전, 고무신, 선감학원 배지 등 537건에 이른다.
선감학원 수용 어린이와 청소년 가운데 몇 명이 암매장되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대략 150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이번에 발굴한 155기 가운데 상당수가 암매장 사례일 것이다. 40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사망자들의 영면을 삼가 기원한다. 앞으로도 추가 조사연구와 발굴을 통해 억울한 죽음을 더 밝혀내야 할 것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지난 2022년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을 아동 인권침해 피해자로 인정했다. 경기도는 이미 이재명 도지사 시절인 2020년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했다. 경기도는 2023년부터 피해자에게 위로금과 생활비, 의료비 등을 지급하는 등 진화위의 권고사항을 대부분 이행했다. 하지만 국가는 현재까지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다.
선감학원 피해자는 다 파악되지도 않았다. 최소 4690여명에서 최대 575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공식 인정된 피해자는 3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중 336명이 국가를 상대로 40건의 소송을 제기해 지금까지 16건의 보상 판결이 나왔으나 국가와 피해자가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우리는 지난 잘못에 대해 발 벗고 나서서 진실을 규명하고 사죄하고 보상하는 국가를 원한다. 대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정책이 달라지는 국가가 아니라, 제도의 허점을 알아서 보완하고, 따뜻하게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끌어안는 국가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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