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셜 디자인과 4.3인권교육

안재홍 2025. 5. 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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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의 교육春秋] (81)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위한 교육

지난 주말 어느 발달장애인 활동가들을 만났다. 그 활동가들은 문자를 이해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직선거 그림투표용지를 도입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2심 선고가 나왔다. 판결 확정 일부터 1년이 지난 날 이후 시행되는 공직선거에서 원고들이 요구할 경우 투표보조용구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에 반박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1심 재판부가 그림투표용지 도입이 안된다고 밝힌 이유들은 '후보자들에게 이해하기 쉬운 형태를 강요함으로써 전달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면 안 된다', '그림투표용지는 투표 결과가 외모에 따라 결정되면 안 되기 때문에 안 된다', '컬러 프린트를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등이다.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에는 동의한다면서 이런 어려움 때문에 그림투표용지 도입이 힘들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2심 선고가 원고의 참정권 보장을 일부 받아들이긴 했지만, 그림투표용지 도입이 아니라 투표보조용구 제공은 문자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들에 대한 차별로 비쳐질 수 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투표보조용구 제공이 오히려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동등하게 접근할 방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품, 시설,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성별, 나이, 장애, 언어 등으로 인해 제약을 받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을 유니버셜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모두를 위한 설계나 디자인을 표방하는 유니버셜 디자인은 말 그대로 장애인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2심 결과는 원고들은 투표용지에 유니버셜 디자인을 도입할 것을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개별적으로 원하다면 제공해주겠다고 한 셈이다. 그나마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상고를 했다. 

이미 대만이나 영국, 이집트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림투표용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유니버셜 디자인이 하나의 규범이 된 세계에서 생활 세계 곳곳엔 여전히 누군가에겐 벽이 되는 디자인들이 넘쳐나고 있다. 우리는 어떤 행동이나 발언이 차별적인 아닌지를 스스로 판단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일본 공항에 있는 공중화장실 안내판 / 사진=안재홍

마찬가지로 주변의 시설들이 차별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도 힘들다. 음식물 쓰레기 배출함이 휠체어 장애인에겐 너무 높아서 이용할 수 없는 시설이 되고 끊어진 점자 블록은 시각장애인을 거리로 나오지 못하게 막고 있다. 여자와 남자의 성별 표기만 있는 공중화장실을 성 소수자는 이용하긴 힘들다. 그런데 이런 시설들은 이렇게 특정되는 사람들만 힘든 것이 아니다. 일례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 어린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디자인이다. 

어느 강의에서 장애이해교육이나 장애인식개선교육이라는 말이 장애인을 이해받아야 하는 존재로, 나쁜 이미지를 개선해야 하는 존재로 마치 배려나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존재로 대상화할 위험이 있다는 말에 공감을 한 기억이 난다. '장애인을 싫어하거나 배려하지 않아도 차별하거나 인권 침해를 해서는 안되는 '이다. 그래서 장애인권교육은 매년 받아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신성여고에서 교사가 수업시간에 대답을 하지 않는 학생들을 향해 "4.3 유전자가 흘러서 그래"라는 발언이 문제가 된 사건을 기억한다. 장애인권교육과 마찬가지로 4.3인권교육이 필요한 것은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교사들을 포한한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필요한 교육이다. 오늘은 노동절이다. 임금이나 노동환경의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쉬운 사회환경에서 노동인권교육이 필요한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안재홍

안재홍은 간디학교를 비롯한 대안교육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제주에서 탈학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잠시 운영하기도 했다.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을 학교 밖에서 학교 내로 옮겨와 다양성이 존중받고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교육이 자리잡길 바라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라도 시작해보자는 고민으로 2016년 10월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을 설립해 애월지역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두 딸의 삶을 앗아가지 않게 하려면 뭘 해야 하나 고민하며 환경과 평화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KBS제주 TV 시사프로 '집중진단' 진행자를 맡기도 했다. 2020년부터 애월중학교에서 기후위기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다 지금은 귤 농사지으며 휴학 중이다. 제주의소리 '교육春秋' 칼럼을 통해 독자들과 격주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