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보다 아름다운' 이남규 작가, '폭싹' 임상춘만큼 기대되는 이야기꾼 [드라마 쪼개보기]
아이즈 ize 이설(칼럼니스트)

임상춘 작가의 '폭싹 속았수다' 시청이 끝나고 그 다음엔 뭘 봐야 하나 하고 섭섭해 하던 시청자들에게 희소식. 또 하나의 기막힌 이야기가 우리를 찾아왔다. 이남규 작가의 JTBC 토일극 '천국보다 아름다운'(연출 김석윤)이다.
지난 19일 오후 10시 50분 첫 방송된 이 드라마는 단번에 시청률 5.8%(닐슨코리아 집계)를 찍더니 2회(20일)에서 6.1%, 3회(26일)와 4회(27일)에서 각 6.0%와 6.4%를 달성하며 꾸준한 상승세에 시동을 걸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처음부터 배우 김혜자의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이른바 '김혜자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김혜자는 드라마의 기둥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이해숙 역이다. 1회에서 보이듯, 해숙은 이중적 인물이다. 팔십 평생 시장 바닥에서 억척스럽게 살아온 못된 일수꾼이지만, 집에서는 하반신 마비인 남편 고낙준(박웅)을 정성껏 보살피는 다정한 아내다. 낙준은 침대에 드러누워 40년 넘게 해숙의 도움을 받다가 결국 세상을 먼저 떠나고, 해숙도 1년 뒤 남편의 뒤를 따른다. 살아오면서 남에게 모질게 한 기억 때문에 해숙은 지옥으로 떨어질까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천국행 지하철을 타게 되고, 생전에 낙준이 '지금이 가장 예쁘다'고 했던 마지막 말을 떠올리고는 80세의 모습을 선택해 천국에 입장한다. 그러나 웬걸, 천국에서 반갑게 재회한 남편은 30대의 모습(손석구)이었다.

연출자인 김석윤 PD는 기획 단계부터 김혜자가 연기를 쏟아부을 수 있는 '판'을 고민했단다. 그리고 그런 연기를 다 선보이려면 설정도 자유롭고, 스토리도 풍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러 천국과 지옥의 이야기를 하게 됐다.
김혜자는 이런 김석윤 PD를 무한신뢰하며 두말 없이 출연을 결정했고, 손석구는 김혜자의 추천으로 합류했다. 대강의 얼개만으로 배우가 먼저 캐스팅된 상태에서 작가들은 오히려 나중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바로 이남규·김수진 작가다.
메인인 이 작가는 소위 '김석윤 사단'의 중심축으로 분류된다. 김 PD와 거의 모든 작품을 함께했다. 예능을 만들던 김 PD가 드라마로 영역을 넓히고 영화까지 만드는 과정에서 전부 호흡을 맞췄다.
대표적인 게 드라마 '눈이 부시게'(2019)와 '힙하게'(2023)이다. 둘 다 최고 시청률 9% 이상을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힙하게'는 깜찍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드라마였다. 우연한 기회에 사이코메트리(접촉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내는 초능력)가 생긴 수의사 봉예분(한지민)의 좌충우돌을 그린 코믹 활극. 범죄 없는 청정 마을에 연쇄살인범죄가 발생하고, 봉예분이 서울에서 내려온 형사(이민기)와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해가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봉예분의 특별한 능력이 상대의 엉덩이를 만져야 가능하다는 설정. 범죄 스릴러식 추적이 벌어지는데도 중간중간 엉덩이를 터치해 비밀을 읽어내는 과정에서 스릴과 폭소가 터졌다.

이에 앞서 '눈이 부시게'는 이 작가와 김 PD의 협업이 가장 빛났던 드라마로 꼽힌다. 극중 주인공 김혜자(김혜자+한지민)가 우연히 시간여행이 가능한 시계를 얻으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그녀는 아버지의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여러 차례 과거로 돌아가지만 실패하고, 그 대가로 점점 나이만 들게 된다. 처음엔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문을 연 드라마는 시간여행 판타지로 시청자를 매혹하더니 결국엔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며 끝맺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인생에서 시간의 의미와 소중함을 일깨워 큰 감동을 전했다.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 3편으로는 누적 관객 약 1100만 명을 동원했다. 사극에 코미디와 스릴러를 접목한 시도가 두드러졌다. 특히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보이는 다양한 웃음 버튼의 '원형'을 '조선명탐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커스단에 잠입한 탐정 김민(김명민)과 동료 서필(오달수) 콤비가 안무에 맞춰 코믹한 춤을 춘다거나, 긴박한 상황에서도 유머를 놓치지 않는 대사 등이 그렇다.
이 작가는 그간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코믹과 스릴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스토리를 선보였다. 특히 엄숙한 상황에서도 톡톡 터지는 코미디가 가장 큰 장점이다. 이는 아마도 예능 프로그램 출신 작가로서 몸에 밴 덕분으로 보인다. 이 작가는 원래 KBS '개그콘서트'와 '폭소클럽', tvN '코미디빅리그' 등에서 코믹 대본을 썼다.

따라서 천국이라는 거룩하고 경건한 공간에서도 수시로 코미디가 벌어진다. 앞서 말했듯 1부 엔딩이 최고다. 드디어 아내가 천국에 온 줄 알고 마중을 나갔다가 80대의 해숙을 보고 흠칫 놀라는 낙준의 표정 연기가 배꼽을 잡게 했다. 놀란 듯, 황당한 듯 그러나 애써 감추려는 모습이 폭소를 자아냈다.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노(老)부부의 재회를 기대했으나 이 작가는 나이 차를 통해 이를 재치있게 비틀었다.
3회에선 사람 모습으로 환생한 강아지들의 모습이 기발하면서도 흥미로웠다. 해숙은 천국에서의 생활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받다가 혼자만 노인 같아서 눈치를 살피던 중 한 무리의 나이든 그룹을 발견하고 자기도 모르게 그들을 따라가 교육받는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뒤에 앉은 사람은 자꾸 킁킁거리며 자신의 냄새를 맡으려고 하고, 옆에 앉은 사람은 자신에게 테니스공을 건네주며 뭔가 해주기를 기대하는 눈빛이다. 해숙은 자꾸 왜 그러냐며 의아해 한다. 그때 또 한무리의 사람들이 천국으로 입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일제히 반갑게 뛰어나간다. 해숙은 "나 아무래도 잘못 왔나봐"라며 밖에 나가보니 뛰어가던 사람들의 개로 변신해서 주인의 품에 안긴다. 그들은 사람 주인과 헤어졌던 개였던 것이다.
4회에선 정체를 알 수 없는 솜이(한지민)가 등장한다. 해숙이 딸처럼 아꼈던 이영애(이정은) 같기도 하고, 고양이의 환생인 쏘냐(최희진)가 알아보는 걸 보니 뭔가 다른 비밀을 간직한 것 같기도 하다. 영애가 지옥에서 서성이는 모습이 노출되면서 적어도 솜이가 영애가 아닌 것은 확실해 지는데 그럼 대체 솜이는 누구일까. 이 와중에 어떤 속셈을 가지고 낙준에게 선택받기 위해 유기견이 보여주는 댄스 퍼포먼스는 정말 폭소를 유발한다. 불독 같은 강아지가 두 발로 서서 사람처럼 춤을 추는 게 CG인 티가 역력하지만 그냥 용서가 된다. 왜냐하면 너무 귀엽고 웃기니까. 유치할 수 있는 장면을 순박하고 유쾌하게 바꾸는 이 작가의 힘이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총 12부작, 아직 8회가 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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