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가 재도약’ 내걸고 대선 도전… 이재명과 맞짱 꿈꾼다[허민의 정치카페]
韓의 의사결정, 개인적 결단 넘은 것… ‘합리적 행위자·조직과정·정치’ 3모델 결합
목표는 대한민국 재도약, 명분은 개헌과 대연정… 빅텐트 땐 李와 박빙게임 될 수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는 디폴트다.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또한 기본값이 됐다. 한덕수는 개헌과 대통합, 국가 재도약을 내세워 오는 6·3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면승부 맞짱을 꿈꾸고 있다. 한덕수는 왜, 어떻게, 대선판에 뛰어들겠다고 결정했을까.
◇한덕수의 결정
국가가 정책을 결정할 때, 주요 인사가 공적 결심을 할 때, 지식인들은 일반적 원인을 찾지만, 정치인들은 자신이 잡고 있는 줄로 움직인다고 여긴다. 둘 다 똑같이 속는 것이다. 그레이엄 앨리슨의 책 ‘결정의 본질’ 머리에 인용된 알렉시 토크빌의 말이다. 존 F 케네디의 말도 인용돼 있다. ‘관찰자는 궁극적인 결정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의사결정 과정에는 늘 어둡고 꼬인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한덕수의 출마 결정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복잡한 인과관계의 사슬을 관찰해야 한다. 현재의 정치지형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절대권력 탄생에 대한 상당수 국민의 우려심리다. 이는 입법권력을 가진 이재명의 민주당이 행정권력을 거머쥐고 장차 국가예산까지 틀어쥐게 된다면 ‘민주주의가 온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통한다.
지난 3년간 다수의 폭정으로 입법 폭주를 거듭해온 민주당이 집권 후 ‘의회·정부 일체화’를 꾀하면 과거 히틀러의 ‘수권법’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걱정이 이런 맥락 속에 나온다. 시장판 장삼이사들까지 “국회를 독점한 민주당이 정권까지 장악하면 민주당 독재가 완성될 것” “이민이나 가야겠다” 등 우려를 표하는 형국이다.
탄핵은 3족을 멸하는 사건이다. ‘윤석열 탄핵’ 이후 잘나가던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심각한 성장 지체에 빠졌다. 8년 전 ‘박근혜 탄핵’ 이후에도 보수는 대선(2017년)·지방선거(2018년)·국회의원 총선거(2020년)에서 내리 참패했었다.
비명·반명 스탠스를 취하다 멸족 위기에 몰린 민주당류 인사들도 고민이 깊다. 이재명 집권 땐 광범위한 정치보복이 일어날 것이라는 공포심리가 작동한다. 권력분산과 협치의 제7공화국을 열자는 개헌 세력은 그들대로 걱정이 태산이다. 이재명 집권 때에는 조기 개헌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정의 본질
이런 시점에 한덕수의 대권 도전이 결정됐다. 앨리슨이 ‘결정의 본질’에서 제시한 3가지 모델을 중심으로 한덕수가 선택한 결정의 본질을 살펴본다.
첫째 ‘합리적 행위자’ 모델. 의사결정권자의 결심을 설명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 결심이 합리적 선택에 따라 일어났을 것으로 유추하는 것이다. ‘한덕수는 왜 대선 출마를 결심했을까’라는 의문에 답할 때도 이 가정은 효과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위기에 몰린 한국의 경제를 살려내야 한다’ ‘민주당이 입법과 행정을 동시 장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민주주의를 해체 위기에서 구해야 한다’ 등이 동기가 됐을 것이라고 유추하는 것은 한덕수의 결심을 이해하는 유용한 방법이다.
둘째 ‘조직과정’ 모델. 이는 의사결정권자를 둘러싼 집단과 조직의 시스템에 주목한다. 결정권자의 선택은 조직의 산출물이기 때문이다. 이 모델이 던지는 질문은 ‘어떠한 조직적 문화·압력·논리에 따라 결정이 이뤄졌는가’이다. 한덕수의 결정에는 ‘1987년 체제를 끝내고 대통합해야 한다’는 개헌 세력의 정치문화, ‘보수를 궤멸 위기에서 건져내야 한다’는 구여권의 구조화한 압력, ‘이재명 집권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반명 세력의 논리가 작용했다.
셋째, ‘정치’ 모델. 조직과정 모델이 시스템에 초점이 있다면 정치 모델은 조직 내 수많은 행위자에 초점을 맞춘다. 결정권자의 행동은 개별 이해관계자들 간에 이뤄진 정치적 흥정 혹은 협상의 결과다. 한덕수의 출마 결심과정엔 국민의힘 내 54명에 달했던 지지 선언 의원들, 정부 내 참모진들, 양당체제를 뛰어넘어 제3지대 플랫폼 구축을 원하는 민주당류 인사들, 정치 원로그룹 등의 개별적인 정치 협상과 담판이 있었다.
한덕수의 의사결정은 고뇌에 찬 개인적 결단으로만 이해될 수 없다. 여러 모델이 복잡하게 얽혀 그의 출마를 프로그래밍했다.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무엇을 할 것인가
한덕수의 집권 비전은 대한민국 재도약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현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미래를 지향하는 정치와 현재를 책임지는 행정이 힘을 모아 나간다면 작금의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며, 대한민국은 다시 도약하며 세계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출마선언인 듯 선언 아닌 선언이다.
30일로 계획된 총리직 사퇴 방침을 뒤로 미룬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날 존 펠런 미국 해군성 장관과의 면담이 잡혔기 때문이었다. 조선업을 세계 최정상에 올려놓고 장차 관세폭풍을 슬기롭게 뚫고 나가 대한민국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트럼프도 “한국 군함이 세계 최고다. 한·미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1970년 이후 55년간 행정 경험을 갖춘 경제 전문가, ‘국정 연습’ 없이도 정부를 이끌어갈 경륜, 구여권에서는 보기 드문 호남 출신이라는 지역적 배경이 그의 장점이다. 지난달 23일 발표된 문화일보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한덕수와의 단일화를 찬성하는 응답은 83%였다. 이 같은 여론이 한덕수 대선 출마를 기정 사실화했다.
최근 6차례의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는 4번 있었다. DJP(1997년), 노무현·정몽준(2002년), 문재인·안철수(2012년), 윤석열·안철수(2022년). 이 중 안철수의 일방적 양보로 끝난 2012년 사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대선 승리로 결판났다. DJP와 윤석열·안철수는 ‘담판’, 노무현·정몽준은 ‘경선’ 방식으로 결정됐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들 케이스 모두 앨리슨의 3개 모델이 작용한 것이 확인된다.
국민의힘과 한덕수 간 단일화 작업은 5월 3일부터 시작돼 대선 후보등록일 마감(11일) 전까지 늦어도 1주일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그 후엔 빅텐트라는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한다. 빅텐트의 명분은 개헌과 집권 후 대통합을 위한 연립정부 구상이다.
◇움직이는 판
2002년 노무현이 단일후보로 선출된 것은 그해 대선을 25일 앞둔 시점이었다. 지금 국민의힘·한덕수의 단일화 스케줄도 비슷하다. 정치는 생물이고 판은 움직인다. 한덕수 측은 대선 양자구도를 가정했을 때, 단일화 이전엔 ‘6 대 4’의 열세지만 단일화 후엔 ‘5.5 대 4.5’로, 빅텐트가 성공하면 ‘5 대 5’ 박빙의 게임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 설명
‘그레이엄 앨리슨’은 미국의 현실주의 정치학자이자 국가안보·국방정책 분야의 석학. 저서로 쿠바 미사일 위기를 다룬 ‘결정의 본질’,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유명한 ‘예정된 전쟁’ 등이 있음.
‘수권법’은 의회가 정부에 입법권을 위임하는 법률. 1933년 4월 수권법 발효 후 입법권을 넘겨받은 독일 나치 정권은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을 장악한 후 히틀러 독재체제를 완성함.
■ 세줄 요약
한덕수의 결정: 한덕수의 대선 출마 및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는 디폴트임. 그의 결정 과정을 이해하려면 여러 복잡한 인과관계의 사슬을 관찰해야. 시중엔 절대권력이 탄생하면 민주주의가 후퇴할 것이란 우려 팽배.
결정의 본질: 한덕수의 의사결정은 고뇌에 찬 개인적 결단으로만 이해될 수 없어. 그의 대권 도전에는 앨리슨이 ‘결정의 본질’에서 제시한 ‘합리적 행위자’ 모델, ‘조직과정’ 모델, ‘정치’ 모델이 경합하고 결합함.
무엇을 할 것인가: 한덕수의 집권 비전은 대한민국 재도약, 빅텐트 명분은 개헌과 집권 후 대통합을 위한 연립정부 구상. 한 캠프는 빅텐트까지 성공 때엔 대선 양자구도에서 ‘5 대 5’ 박빙의 게임을 만들 것으로 예측.
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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