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와 이동식 침대가 들어가는 모두의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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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지닌 학생에게는 의무교육조차 '그림의 떡'일 때가 많다.
2025년 6월21일 시행되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3조는 한발 더 나아간다.
"정치인들이 건물 짓는 건 몰라도 제도개선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게 없으니까. (장애인) 시설은 장애인을 많이 수용하면 할수록 지원금을 더 받게 돼 있다. 인권유린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건물 지을 돈으로 '장애인 평생교육법' 같은 제도개선에 더 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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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지닌 학생에게는 의무교육조차 ‘그림의 떡’일 때가 많다. 교육기본법 제8조는 초등교육 6년과 중등교육 3년을 의무교육으로 정하고 있다. 2025년 6월21일 시행되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3조는 한발 더 나아간다. ‘교육기본법 제8조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과정까지 의무교육으로 할 것을 정했다. 아직까지 법은 종이 위 글자에만 머문다. 보건복지부의 ‘2023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 51.6%가 중졸 이하 학력에 그친다.
장애인의 경우 학령기 정규교육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평생교육 기회가 더욱 중요하다. “장애 가진 아이를 데리고 학교에 가보면 ‘휠체어 타고는 들어올 수가 없다’ ‘특수교사가 없다’ ‘저기 멀리 어디 가면 장애 학생도 받아주는 학교가 있다더라’···. 그 조건을 다 맞춰줄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장애인은 그렇게 학령기를 놓치기 쉽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새벽빛장애인학교 신승우 교장의 말이다.
새벽빛장애인학교 교훈은 ‘당당하게 살기 위한 앎을 나누자’이다. 신 교장이 생각하기에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다른 이들 사이에서 살 수 있어야 했다. 장애인이 세상에 나가려면 교육이 필수였다. ‘새벽빛’이라는 이름도 캄캄한 장애인들의 세상에서 새벽을 당겨보자는 마음을 담아 지었다. 교통사고로 후천적 장애를 얻은 신승우 교장은 2007년 개교 당시를 떠올렸다. “그 무렵만 해도 주변의 성인 장애인 중에 자기 이름을 쓰지도 읽지도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행정기관에서 ‘장애인을 위한 이런저런 서비스가 있으니 신청하세요’라고 아무리 공문을 보내도 그걸 읽고 이해를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2007년 서른 명 남짓 모이는 야학으로 시작했던 학교는 시간이 흘러 학생 수가 일흔 명까지 늘었다. 교실은 하나인데 휠체어는 물론이고 이동식 침대에 누운 학생도 출석부에 이름을 올리면서 공간이 비좁아졌다. 새 공간을 찾기가 녹록지 않았다. 애써 성사된 계약이 취소되기도 했다. ‘장애인 학교라 주민들이 싫어한다’라는 싸늘한 시선 탓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사회가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수 여성병원이 공간을 제공하고 72개 단체와 개인 후원자 1225명이 모금에 동참했다. 장애인 화장실과 미닫이문, 점자블록 등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3월5일 새로 마련된 교실은 활기가 넘쳤다. 성별, 장애 유형, 연령 구분 없는 학생이 한데 모였다. 문해·한자·기초영어·검정고시부터 정보화·풍물·사진·연극·음악·미술·문예창작까지 15개 프로그램이 촘촘히 운영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의 ‘2023 장애인 실태조사’는 만 18세 이상 장애인 중 지난 1년간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는 경우도 조사했다. 고작 2.4%였다. 같은 해 한국교육개발원의 ‘평생학습 개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 가운데 평생교육 참여 경험이 있는 사람은 33.4%였다. 보건복지부는 “향후 국가 차원의 장애인 평생교육 정책과 프로그램 확대 보급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히고 있다. 신 교장의 당부도 이 같은 진단에서 멀지 않다.
“정치인들이 건물 짓는 건 몰라도 제도개선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게 없으니까. (장애인) 시설은 장애인을 많이 수용하면 할수록 지원금을 더 받게 돼 있다. 인권유린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건물 지을 돈으로 ‘장애인 평생교육법’ 같은 제도개선에 더 쓰면 좋겠다.”
김수혁 수습기자 stardus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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