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위험한 실험, 관세라는 의도된 혼란

김동인 기자 2025. 5. 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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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전 세계 무역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상호관세를 지렛대 삼아 정치와 경제·안보가 결합된 개별 협상이 뒤따른다. 한국 역시 새로운 협상을 강요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가운데),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AFP PHOTO

245% 관세. 역사상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숫자’가 4월15일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시되었다.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팩트시트’ 문서에는 “75개 이상의 국가가 새로운 무역협상을 위해 연락해왔다. 중국은 최대 245%의 관세에 직면했다”라는 언급이 담겼다. 4월17일 현재 중국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율은 145%다. 여기에 특정 상품(예를 들어 주사기)의 경우 최대 245%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은 날마다 숫자가 바뀌고 있다. 4월2일 상호관세를 일괄 발표할 당시 34%였지만, 4월7일 84%, 4월9일 125%, 4월10일 145%로 늘어났다. 중국의 보복관세 역시 잇따르며 4월11일 대미 관세가 125%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여기서 멈출지, 아니면 미·중 간 상호 보복이 더 격화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전 세계 무역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4월2일(현지 시각), 트럼프는 ‘미국 해방의 날’을 선언하며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본격적인 통상 전쟁의 포문을 여는 행위였다. 4월9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연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트럼프가 촉발한 국제무역 질서의 붕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전 세계 자산시장은 급등락을 거듭하며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상호관세가 적용되는 각 국가들은 미국과의 개별 협상에 나서고 있다.

‘규칙 기반 자유무역 질서’에 익숙한 이들이 보기에는 ‘광기’에 가까운 흐름이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 중 한 명인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4월1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관세가 미국의 지위에 미칠 영향을 이렇게 표현했다. “관세와 무역 전쟁이 사라질 때까지 사람들은 미국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참모였던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4월15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동맹국을 겨냥한 관세 정책에 대해 “이것은 친구를 대하는 방식이 아니다. (우리는 보통) 공개적으로 그들의 뺨을 때리며 ‘무역협상을 더 잘하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4월2일부터 보름간 전개된 ‘혼돈’은 그대로 금융시장에 반영되었다. S&P500 지수는 4월2일 5670.97에서 급락과 급등을 거듭하다 4월16일 5275.70까지 하락했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월7일 장중 3.97%까지 하락했다가 4월9일 장중 4.51%까지 단기간에 치솟았다(국채가격 하락). 달러화의 가치 하락 추세도 이어진다. 달러 인덱스는 4월11일 100 밑으로 내려갔다. 202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화폐가치 하락, 주식시장 급락, 채권시장 혼란이 한꺼번에 전개되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4월9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한 것도 채권시장에서 투매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채권과 주식시장 모두 흔들리면서 글로벌 거대 자본의 유동성에 위기가 생겨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졌기 때문이다. 90일 유예기간에 개별 국가와 협상을 이어가면서 당장의 금융위기 위험에서는 한숨 돌리게 되었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중국에 대해서만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관세가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

금융시장의 혼란과 이에 따른 관세 유예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조가 크게 변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관세는 ‘큰 밑그림의 첫 페이지’로 인식된다. 여기서 밑그림이란 이른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통칭되는 국제질서 재편 계획을 의미한다.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의 구상이 중심인 이 계획에 따르면, 관세는 전 세계 각국과의 협상을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한다. 관세를 조정하기 위한 개별 협상 과정에서 정치와 경제, 안보가 한 묶음이 된 거대한 ‘거래’가 뒤따르고, 이를 통해 미국 경제가 당면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기본계획이다(〈시사IN〉 제913호 ‘관세인상, 안보 우산··· 트럼프의 ‘오싹한’ 구상들’ 기사 참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다. 미국은 기축통화국 지위를 확보하면서 필연적으로 무역적자와 자국 내 산업(특히 제조업) 경쟁력 약화, 그리고 중국의 부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1980년대부터 이어져온 신자유주의 질서로 인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기에) 결국 미국만 손해를 보는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미국 자본의 힘은 강해졌지만, 그와 별개로 국내 산업은 공동화되었고, 재정적자 역시 뒤따른다. 경제사 차원에서 획기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1971년 금본위제의 종언을 알린 ‘닉슨 쇼크’, 1985년 유럽과 일본의 통화가치 재평가로 이어진 ‘플라자 합의’에 필적하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4월16일 중국 장쑤성 난징시에 위치한 한 항구에서 중국산 자동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AFP PHOTO

이 관점에서 관세 부과로 인한 통상 전쟁은 ‘의도된 혼란’의 성격을 띤다. 트럼프가 국채시장의 불안에 결국 ‘90일 유예’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일시적 변동을 용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기적인 국제질서 재편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혼란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이 혼란 속에서 정치와 경제·안보 분야가 결합한 형태의 새로운 협상을 이끌어낸다는 것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밑그림이다.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온건파’로 평가받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역시 관세가 지렛대 구실을 할 것이라는 관점을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올해 1월 미국 상원에서 열린 인준청문회에서 그는 “관세는 협상에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라고 언급했고, 3월6일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는 “국제무역 시스템이 독창성, 안보, 법치 및 안정성에 대한 보상을 시작하도록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바로 관세가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가 본격적으로 국제경제 시스템의 ‘재균형(rebalance)’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며 국제무역 시스템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국제무역 시스템은 군사·경제·정치 등 다양한 관계의 그물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한 측면만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관세로 촉발되는 국가 간 개별 협상은 결국 방위비 분담, 통화가치 평가(환율), 지식재산권 등 폭넓은 의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일부 국가와의 협상 과정에서 이 같은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두 국가가 한국과 일본이다. 4월17일 일본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미·일 간 관세 협상에서 방위비 분담 확대가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미국의 요구는 추후 전개될 한국과의 관세 협상에서도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4월2일 발표한 상호관세율에 따르면 일본은 24%, 한국은 25%에 달했다.

물론 이러한 국제무역 질서 재편 계획에는 ‘걸림돌’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인플레이션이다. 4월16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관세가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로 인해 양대 목표(고용안정, 물가안정)가 서로 긴장 상태에 놓일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통화 당국의 금리 조정 카드는 보통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거나,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고용을 늘리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춰나간다. 그러나 관세 폭탄의 후폭풍은 수입 제품의 가격을 올려 물가상승률을 높일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에도 영향을 미쳐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도 있다.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이럴 땐 통화 당국 입장에서 쓸 수 있는 정책 카드가 마땅치 않게 된다. 실제로 이날 파월 의장은 “우리의 도구(금리 조정)는 한 번에 둘 중 하나만 할 수 있다”라며 딜레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결국 관세로 인한 경기침체를 미리 방지할지(금리인하), 아니면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을 억제할지(금리 유지 또는 인상)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까지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억제’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트럼프는 금리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이다.

타격 큰 자유무역의 수혜자, 그곳은

트럼프가 추진하는 국제질서 변화 방향은 명확하다. ‘관세를 내거나, 다른 걸 내놓거나’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980년대 이래 다양한 이득을 누린 국가들과의 무역 질서 재편을 우선시한다. 한국은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눈에는 자유무역의 수혜를 입고, 미국에 무역적자를 안기며, 안보상 이익까지 얻은 대표적인 국가로 분류된다. 안보·경제·정치를 결합한 새로운 질서에 포섭해야(또는 굴복시켜야) 하는 대상이다.

2019년 6월30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Photo

현재까지 한국과 미국 간의 공개적인 협상은 4월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트럼프 간 통화 정도다. 총리실은 이 통화에서 한 권한대행이 조선·액화천연가스(LNG)·무역균형 등에 관해 직접적 소통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통화에 대해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고 있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도 논의했으며 이러한 협상의 틀을 ‘원스톱 쇼핑’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권한대행 체제인 한국이 미국과 안보·경제·정치가 결합된 포괄적인 협상을 진척시키기엔 한계가 따른다. 결국 다가오는 제21대 대선에서 선출되는 정부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단기적인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국제무역 질서 재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그 여파로 인한 우리 경제의 출혈 역시 만만찮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4월1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연 2.7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되는 가운데 금리인하의 필요성이 있지만, 환율 등락폭이 큰 상황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강해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한국은행은 12·3 쿠데타 여파, 영남 지역 산불, 미국 관세 충격 등으로 인해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역성장할 수 있고, 연간 성장률도 지난 2월 전망치(연 1.5%)를 밑돌 것으로 내다보았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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